인삼 신품종 대량 증식으로 산업 활로 개척

전형성능 조직배양기술 … 배양묘 생존율 70% 이상 끌어올려 우량 종묘 생산기간 3년 단축 신품종 보급률 높여

2025-01-07     원예산업신문

인삼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국가대표 약용 작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종주국으로서 인삼에 대한 자긍심이 매우 높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삼은 기후변화와 이상기상의 빈번한 발생으로 생산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전통적으로 세계적인 품질과 효능을 인정받아 온 한국 인삼이지만, 재배 환경이 급변하면서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유지하기가 한층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 생산성을 향상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한 신품종 보급이 시급하다.

지금까지 개발된 인삼 품종은 42개로 적지 않다. 그런데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재래종을 재배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천량’ 등 신품종은 재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풍부한 특성을 갖추고 있어, 생산자들 사이에서 높은 선호도를 얻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신품종을 전국 농가에 신속하게 대규모로 보급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재 신품종 보급률은 20% 남짓에 불과하다. 이는 인삼 특유의 낮은 증식 속도에서 기인한다. 인삼은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데에만 4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식물체 1개에서 얻을 수 있는 종자는 연간으로 환산하였을 때 10개 정도에 불과해 증식 속도가 매우 느리다. 예를 들어, 농가에서 주로 재배하는 ‘금선’ 품종의 경우 개발부터 보급까지 15년이 걸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조직배양 기술을 도입해 인삼 우량 종자 대량 증식 체계를 구축했다.

조직배양 기술은 식물의 모든 세포가 전체 식물체로 전환될 수 있는 전형성능(Totipotence)을 활용한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무제한으로 생산할 수 있어 증식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인삼 조직 배양묘가 토양에 옮겨졌을 때 생존율이 30%로 낮아 실용화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이 새로 개발한 체계적인 배양 방법은 생존율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1개의 종자로 1년 만에 40개의 조직 배양묘를 생산함으로써 우량 종묘 생산기간을 4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이러한 성과는 신품종 보급률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세계 인삼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울러 건강 기능성 식품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신품종의 대량 증식을 통해 우량 종자를 발빠르게 보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학·연 협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대학, 연구소, 민간 기업이 협력해 신품종 대량 증식과 보급 전략을 수립하고 실용화 기술을 앞당겨야 한다. 민간·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신품종 종자를 대량 증식하고, 체계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농가가 필요로 하는 종자를 제때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농가의 참여 유도도 중요하다. 신품종 채종포 조성을 위한 재정적 지원은 물론, 농가를 대상으로 신품종의 특성과 장점에 대한 교육, 홍보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농가가 신품종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재배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인삼 재배 여건 악화는 산업이 맞닥뜨린 도전인 동시에 기회이다. 조직배양 기술을 활용한 신품종 대량 증식과 보급은 한국 인삼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정우<농진청 원예원 인삼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