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높아지는 국내 원예산업
수입과일 과거 대비 20% 증가
▲한·미, 한·칠레 등 FTA체결 이후 평가
▲우리 소비자 수입농산물 선호 여전
▲한중FTA 등 다가올 개방에 대한 우리의 자세
다양한 국가와 FTA가 체결되면서 외국농산물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 소비자는 저가의 수입농산물을 국내농산물보다 더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장기적으로 국내농산물의 고품질화는 이젠 필수적이다.
국내 과일 수입량은 한·미FTA가 발효된 2012년을 기준으로 최근 2년(2012∼2013년) 평균수입량은 과거 3년(2009∼2011년) 평균보다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오렌지를 비롯해 포도, 체리, 석류가 필리핀에서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가 칠레에서 포도, 키위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 봄철 수입과일 비중 30% 상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과일관측팀 박지연 연구원은 “가락도매시장 과일류 반입량 중 수입과일의 비중은 2004∼2006년 16%였으나 2009∼2011년 18%, 2012∼2013년에는 21%로 커졌다”며 “최근 3년간 과일류 전체 물량규모는 과거보다 7% 성장했지만 국산 과일 물량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입과일은 국산과일 저장출하기에 반입 비중이 높다”며 “과일류 시장에서 수입과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울에는 20% 수준이지만 봄에는 30%를 상회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국산 과일은 봄에 반입량이 3년 전보다 20% 감소했고 가격은 25% 올랐다. 겨울 반입량은 비슷했으나 가격은 20% 높았으며 과채류도 물량이 비슷했으나 가격은 10% 내외 인상됐다”고 덧붙였다.
농경연의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렌지(체리) 구입을 늘리는 대신 국산 과일과 과채의 소비를 줄였다고 응답한 사람은 국내 소비자의 24%(9%)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과일을 오렌지로 대체했다는 소비자들은 오렌지 구입 대신에 지출을 줄인 대표적인 과일로 딸기, 감귤, 만감류, 사과, 방울토마토, 바나나, 참외 순으로 응답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오렌지 수입량은 전년보다 12.2% 감소했다. 이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작황부진으로 수입가격이 상승했고 전년도의 과잉경쟁으로 수익성 악화를 경험한 국내 수입업체들이 거래규모를 줄인 결과다.
오렌지와 경쟁관계인 감귤의 경우 오렌지가 출하되기 전에 출하하려는 농가들의 의향이 높아지고 있다. 2∼5월 국내시장에서 미국산 오렌지와 경합하는 딸기, 토마토, 참외 등의 과채류 가격은 전년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는 전년보다 이들 과채류의 생산량이 증가하기도 했지만 일부 과채류 수요가 오렌지로 대체된 측면이 있다.
오렌지는 2010년부터 수입량이 급격히 증가해 2011년에는 15만4천톤에 달했고 한·미FTA가 발효된 2012년에는 역대 최고인 17만4천톤을 기록했다.
오렌지는 미국(94.3%)으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되고 있으며 남아공, 칠레, EU, 호주, 브라질, 터키, 이스라엘 등으로부터 소량 수입되고 있다. 오렌지와 국내시장에서 경합이 예상됐던 품목은 감귤이었으나 미국산 오렌지 주수입시기가 2∼5월이고 계절관세 적용기간도 3∼8월이어서 12월부터 4∼5월까지 출하되는 한라봉과 같은 만감류 외에는 직접적인 경합은 크지 않은 편이다.
# 오렌지 수입 만감류 농가 영향
감귤 재배면적은 시설부지, 도로편입, 작목전환 등의 지속적인 부적지 폐원지원사업을 실시한 결과 2000년 2만7천ha에서 2005년 2만1천ha로 감소한 이후 최근까지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FTA 기금사업 등 시설재배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노지온주에서 수익성이 높은 월동온주와 만감류로 재배품종이 전환돼 왔고 미국산 오렌지가 수입되기 전에 출하하려는 감귤농가들이 늘어나면서 노지온주나 만감류의 출하가 예전에 비해 짧은 기간에 집중되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2∼5월 국내시장에서 미국산 오렌지와 경합하는 딸기, 토마토, 참외 등의 과채류 가격은 전년보다 소폭 하락했다.
이와 관련 박 연구원은 “이는 전년보다 이들 과채류 생산량이 증가한 반면 일부 과채류 수요가 오렌지로 대체된 측면이 있다”며 “실제로 대형할인마트의 과일과채 매출액에서 오렌지 등 수입과일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내 포도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최근 2년 동안 칠레산 외에도 미국산과 페루산 포도 수입이 증가하고 국내 출하량도 늘어나면서 국산 포도의 도매가격은 하락했다.
칠레산 포도가 수입되는 시기는 1월부터 6월이며 계절관세를 적용받는 시기는 1월부터 4월까지지만 최근에는 4월에 수입된 포도가 국내에서 한두 달 저장된 후 6월까지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따라서 4월 이후 수입된 칠레산 포도는 4월부터 7월까지 출하되는 국산 시설포도(성출하기는 5∼6월)와 시장에서 경합하기도 한다.
# 수입포도중 칠레산이 70% 차지
포도 수입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대신 국산 포도의 생산기반은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2000년 2만9천ha에 달했던 재배면적은 이후 도시개발, 고령화에 따른 폐원, 품목전환 등으로 작년 1만7천ha까지 감소했다.
이외에도 체리, 키위, 자몽 등 FTA 체결국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수입과일이 국내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FTA 이행 초기인 만큼 수입물량이 아직까지는 크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입규모가 확대될 경우 국내 과일농가에 간접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입농산물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품질화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중앙청과 신상호 팀장은 “우리 회사에서도 3년 전 한·칠레FTA와 관련 포도자료를 만들었는데 FTA가 체결되면서 유통업체는 문제가 없지만 생산농가는 폐업을 하는 등 타격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과일은 무엇보다 맛있으면 소비자는 구입한다. 국내농가가 개방화시대 살아남기 위해서는 폐업을 하든지 아니면 고품질화를 해야 한다”며 “고품질화를 통해 잉여물량이 발생하면 수입산 오렌지가 국내에 들어오는 것처럼 우리도 수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