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시론 / 이덕수<본지 편집자문위원, 수원원예농협 조합장>

2006-10-17     원예산업신문

   
외국농산물 대신 우리농산물로 학교급식을 제공하는 학교에 대한 지원이 몇몇 지자체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무척 반가운 소식이나 아직은 갈길이 멀다.학교급식에 우리농산물 사용하기 운동은 몇 해 전부터 계속돼 왔었으나, 국가간 FTA협상이 대두되면서 WTO조항에 위배된다는 정부측 논리로 주춤했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학교급식 식중독 사건 이후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됐다. 이후 정부와 국회는 학교급식법을 전격 개정해 급식위원회 설치와 운영, 급식 시설·설비 및 경비 지원, 식재료 품질관리기준 마련, 위탁에서 직영 급식으로 바꾸는 등 제도를 개선한 바 있다. 하지만 개정 학교급식법에 2009년까지 직영 전환을 미뤄도 좋다는 유예조항이 있어, 검증되지 않은 영세 농산물 공급업체가 여전히 청소년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학기 개학을 맞아 9월4일부터 10일간 전국의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업체 2,032개를 대상으로 단속을 실시,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102개 업소가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저가 공급업체가 급식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이상, 이들과 경쟁하는 농협은 안전성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보다 경제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현재의 학교급식업체 선정은 그래서 더 위험하다. 급식사고 발생시 우리나라는 처벌이 가볍다는 것도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사고발생 초기에는 전국이 떠들썩 하다가도 곧 관심밖으로 멀어져 어떤 처벌을 얼마나 받는지 알 수도 없이 유야무야 되버린다. 지난 6월 도시락 식중독 파문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한 대기업의 경우, 식중독 원인균인 노로바이러스와의 상관관계가 밝혀지지 않아 법적책임에서 벗어난 상태다.반면, 중국의 경우 먹거리 사고 발생시 사형까지도 불사하는 강력한 법적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다. 일본도 한번 먹거리 사고가 발생할 경우 후대까지도 그 분야에는 종사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국내 급식사고를 예방하고 안전한 우리농산물의 공급확대를 위해서는 해외사례등을 적극 참고한 강력한 처벌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고품질 안전농산물의 급식 활용 확대를 위한 정부의 거시안적인 정책과 지원도 필요하다. 제주·전주·춘천등에서 본격화된 지자체의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학교관계자들의 의식전환으로 직영제 도입을 통한 농협등 안전검증 농산물이 더많이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들 한다. 농산물은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이다. 학교급식은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진 청소년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재료로 한 전통 식생활 습관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창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