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생화 - 용담

짙푸른 가을 하늘을 담은 꽃

2013-12-02     원예산업신문

청량한 가을 산에는 단풍이 일품이기는 하지만 가을 정취를 더해주는 야생화도 몇 있다. 그 가운데서도 풀숲에서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피는 꽃이 있다. 바로 ‘용담’이란 꽃이다. 용담은 용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산에 흔히 자라며 낮은 산에서부터 높은 산에 이르기까지 분포한다. 무등산에는 백마능선 억새밭에서 얼굴을 볼 수 있다. 꽃은 10월에 절정을 이루는데 줄기와 잎 사이에 다닥다닥 달린 모습이 특색 있다.
용담 뿌리는 한약재로 사용한다. 쓴맛이 곰의 쓸개인 웅담(熊膽)보다 훨씬 더 하다. 따라서 상상의 동물인 용의 쓸개에서나 느낄 정도의 쓴맛이 난다하여 용담(龍膽)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실제로 뿌리에는 쓴맛 배당체인 겐티오피크린(Genti-opicrin), 겐티아노즈(Gentianose)가 들어 있다.
용담에 얽힌 이야기가 금강산 주변 마을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옛날 어느 산간 마을에 길을 잃었거나 사냥꾼에게 쫓기는 들짐승들을 도와주는 착한 나무꾼이 살고 있었다. 추운 겨울날 산에 나무를 하러간 나무꾼이 우연히 숲속 눈밭에서 토끼 한 마리가 무엇인가를 캐서 살살 핥아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무꾼은 토끼의 행동이 좀 의아해서 토끼에게 뭘 하고 있냐고 물었다. 토끼는 “우리 주인님이 병이 나서 약초를 찾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토끼가 뿌리를 가지고 사라지자 나무꾼은 토끼가 했던 것처럼 뿌리를 캐내어 핥아보았는데 그 맛이 몹시 썼다.
그날 밤 나무꾼의 꿈속에 금강산 산신령이 나타나 말했다. “오늘 네가 만난 토끼가 바로 나다. 네가 병약한 들짐승들을 많이 구해준다 하여 그 보답으로 네게 신비한 약초를 알려 주고자 했다. 오늘 보았던 그 약초를 캐서 사람들에게 팔아라.”라고 말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그 후 나무꾼은 그 약초를 캐서 시장에 나가 팔아 큰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 민담에 나오는 약초가 용담의 뿌리다.
같은 용담과에 속하는 종류로 ‘구슬붕이’란 식물도 있다. 구슬붕이는 두해살이풀로 5센티미터쯤 되는 조그마한 풀이다. 이른 봄에 줄기 밑동에서 가지가 갈라져 나와 구슬처럼 작고 연한 보라색 꽃이 동글동글하게 모여 핀다.
‘큰구슬붕이’도 있는데 구슬붕이보다 꽃이 더 크고 잎과 줄기에 자줏빛이 도는 점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