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과일 이야기 3 -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 우수작 (박동민)

과일, 마음을 전하다

2013-12-16     원예산업신문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의 한 아파트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지만 사람들과의 교류는 많지 않은 편이다. 어느 날 우리 집 바로 윗집에 이사가 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건 9년간 살면서 거의 느끼지 못했던 ‘쿵쿵쿵쿵’ 소리 때문이었다.
쿵쿵쿵쿵...쿵쿵쿵쿵..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아니라 어른이 걷는 소리가 우리 집으로 울리는 것이었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가 심하다는 것은 미디어매체를 통해 가끔 접할 수 있었던 사실이지만 그게 우리 집 문제가 될 줄은 알지 못했다. 아파트에 살면서 옆집과의 왕래는 가끔 있었지만 윗집과 왕래를 할 일은 거의 없다. 더군다나 남에게 피해주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 나는 차마 윗집에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쿵쿵쿵쿵쿵..
잠깐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일주일을 참고 또 일주일을 참고 한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내가 이해하고 참자는 생각에 시간이 흘러갔지만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알게 모르게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인터넷으로 층간소음 해결법도 찾아보고 했지만 만약 이일로 얼굴을 붉히면 어떻게 하나~싶은 생각에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택배가 왔다. 옆집에는 연세가 지긋하신 노부부가 살고 계신데 하필 할머니께서 현금이 없으실 때 착불로 택배가 온 것이었다. 그래서 할머니께서 우리 집 초인종을 누르고 사정을 설명하시기에 만원을 흔쾌히 빌려드렸다. 그랬더니 한 시간 후 쯤 할머니께선 만원을 주시고 고맙다면서 사과 한 봉지까지 더 주셨다. 그다지 큰 일이 아니었음에도 할머니께서는 사과로 고마움을 표현하신 것이었다. 안주셔도 된다고 사양하는 내게 웃으시면서 사과봉지를 건네는 할머님의 손길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뒤 나는 용기를 내어 집에 있던 배 3개를 작은 봉지에 담아 윗집으로 찾아갔다. ‘띵동’ 윗집에는 한 아주머니께서 계셨다. 나는 웃으면서 ‘아랫집에 사는 사람입니다.’ 라며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는 어리둥절하게 날 바라보는 아주머니께 자초지종을 차근차근 설명하였다. 그리고는 배를 건네어 드리고는 조금만 조심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주머니께서는 울리는지 몰랐다면서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웃으시면서 배 잘 먹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후 쿵쿵 울리는 것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많이 줄어들었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층간소음 문제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이고 서로간의 입장차이로 인해 오해가 발생하기 쉬운 일인데 말로는 다 전하지 못하는 그런 마음을 작은 과일하나를 통해 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서로 웃으면서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평소에 어머니가 사다놓으시면 아무 생각 없이 먹기만 했었던 과일이 마음을 전하는 가장 쉽고 소중한 매개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마음을 표현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순간들이 찾아올 때 과일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