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출 중심에 선 품목농협
한국산 ‘K-PEAR’ 중국산배와 차별화 성공
원예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 품목농협은 수출시장에 있어서도 고품질화와 수출시장 다변화 등을 추구하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원예산업신문은 신선농산물의 수출 확대를 위해 품목농협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과수, 채소, 화훼, 인삼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과수(배)
2013년 저가 중국산배가 한국배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으로 수출되면서 한국배는 수출 감소의 위기를 맞았지만 수출브랜드 단일화, 적극적인 판촉 등의 노력으로 2012년보다 28% 수출물량이 증가했다.
2012년은 볼라덴 등 연이은 태풍으로 인해 낙과피해가 크게 발생하면서 수출물량이 대폭 감소했으나 지난해에는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없어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수출물량도 증가했다.
2013년 배수출은 12월말 기준으로 2만톤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전년보다 28% 증가했다. 배 주산지에 있는 6개 품목농협의 수출물량은 6963톤으로 전체 물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배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품목농협은 중국배의 미국진출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배연합회(회장 박성규 천안배원예농협)를 중심으로 K-PEAR 수출브랜드로 통일해 중국배를 견제했다. 특히 중국배로 인해 추석 전후로 평년보다 수출물량 발주가 줄었으나 중국배의 품질이 나쁘다고 미국에서 알려지면서 11월부터 미국 수출물량이 폭주했다. 이로 인해 일부 품목농협에서는 수출선별작업이 평년보다 10일 이상 늦춰지기도 했다.
안성과수농협(조합장 김종학)은 2011년 854톤에서 2012년 1,242톤으로 수출물량이 크게 증가했다. 안성과수농협 관계자는 “2012년은 특수한 상황으로 타 지역은 수출량이 줄었지만, 안성과수농협이 증대한 이유는 타 지역에 비해 기후조건이 좋아 생산량 감소가 적었으며 수출전업농(공선회)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서 농가들의 의식이 제고돼 수출 이탈자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3년 992톤은 2012년보다 물량이 감소했지만 평년에 비해서는 증가했다. 안성과수농협이 2013년도가 2011년에 비해 16% 이상 늘어난 것은 작년 기후조건이 좋아 풍작을 이루면서 품질 또한 좋아 소비가 늘었으며, 중국배의 미국 수출 후 수출국 다변화를 이루고 해외 판촉행사를 적극 추진한 결과이다.
평택과수농협(조합장 조용욱)은 2012년도 300톤에서 지난해에는 103톤이 늘어난 403톤을 수출했다. 중국배의 미국진출로 인해 초반엔 무역업체에 미국 발주가 없어 수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으나 미국의 한국산배 주요 취급매장을 대상으로 대형시식, 판촉행사 추진, 한국산배 공동브랜드 K-PEAR 이미지 홍보 등의 노력으로 원활한 수출을 할 수 있었다.
천안배원예농협(조합장 박성규)은 지난해 2300톤을 수출해 나주배원협과 함께 국내 배수출의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배생산량 증가와 함께 수출선 다변화를 위해 러시아, 동남아 등으로 적극적인 판촉행사를 추진해 수출물량이 증가했다.
지난해 496톤을 수출한 아산원예농협(조합장 구본권)은 2012년에 비해 수출물량이 감소했다. 아산원협은 미국수출물량은 2012년 211톤에서 지난해 306톤으로 50% 가까이 늘었다. 반면 대만수출은 335톤에서 190톤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미국수출 작업이 늦어지면서 대만 수출물량이 올해 1월에 몰렸기 때문이다.
나주배원예농협(조합장 이상계)는 평년 2100~2200톤을 수출하고 있지만 2012년에는 태풍피해로 인해 1500톤으로 감소했고 2013년에는 2500톤으로 평년 수준보다 수출물량이 늘었다. 나주배원협 관계자는 “2013년 수출물량이 평년에 비해 약 20% 증대했는데 이는 병충해, 태풍 없이 풍작이면서 당도 등 배 맛이 좋았기 때문이며 농가들이 봄에 결실관리를 잘 해서 착과가 잘 돼 중국과의 경쟁 속에서 많은 수출을 했으며 정부·지자체 지원으로 농산물종합유통센터 건립으로 물량 소화가 증대돼 경쟁력 있게 수출시장을 공략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 평균 700톤의 배를 수출하고 있는 울산원예농협(조합장 김철준)은 지난해 272톤을 수출, 전년 364톤 대비 92톤 감소했다.
