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근화훼, 우리 품종의 세계화를 꿈꾸며…

2013-11-04     원예산업신문

최근 유럽과 중국의 구근화훼산업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세계 최고의 육종회사인 네덜란드의 프리지아와 나리 육종회사를 방문했는데 15년 전과는 다르게 활기가 많이 줄어들었고 기술 또한 우리와 많은 차이가 없었다. 우리가 육성한 품종들이 더 좋은 것도 많았다. 품종육성에 있어서는 우리도 부족함이 없지만 구근 유통회사를 갔을 때는 우리의 갈 길이 멀다고 느껴졌다. 구근을 생산하고 저장해서 보급하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었고 우리는 이 부분을 빨리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15년 전보다 많이 발전했으나 아직도 농가 수준은 선진국보다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꽃 소비는 활발했고 다양한 종류와 품질의 꽃들이 유통되고 있었다. 꽃값은 비교적 저렴했지만 나리(백합) 꽃은 우리나라보다 비쌌다. 중국시장이 앞으로는 꽃 소비시장으로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구근화훼 우리품종의 세계화는 가능한 것인가? 우선 구근화훼의 특성과 품종육성의 현주소를 진단해 보고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구근화훼류는 알뿌리에 의해서 번식되고 꽃이 피는 작목으로 꽃이 화려하고 예쁘나 2∼3년간 구근을 양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타 작목에 비해 신품종 개발 기간도 길고 육성한 품종을 보급하는 데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재배가 확산되기 어려운 작목이다. 구근화훼류 종류로는 나리(백합), 프리지아, 글라디올러스, 칼라, 튤립, 수선 등으로 이들 작목은 국내에서 많이 재배되는 품목이다.
우리나라는 10년 전만해도 구근을 전량 네덜란드 등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육성한 품종들이 점점 재배면적이 넓어지고 있어 수입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구근화훼류 육종은 농촌진흥청에서 1991년부터 시작하여 현재는 도농업기술원과 개인육종가 등이 참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국가기관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육성된 품종 수는 나리 150(1997년부터 2013.1월까지 종자원 출원 품종 수), 프리지아 35, 글라디올러스 43, 칼라 8품종이다. 국내에서 육종하지 않는 튤립, 수선 등의 작목을 제외하고는 나리(백합), 프리지아, 글라디올러스, 칼라는 우리 품종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구근 증식이 비교적 쉬운 프리지아와 글라디올러스는 지난해까지 프리지아 35%, 글라디올러스 25%로 농가보급이 많이 이뤄졌고, 나리와 칼라는 아직도 국산품종 재배율이 한자리 수로 낮은 편이다.
나리(백합)의 경우는 지금도 외국에서 구근을 수입해 꽃을 재배해서 일본에 수출해 연간 3,000만 불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특히 프리지아는 2008년부터 일본에 절화를 수출하기 시작해 연간 약 150만본 정도 수출하고 있으며 수출품종의 60%가 우리가 육성한 품종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프리지아는 외국품종인 ‘이본느’를 대체할 만한 품종이 없었다. 지금은 우리품종인 ‘샤이니골드’가 시장에서도 2년 연속 가격을 더 많이 받고 있고, 농가들도 우리품종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글라디올러스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육성한 품종 중 농가에서 인기 있는 대표적인 품종에는 프리지아 ‘샤이니골드’와 ‘골드리치’가 있다. 이들은 국산품종 중에서 농가에서 가장 선호하는 황색계 대형 품종들로 볼륨감이 뛰어나고 식물의 생육이 강해 절화 수출용으로 적합할 뿐만 아니라 낮은 온도에서 생육이 가능하고 개화도 빠르며 일시에 꽃 수확이 가능해 농가 경영비를 줄일 수 있는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글라디올러스 ‘화이트앤쿨(White and Cool)’은 2002년 육성한 백색 품종으로 탄생한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화훼공판장에서도 다른 백색 품종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꽃수가 많고, 꽃이 꺾이는 현상(수곡현상)이 적으며, 여름철 장마기에도 노지에서 구근부패병에 강하다.
칼라의 경우는 육종역사가 짧지만 백색칼라 ‘몽블랑’은 꽃이 크고 예쁘며 무름병에 강하고 생장이 빠르고 재배가 쉬워 농가에서 좋아할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도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나리(백합) 품종 중 ‘그린스타’와 ‘핑크펄’은 극조생 종간교잡종으로 작은 구근에서도 개화가 가능하고 번식이 잘 되며 시장평가에서도 좋은 가격을 받아 앞으로 기대가 되는 품종이다. 이렇듯 육종의 역사가 쌓이면서 국내육성품종의 질이 높아지고 농가의 신뢰도도 쌓여 품종의 국산화율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세계화는 어떻게 이뤄야 할까? 구근화훼, 우리품종의 세계화 방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우선 좋은 품종을 만들어야 한다. 위에 열거한 몇몇 작목의 품종들은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나리(백합)는 오리엔탈나리를 더 많이 육성해야 한다. 둘째, 우리 품종의 국내재배면적을 높여야 한다. 재배단지화, 전문화, 규모화, 품종에 맞는 재배기술지도가 필요하다.
셋째, 수출을 위한 전략을 짜고 홍보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시장분석 등 구근유통과 수출 전담을 맡는 곳이 있어야 한다. 외국에 우리품종 시범재배 확대, 국제박람회 참여 품종소개, 지속적인 수출설명회도 필요하다. 또한 중국시장에 대한 수출전략이 필요하다. 우리시장에서 인기가 있어야 수출에 기반이 된다. 해외진출을 위한 마케팅을 하고, 외국회사에도 우리품종의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구, 지도, 국가정책 등이 단편적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그동안 연구했던 모든 결과들이 결실을 맺어 구근화훼 우리품종들이 세계시장을 석권할 그날을 기대해 본다.
■농진청 원예원 화훼과 농업연구관 정향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