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기후위기 선제적 대응이 답
지역 맞춤형 품종으로 기후변화 준비 할 때 변화하는 생산 환경 따라 지역 맞춤형 품종 보급 시급 유통시장 확대 … 신품종 선호 소비자 수요 부응 강원 홍천 ‘컬러플’ 3헥타르, 대구 군위 ‘골든볼’ 5헥타르 전문 생산단지 조성
기후 온난화로 사과 재배지역이 조금씩 이동함에 따라 사과 주요 생산지로 통하던 대구·경북지역의 사과 재배 면적은 30년 새 44%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강원도의 사과 재배 면적은 24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기후 환경과 농업 여건 변화에 따라 재배지의 이동과 함께 지역 맞춤형 품종 보급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명수 원장은 “사과는 우리나라 과일 재배 농가의 16.8%를 차지하고 재배 면적도 가장 넓은 작목이지만, 현재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의하면 2100년에는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될 것으로 예측돼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보다 촘촘한 보급 체계를 만들고 유통시장도 확보해 다양한 품종을 원하는 소비자 수요에 부응토록 하겠다”고 말한다.
이러한 가운데 농촌진흥청은 지난해부터 기후변화에 맞춘 안정적인 사과 생산 기반을 갖추기 위해 품종 개발과 함께 적응시험에 돌입했다. ▲강원도 홍천에 ‘컬러플’ 생산 단지를 ▲대구 군위에는 ‘골든볼’ 생산 전문 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 그러한 취지다.
홍천에 보급하는 우리 사과 ‘컬러플’(2019년 품종등록)은 수확기가 10월 상·중순(중만생종)으로 당도 15.2브릭스(Brix), 산도 0.55%로 새콤달콤한 맛이 으뜸이다. 탄저병, 겹무늬썩음병, 갈색무늬병에 강하고 이름(Colorpple)처럼 껍질이 붉고 표면이 매끈하면서 모양이 예쁘다.
홍천군은 밤낮 일교차가 커 수확기가 늦은 ‘컬러플’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췄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4월 ‘컬러플’ 묘목 4,300그루를 확보해 심었고 2024년까지 총 3헥타르(ha) 면적에 8,000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군위에 보급하는 우리 사과 ‘골든볼’(2021년 품종 등록)은 8월에 수확하는 노란 여름 사과로 껍질을 빨갛게 물들이는 색들임(착색)이 필요 없어 노동력을 줄일 수 있는 품종이다. 당도 14.8브릭스, 산도 0.51%로 한여름 사과로는 드물게 단맛과 신맛이 조화롭다.
군위군은 위도가 낮은 지역으로 과일 색들임 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경쟁력이 약한 상황이어서 ‘골든볼’ 재배에 꼭 맞는 지역으로 판단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5월 군위와 생산단지 조성 협의를 마쳤고, 내년 묘목을 생산해 2025년 5헥타르 면적에 시범사업으로 묘목 1만 5,000그루를 보급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들 품종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컬러플’은 농산물 전문 유통업체(㈜네오게임즈)를 통해 ‘골든볼’은 대구경북능금농협을 통해 재배 물량을 안정적으로 유통할 계획이다.
사과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으나 품종이 지닌 고유 특성이 잘 나타나게 하려면 알맞은 지역에서 생산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은 적지에서 최고 품질 사과를 생산할 수 있도록 2006년부터 지역 맞춤 품종을 선정하고 전문 생산단지 조성에 힘쓰고 있다.
기존에 조성한 단지 중 장수에서는 수확기가 빠른 품종인 ‘홍로’가 2000년대 초반 조성 당시의 명성을 이어가면서 600헥타르 면적에서 재배되고 있다.
문경의 경우에는 사과 계의 명품으로 불리는 ‘감홍’이 2009년 74헥타르에서 2022년 400헥타르로 지속해서 재배 면적이 늘며, 문경 대표 사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천 ‘황옥’도 2023년 5.4헥타르에서 재배되며 작지만 맛있는 사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지역 맞춤형 사과 재배지 및 품종선택의 중요성 묻고 답하기
◆지역 맞춤형 사과 재배가 필요한 이유?
