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지은행 덕분에 병마를 딛고 다시 농사를 시작한 김병달씨. 그는 5년내 농지를 환매, 소유권을 되찾겠다는 각오와 희망으로 새해를 맞았다.
병마로 농가부채가 연체되어 영농기반 상실 위기를 맞았으나, 이를 해결하고 새해에는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는 농업인이 있다. 강원도 철원에서 ‘바이오갈대’ 등 친환경 식물을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김병달씨(41세)가 주인공. 안정적인 생활과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생활을 접고 지난 ’98년 귀농하여 본격적인 농업인의 길로 들어섰다. 학교에서 배운 농업 지식을 활용, 손수 농사를 지어보고자 했던 것. 철원군 갈말읍 일대의 농지를 구입하여 의욕적으로 시작한 야생화 재배는 수년간 꾸준한 성장을 거두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납품을 성사시켰고, 청계천 복원공사 현장에도 그의 손길이 미친 야생화가 심겨졌다.공무원에서 농업인으로의 성공적인 변신을 거쳐 탄탄대로를 걷던 김씨에게도 청천벽력 같은 불운이 찾아온 것은 작년 8월. 뇌수막염으로 병원에 입원, 의식불명까지 가는 병고를 겪은 것이었다.뜻하지 않은 영농 중단은 물론, 마침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부채의 만기가 도래하여 연체 발생의 위기에 처했으나 김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사이 연체이자 1억원을 포함한 연체부채는 3억2천만원에 육박하기에 이르렀다. 3개월간의 입원치료 뒤에 김 씨가 얻은 것은 금융기관이 담보농지 경매와 가압류를 추진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뿐이었다.부채증가 또는 자연재해 등으로 경영위기에 처한 농업인을 위해, 한국농촌공사 농지은행에서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을 올해 처음 시행한다는 소식을 접한 김씨. 지난 4월 한국농촌공사 철원지사를 찾아 사업내용과 신청요건에 관한 상담을 받은 뒤, 구비서류를 준비해 사업지원을 신청했다.‘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은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를 농지은행에 팔고, 그 농지는 장기 임차하여 영농을 계속할 수 있는 사업이다. 농지 매매대금은 부채청산에 우선 사용되고, 농업인은 사후에 그 농지를 다시 환매할 수 있다.지난 8월 지원대상자로 선정된 김 씨는 한국농촌공사와 농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4억원의 매매대금 중 약 3억8천만원은 부채상환에 사용되었고, 나머지는 최근 수질정화로 각광받는 ‘바이오갈대’ 재배를 위한 묘포지 조성에 투자할 계획이다.이제 농지의 소유권은 ‘한국농촌공사’에 있지만, 김씨는 이 농지의 임차인으로서 예전처럼 농사를 짓고 있다. 바뀐 것이 있다면 이제는 부채상환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영농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것. 5년 내에 농지를 환매해 소유권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 덕분에 경영에 대한 동기 부여도 남다르다. 최고 18.5%에 달하는 연체이자 대신 김씨가 매년 지불할 저렴한 임차료(농지가격의 1% 이내)도 그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김씨는 농지은행(한국농촌공사)의 지원을 발판삼아 친환경 및 웰빙 트렌드에 맞는 각종 식물을 발굴, 생산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바이오갈대’의 생산 증가에 집중하고, 2009년부터 주변여건을 감안, 줄풀·버들 등 새로운 ‘웰빙식물’을 생산할 계획이다. 김씨의 영농계획에 따르면, 연간 8천만원 이상의 소득을 거두어 5년내 농지 환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한국농촌공사는 올해 김씨를 포함한 183명의 경영위기농가를 선정, 422억원을 지원했다. 내년에는 예산 증액(1,000억원 예상)으로 김 씨와 같이 기술과 전문성, 경영의욕이 있으나 일시적으로 위기에 처한 농업인이 더 많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한국농촌공사는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과 ‘농업경영컨설팅지원’사업을 연계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지원농가별로 전담자를 지정해 정기적으로 농가 수준에 맞는 경영진단을 제공하고, ‘경영회생지원’교육과정을 개설, 경영회생능력 향상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많은 이들이 농사일을 힘들어하고 농업을 기피하고 있어 농촌인구는 해마다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와 같이 젊고 의욕있는 농업인의 재기를 돕는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은 우수한 농업인들의 버팀목 역할이 되어주고 있다.앞으로도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은 농업인의 이농을 방지하고 농가의 영농지속성과 안전성을 보장해 우리의 농촌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