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육성 화훼 자원의 재발견

식물캘러스 배양추출물 … 화장품 원료 국산화 기틀 향기를 보유한 18품종 캘러스 유도

2024-12-18     원예산업신문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은 원료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시장이 성장할수록 화장품 원료 수입액이 동시에 증가하는 무역수지 불균형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내 화장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화장품 원료의 국산화 확대가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천연 화장품 원료는 식물로부터 직접 추출한다. 하지만 함량이 너무 낮고, 식물체 부위에 따라 생산성이 다르다. 또, 기후나 계절, 장소 등의 영향으로 식물 생육이 제한될 수 있는 등 여러 제약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식물 캘러스 배양 추출물이다. ‘식물의 줄기세포’로도 불리는 캘러스는 식물에 상처가 났을 때 상처 부위에 생겨나는 조직으로, 생리활성물질을 고농도로 함유하고 있다. 식물을 화장품 소재 등으로 활용할 때 세포 배양체를 이용하면 재배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해 좋은 성분을 대량으로 균일하게 증식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장미 향기를 주로 내뿜는 부위인 꽃잎에서 꽃과 동일한 향기 성분을 갖는 캘러스를 유도한 바 있다. 캘러스 유도하기 위해서는 시료를 소독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꽃잎은 잎이나 뿌리에 비해 두께가 매우 얇아 일반적인 조건과 다르게 차아염소산소다(NaOCl) 0.5%액에 10초에서 3분간 처리하였다. 이후 기본배지에 생장조절물질(2,4-D)을 첨가하고 꽃잎 표면이 배지에 접촉되도록 배양하여 향기를 보유한 18품종(계통)의 캘러스를 유도했다. 이중 장미 ‘아이스윙’ 캘러스로부터 식물 줄기세포라고 할 수 있는 체세포배 발생 캘러스 유도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일반 캘러스 대비 장미 배 발생 관여 유전자 2종(RhSERK3 및 RhSERK4)의 발현량이 10배 높음을 확인 후 기술을 특허출원하였다. 장미의 꽃잎 유래 캘러스에서 체세포배 발생 캘러스를 유도한 것은 국내 최초이다. 체세포배 발생 캘러스는 일반 캘러스와는 다르게 화장품 원료로 사용할 때 미백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이 매우 높게 판단돼 산업체에 기술이전하였다. 또, 캘러스·체세포배 발생 캘러스 12종은 배지 교체를 통한 유지·증식 후, 액체배양을 통한 대량생산과 항산화, 피부 노화방지 효능 등 분석을 위한 재료로 산업체에 분양하였다. 

장미 꽃잎 유래 세포·줄기세포 유도 기술은 화훼류 국내 육성 품종(계통)을 활용한 화장품 원료 국산화 확대의 기틀을 마련한 사례다. 식물 세포에서 꽃잎과 동일한 향기 성분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였고 이를 통해 국내 화장품 산업 활성화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육성 장미 자원의 활용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연구 소재로 폭넓은 활용 가능성을 열어주고, 나아가 다양한 국내 육성 화종에서도 소재화 연구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연중 365일 외부 환경과 상관없이 일반 식물이 생산할 수 없는 희귀한 특정 성분 발현량을 증대시킬 수 있어 더 기대를 모은다.

이번 연구 사례가 국내 화훼작물 산업 발전의 좋은 모델로 정착되어 침체된 화훼산업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아가 다른 분야에도 응용돼 보다 많은 부가가치 제품과 소재가 개발되길 기대한다.

■이수영<농진청 원예원 화훼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