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 배홍석씨 ‘우울한 수확기’

2006-10-23     원예산업신문

   
  ▲ 배홍석씨가 냉해에 의한 좀벌레 피해로 고사한 사과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뒤에 보이는 언덕이 도로개설을 위한 성토층이다. 현재 20m 높이인 이 성토층이 “앞으로 10m 더 높아질 것으로 안다”고 배씨는 밝혔다.  
 
도로개설 등으로 과수원 주변의 지형이 바뀐뒤 병해충 피해가 늘고 생산량이 떨어졌다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배홍석씨(충남 공주시 우성면 대성2리)는 요즘 과수원 생각만 하면 속이 상한다. 가을 수확기를 맞았으나 과수원 곳곳에서 사과가 열린채 나무가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멀쩡한 나무의 사과도 도로공사시 발생한 먼지로 색깔이 나지 않아 제값받기는 어렵게 생겼다.배씨의 과수원이 이처럼 병들게 된 원인은 도로공사 때문이다. 서천-공주간 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되면서 배씨의 과수원을 관통하는 20m의 성토작업이 시작됐다. 3면이 산으로 둘러싸였던 배씨의 과수원 웃부분은 트였던 동쪽마저 도로공사로 막히면서 육지속의 섬처럼 꽉 막히게 됐다.공기순환이 안되면서 더운 날에는 더 덥고, 추운 날에는 더 추운 ‘날씨고립지대’가 된 것이다. 냉해는 남의 집 얘기로만 알았던 배씨는 올해 개화기에 그 피해를 직접 겪었다. 또 사과둥근무늬좀벌레에 의해 나무 표피조직이 마르고 결국 전체가 고사하는 ‘보도 듣도 못한 일’을 자신의 과원에서 목격했다. 사과둥근무늬좀벌레는 냉해로 먹이인 암브로시아균이 급증하면서 생기게 된다. 배씨는 “냉해를 입지 않았다면 사과나무가 좀벌레 피해로 고사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급기야 배씨는 충남도지방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환경오염 피해분쟁 조정신청을 제기했다. 분쟁조정위에서 나온 전문가들도 배씨의 주장과 피해사실을 인정했다. 분쟁조정위는 ‘냉해로 이미 5주가 고사했고, 40주가 고사중이며, 사과둥근무늬좀벌레에 의한 2차 피해로 과수의 약 90%까지 감염된 상황이므로 한국도로공사가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조정안을 지난 9월7일자로 내렸다. 분쟁조정위는 ‘개화기에 냉해를 입으면 꽃에 이상현상이 발생, 수확량이 감소하고 품질이 떨어져 하급품의 사과가 생산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인정했다.그러나 일은 여기에서 마무리되지 않았다. 분쟁조정위는 “사과나무 400주에 대해 토지수용시 가격(영업손실 및 묘목값)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권고했지만, 한국도로공사측에선 한달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배씨는 “담당자로부터 ‘전례가 없고 배상액수가 너무 커 적절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구두 설명만 들었다”고 밝혔다.배씨는 “현재 20m인 성토높이를 한국도로공사에서 10m 더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로로 인한 장벽이 30m에 이를 경우 유럽에 직접가서 배워온 뒤 신규식재한 나머지 과원까지 폐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걱정했다.배씨는 “최근 도로개설이 늘어나면서 과원의 이같은 피해사례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다른 과수농가들이 원인도 모른채 피해를 감수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강대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