-품종 고유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지역에서 고품질 사과를 생산하면 농가 소득향상은 물론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특히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품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관심도가 높아 품종 고유 브랜드 육성·홍보, 재배기술 지원 등 신품종의 조기 시장 정착에 유리하다.
◆새로운 품종 보급이 지니는 의미와 유통을 연계한 홍보가 중요한 이유는?
-신품종은 기존 품종보다 품질 우수, 재배 용이, 수확량 많음 등의 장점이 있지만, 농촌진흥청에서 좋은 품종을 개발하더라도 실제 재배를 하는 농업인들은 신품종 개발 여부를 알지 못해 경제성이 낮은 기존 품종을 재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품종의 존재를 알고 심은 농가에서도 기존 품종의 재배법으로 품종을 재배하면 신품종의 특성이 잘 나타나지 않아 장점보다는 단점이 부각돼 신품종의 시장 안착이 늦어지거나 불가능해질 우려도 있다.
또한 유통·판매하는 상인들은 신품종 개발 여부를 알 수가 없으므로 신품종은 개발과 보급을 병행해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소비자는 기존 품종보다 맛있는 품종이 개발되었는데도 실제 시장에서는 기존 재배 품종 외에 구매할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이 없어 신품종을 맛볼 기회가 적다. 이 때문에 유통까지 함께할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하다.
◆지역 맞춤형 재배의 이점과 기대효과는?
-생산자(농업인) 측면에서는 신품종을 단지화하여 재배하면 품질 관리가 쉽고, 지역 브랜드로 만들어 홍보할 경우, 홍보 효과는 물론 균일한 품질의 사과를 대량 생산할 수 있어 유통 상인과의 가격협상이 유리해 농가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된다.
유통(중간도매인) 측면에서는 계약재배로 인한 유통량 예측이 가능해 수급 조절이 쉽고, 맛있는 신품종을 우선 공급할 수 있어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 기업 이미지가 높아진다.
또 소비자 측면에서 맛있는 신품종을 시장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어 지역 맞춤형 재배는 생산자, 유통,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방안이다.
◆지역 맞춤형 품종 보급 사례와 선정 방법은?
-환경 변화에 따라 사과 주산지로 알려진 지역에서는 농촌진흥청과 함께 그 지역에 맞춤 품종을 선정, 전문 생산단지를 조성해 지역 사과의 특별함과 우수함을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 진행해 왔다. 장수 ‘홍로’, 문경 ‘감홍’, 예천 ‘피크닉’, 김천 ‘황옥’ 등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감홍’은 1992년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품종으로 품종 보급 초기에 동녹(녹이 슨 듯 표면이 꺼칠함), 반점 장해 등으로 재배 농가로부터 외면을 받았으나 연구과제를 통해 동녹과 반점 장해를 극복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재배 적지로 판단되는 문경지역 사과 축제에 선보이면서 맛있는 사과로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이후 문경지역 맞춤 품종으로 부활하게 되었다.
주산지 지자체와 협의해 해당 지역 여건(재배환경, 지리적 위치, 유통, 재배 농가 기술력)에 적합한 품종을 선정할 필요가 있디.
지자체 내에서 대상 지역과 농가 수요 조사 후, 농가 포장 여건과 재배기술력을 고려해 대상 농가를 선정하고 있다.
◆지역 맞춤형 재배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지역의 이름을 내걸고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매년 균일한 품질과 수량을 유지하기 위한 재배 매뉴얼 보급, 사과 과수원 유지, 관리를 위한 기술지도 등을 병행해야 한다. 또한 품종 특성에 맞는 상품과 기준을 제시해 출하하는 과일의 상품성을 유지, 유통 상인과 소비자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 재배단지는 지역특화작목과는 어떻게 다른지?
-사과 전문 생산단지 조성은 사과 주산지 재배 환경에 맞는 농촌진흥청 육성 품종으로 재배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지역특화작목 중 자체 육성 작목으로 추진하는 사과는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품종만이 아닌 도입 품종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지역특화작목은 경북지역에서 충북, 경남 지역으로 재배 면적을 확대한다는 점(경북 이외 타 주산지 확대)에서 전문 재배단지와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