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뿔나방, 정부 늑장 대응 화 키워

지난해 6·11월 피해 사례 확인 불구 발표 미뤄

2024-07-17     권성환
토마토뿔나방

최근 전국 시설 농가들이 ‘토마토뿔나방’으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늑장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토마토뿔나방 유충은 토마토, 가지, 파프리카 등 작물의 가지와 잎에 구멍을 뚫고 식물체 내부를 파고들며, 동시에 열매 속으로 들어가 과실에도 큰 피해를 준다. 성충은 광범위한 이동성과 강한 번식력을 가지고 있어 방제가 어렵다.

외국에서도 이미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해충으로, 국내에 유입되는 단계에서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보유하고 있어 단순한 약제 살포로는 큰 방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9개 도와 5개 특·광역시, 67개 시·군에서 토마토뿔나방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미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토마토뿔나방 피해 사례를 검역 당국 관계자들이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 위축 및 수출 차질을 우려해 발표를 미뤘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 3월에야 토마토뿔나방 해충이 첫 발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첫 발견 시점과 괴리가 있는 입장이다.

이에 홍안나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처장은 “정부가 지난해에 토마토뿔나방 확산 경고만이라도 내렸다면 농민들이 사전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이번 사태의 큰 책임이 있는 만큼, 농업재해로 선정은 어렵더라고 정부 차원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에서 토마토와 딸기 등을 수출하는 김종열 농가는 “수출에 차질이 있을 것을 우려해 국내 발표를 미뤘다는데, 발표도 애매한 시점에 한 상황이라 현재는 수출 전망도 좋지 않다”며 “늘어가는 해충 피해에 대해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유입을 막을 수 있도록 망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여름철 망까지 설치하면 내부 온도가 현재도 50도가 넘는다. 농민들 보고 쪄 죽으라는 소리”라고 질타했다. 이어 “탁상 행정이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