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뿔나방, 정부 늑장 대응 화 키워
지난해 6·11월 피해 사례 확인 불구 발표 미뤄
최근 전국 시설 농가들이 ‘토마토뿔나방’으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늑장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토마토뿔나방 유충은 토마토, 가지, 파프리카 등 작물의 가지와 잎에 구멍을 뚫고 식물체 내부를 파고들며, 동시에 열매 속으로 들어가 과실에도 큰 피해를 준다. 성충은 광범위한 이동성과 강한 번식력을 가지고 있어 방제가 어렵다.
외국에서도 이미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해충으로, 국내에 유입되는 단계에서 살충제에 대한 내성을 보유하고 있어 단순한 약제 살포로는 큰 방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9개 도와 5개 특·광역시, 67개 시·군에서 토마토뿔나방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미 지난해 6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토마토뿔나방 피해 사례를 검역 당국 관계자들이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 위축 및 수출 차질을 우려해 발표를 미뤘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 3월에야 토마토뿔나방 해충이 첫 발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첫 발견 시점과 괴리가 있는 입장이다.
이에 홍안나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처장은 “정부가 지난해에 토마토뿔나방 확산 경고만이라도 내렸다면 농민들이 사전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이번 사태의 큰 책임이 있는 만큼, 농업재해로 선정은 어렵더라고 정부 차원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천에서 토마토와 딸기 등을 수출하는 김종열 농가는 “수출에 차질이 있을 것을 우려해 국내 발표를 미뤘다는데, 발표도 애매한 시점에 한 상황이라 현재는 수출 전망도 좋지 않다”며 “늘어가는 해충 피해에 대해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유입을 막을 수 있도록 망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여름철 망까지 설치하면 내부 온도가 현재도 50도가 넘는다. 농민들 보고 쪄 죽으라는 소리”라고 질타했다. 이어 “탁상 행정이 아닌,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