울산원예농협의 배 수출이 감소한 원인은 작년 봄 기온이 갑자기 영하로 내려가는 이상기온으로 배꽃이 어는 냉해 피해를 입은 것과 여름에 40도를 넘는 폭염 속에 비까지 내리지 않으면서 수확량이 30%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 수출브랜드 K-PEAR
K-PEAR는 지난해 한국배연합회(회장 박성규 천안배원예농협 조합장)가 한국 배의 이미지 하락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배 수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수출 상자를 단일화하기 위해 제작됐다.
배연합회는 지난해 수출상자 단일화를 목적으로 제작된 K-PEAR는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배가 한국산으로 둔갑 판매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중국, 대만에 국제상표로 출원했다. 이로써 중국배가 한국배 유통과 상표 침해 등의 위법행위가 발생하면 수입 당사국의 법에 따라 유통정지, 벌금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중국산 배가 지난 가을 미국으로 수출되자 올해 수출한 배에는 K-PEAR를 포장박스에 부착해 판매했다. 이를 위해 배연합회는 ‘K-PEAR’ 박스용 스티커 228,000장과 낱개용 스티커 2,429,000개를 연합회 회원 수출단지에 지원했다.
중국과의 차별화 노력은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됐다. 지난달 미국으로 판촉행사를 다녀온 김종학 안성과수농협 조합장은 “미국에서 K-PEAR를 부착하지 않은 배는 무조건 중국산 배 취급을 받고 있다”며 “중국산 배 품질이 한국배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K-PEAR를 활성화해 더욱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배는 상자뿐만 아니라 낱개에도 K-PEAR 스티커가 부착돼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도 K-PEAR가 부착돼 있어야 한국산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규 배연합회 회장은 “중국산 배가 미국 진출 전인 지난해부터 수출상자를 통일하기 위해 K-PEAR를 준비했다”며 “올해 중국산 배와 한국배를 구별할 수 있고 한국산 둔갑판매를 막기 위해 대미 수출배에는 모두 K-PEAR 스티커를 부착해 미국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 창구단일화로 수출확대
지금까지 수출단지별로 수출업체를 통해 미국으로 수출했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 배 수출단지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공동마케팅이 필수적인데 해외에서 지방자치단체별로 프로모션을 하면서 한국배에 대한 마케팅이 아니라 지자체 브랜드를 홍보했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가 높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미배수출협의회(회장 김종학 안성과수농협 조합장)는 미국 배 수출활성화 및 중국산 배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출단지 창구를 단일화 해 수출물량 확보, 해외에서의 공동마케팅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수출단지의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은 지금까지 수출단지에서 배 수출업체와 직접 거래를 하게 되면서 업체들과의 과당 경쟁, 수출업체의 가격인하와 프로모션 요구 등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서다. 또한 수출업체들에게 대금을 정산하지 못하는 일들도 빈번하게 발생했었다.
창구를 단일화 하게 되면 모든 수출물량은 대미배수출협의회를 통해서 수출업체에게 공급되고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별적으로 해외 현지시장에 진행한 판촉행사 대신 한국배 ‘K-PEAR'에 대한 프로모션을 하게 된다.
김종학 회장은 “중국산 배가 미국에 진출하면서 한국배 수출에 어려움이 많다”며 “중국배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고품질 배 생산도 중요하지만 수출단지의 수출창구를 단일화해서 지자체별로 개별적으로 해오던 프로모션 대신 국가적 측면의 마케팅을 하고 K-PEAR로 통일된 박스로 수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협의회는 13개 수출단지를 수출연합회로 구성한 뒤, 연합회에서 수출업체에게 수출물량을 집계하고 수출단지별로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수출창구를 단일화한다는 계획이다.
/연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