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기법을 활용한 모종 특성 평가 도입의 필요성

계절·품종별 등 상황에 따른 모종 특성 상이 객관성 확보한 새로운 평가 체계 필요

2024-04-30     원예산업신문

농사를 잘 짓기 위해 모종이 중요하다는 의견에는 모든 농업인이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모종이 좋은 모종이라고 할 수 있는지 그 기준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모종을 아주심기 한 뒤 생산물이 나올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꽤 긴 편이다. 그동안 생산성에는 수많은 인자가 상호 작용을 하며 영향을 미친다. 모종 품질을 구분하더라도 그 판단이 맞는 것인지 증명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과가 복잡하여 그 관계를 간결하게 밝혀내기 힘들다면 농업인의 수십 년간 경험을 토대로 모종 특성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이 있어야 한다. 바로 분석적 계층화 방법(Analytic Hierarchy Process, AHP)이다. 이 방법은 여러 평가 기준을 계층화하고 중요도를 정하는 통계기법으로, 전문가의 주관적 정보를 종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중요도를 구하는 가운데 전문가 의견이 일관적인지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기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모종 특성 등급을 정하기 위해 분석적 계층화 방법(AHP)을 적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모종 특성을 판별할 때 어떤 항목을 주로 사용하는지 선정한다. 현장 적용성을 고려한다면 현장에서 눈으로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항목을 고른다. 항목을 선별했다면 경험이 쌓인 전문 육묘 농업인을 대상으로 항목 간 상대적 중요도를 조사한다. 이때 중요도는 모든 항목을 일대일로 비교하는데,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후 통계적 방법으로 답변이 일관적인지 검증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면 모든 항목 간 상대적인 중요도가 어느 정도인지 수치를 계산할 수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현재 공정육묘장에서 주로 취급하는 토마토, 고추, 오이, 수박, 배추 작물을 대상으로 이 방식을 도입해 보고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배추를 예로 들면 배추 모종의 품질을 판단할 때 흔히 잎 길이, 잎 폭, 잎 수, 잎 색깔, 모종 생육이 균일한 정도, 병해충 발생 유무, 잎 면적, 모종 나이를 파악한다. 연구진은 이 8가지 항목의 중요도를 알아내기 위하여 전국 단위 전문 육묘장 22곳을 방문 조사했다. 답변자는 평균 18.7년 배추 육묘를 해왔으며, 경력은 최소 4년에서부터 최대 32년으로 다양했다. 8가지 항목의 상대적 중요도를 일대일로 비교하고 일관성이 있음을 검증하여 항목별로 중요도를 도출했다. 이렇게 분석한 결과, 농가는 배추 모종 품질을 판단할 때 병해충 유무를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균일한 정도(0.1985), 잎 수(0.1297), 모종 나이(0.1258), 잎 폭(0.0535), 잎 면적(0.0525), 잎 길이(0.0496), 잎 색(0.0472)이 뒤를 이었다. 이렇게 중요도를 도출하면 항목별로 우선순위가 결정되므로 좋은 배추 모종을 생산하기 위해 어떤 요소를 신경 써야 하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 또한 중요도가 수치화되기에 일차함수식을 만들어 모종 등급을 수치로 계산하는 체계도 만들 수 있다. 

좋은 모종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더 있다. 모종이란 계절별, 품종별 혹은 아주심기 할 지역별 등 수많은 상황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세부적으로 품질 점수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함수식을 보정한다면 분석적 계층화 방법은 모종 특성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새로운 평가 체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혜진<농진청 원예원 채소기초기반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