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시론 / 박병승<본지 편집자문위원, 대관령원예농협 조합장>
2006-10-31 원예산업신문
배추값이 포기당 1,000원까지 하락한 뒤,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말에 이르러 배추값은 소폭 올랐으나, 가격약세에 따른 부담이 출하량 감소로 이어진 씁쓸한 결과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330원의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인데다, 출하대기 물량마저 많아 산지의 걱정은 더해가고 있다. 강원도, 전라남북도 등 배추 산지마다 좋은 작황 덕에 물량이 많아, 시장 내 유입물량도 크게 늘면서 당분간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도매시장 배추값은 지난 7월초 5톤 트럭 한 대에 100만원으로 폭락했다가, 폭우로 폭등하며 가락동 시장에서 600만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추석을 앞둔 9월 중순에는 배추 한포기 값이 4,000원선으로 7월보다 4배나 오르는 등 이상폭등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후 현재는 다시 150만원 수준으로 떨어져, 산지와 도매유통 현장에서는 생산비와 운임도 건지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이상 가격현상은 최근 폭등보다 폭락이 많고, 그 폭도 커 생산농가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수입증가 문제도 심각하다. 여름철 폭우로 인해 올랐던 배추값은 이미 떨어졌으나, 이 시기를 틈타 급증한 수입배추는 다가올 김장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관세청과 농산물품질관리원, 도매시장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단속이 보다 실효를 거두길 바란다. 특히 폭우와 태풍등 최근 해마다 자연재해를 겪어온 고랭지 배추농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평창, 정선, 태백등 대관령 일대의 고랭지에서 생산된 배추는 여름철 출하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왔다.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가 높아가면서 청정 환경이라는 장점도 한 몫 했다. 그러나 최근의 태풍, 폭우피해만 보더라도 더 이상 고랭지는 농산물 재배에 이점만을 주는 환경이 아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한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던 기상이변과 그에 따른 피해가 점차 남하했고, 올 여름 백두대간이 물폭탄을 맞기에 이른 것이다. 농가들은 수확을 앞둔 배추나 감자가 씻겨 내려간 것을 보면서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해피해 보상기준에 있어 이러한 고랭지의 현실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농지이용율이 300~400%에 달하는 노지재배를 기준으로 피해보상이 책정되기 때문에, 자연조건상 농지이용율이 100%에 불과해 올해농사가 불가능해진 농가들은 의욕마저 잃게 된 것이다. 고랭지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한 보상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더욱 심화될 자연재해와 가격불안 요인들로부터 고랭지농업을 지켜가기 위해, 집중강우 때 토양 침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필수적이다.아울러 산물에 대한 가공을 통해 고부가가치화 함으로써, 저가의 수입 산물과 차별화를 두고 수출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