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농협이 한국농협의 미래
품목농협이 새정부 농정과제 산지유통계열화 주도해야
산지유통계열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 경제사업이 가장 활성화돼 있는 품목농협을 주체로 해야 한다. 품목농협은 광역단위의 사업범위를 갖고 있어 규모화돼 있고 생산에서도 품목을 중심으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이에 원예산업신문은 품목농협의 역사와 오늘을 재조명하고 품목농협 경제사업의 강점을 소개한다.
# 농협 산지유통 기반구축
지난해 3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경제사업활성화를 천명한 농협은 9월에 사업구조 개편 세부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세부이행 계획에는 2020년까지 중앙회가 조합 출하물량의 50%이상을 적정가격에 책임판매하고 농자재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농업인은 생산에 전념, 판매는 농협이 전담하는 구조를 만들고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중앙회 경제사업을 경제지주로 이관하여 농산물 전문판매조직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경제에 충분한 자본금(0.27조→5.95) 배정해 안정적 사업기반 을 만들고, 자본금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4.96조원(36개 사업) 신규투자를 한다.
신규투자는 분야별로 ▲원예조합공동사업법인 지분투자 등 산지유통 기반 구축 4,447억원(총 투자액 대비 9%) ▲농자재센터·종돈장 등 생산비 절감 및 고품질 농축산물 생산지원 6,636억원(13.4%) ▲청과도매물류센터·축산물종합물류센터·양곡유통센터 등 도매역량 및 수급조절 기능 강화 17,626억원(35.5%) ▲쌀가공·가정편의식·육가공 등 국산농산물의 신수요 창출 및 부가가치 제고 7,474억원(15.1%) ▲농·축산물 전문판매장 등 소비지 판매역량 강화 및 소비자 편익증진 10,194억원(20.6%) 투자 등이다.
1조520억원을 투자해 수도권청과도매물류센터 완공, 양곡유통센터 및 축산물종합물류센터 착공, 도축시설 확대(2개소 확충, 1개소 증축) 등 판매인프라 확충에 중점을 두고 2014년 이후는 시장환경 및 정책방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경제사업평가협의회의 자문을 거쳐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식품, 소매분야는 민간업체와의 갈등이 없도록 기존사업 내실화 및 가맹점 형태로 운영, 신규 사업 확대는 신중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은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 성공적 추진으로 연간 사회적 편익 3조원 수준을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 사업구조 개편 1년 성과는
농협중앙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중앙회 산하에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만들어 각각 유통ㆍ판매사업과 금융사업을 총괄토록 하는 구조다. 금융 부문의 지원에 기대 사업을 해오던 경제지주는 자기자본 4조9천500억원을 확보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판매농협' 구현에 나섰다.
목표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의 50% 이상을 책임지고 판매해 농업인은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안전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올해는 그 첫걸음으로 안성에 농식품물류센터를 준공한다. 2015년까지 전국 5곳에 세워지는 물류센터는 산지와 소비지를 직접 연결하는 직거래형 유통 채널이다.
대도시 농협은 기존 153곳이던 직거래 장터를 올해 안에 200곳까지 늘리기로 했다. 산지 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직접 배달하는 농산물 꾸러미 배달사업도 시작됐다.
# 새정부 국정과제 ‘생산자단체 유통계열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산지유통의 규모화와 전문화가 중요하게 대두됐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와의 직거래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는 덜 내고 생산자는 더 받는 유통계열화를 구축한다는 것이 박근혜정부의 농업 유통구조 개선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 후 경제사업활성화도 산지유통과 소비지를 바로 잇는 직거래와 로컬푸드 등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농협은 산지유통을 전업농과 중소농으로 구분해 전업농은 농가조직화·계열화를 통해 규모화·전문화하는데 주력하고 중소농은 지역농산물 소비 중심의 로컬푸드 직거래사업을 활성화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과 농촌지역을 활성화하는 투트랙(TWO TRACK)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 사업구조개편 이후 경제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APC(산지유통센터)확충과 함께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산지유통의 핵심주체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조합공동사업법인은 읍·면 단위의 지역농협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산지유통조직이다. 사업범위가 면단위인 지역농협의 경제사업은 규모화, 전문화를 달성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연합사업 성격을 가진 시군단위의 조합공동사업법인을 결성하게 된 것이다.
품목농협은 작게는 시군단위에서 넓게는 도단위까지 사업범위를 갖고 있어 규모화와 전문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산지유통의 계열화에 품목농협이 선두주자로 나서야 한다.
# 규모·전문성 갖춘 품목농협이 유통계열화 주체
품목농협은 45개로 전체 농축협 1,163개 중 3.9%로 매우 적은 숫자다. 그러나 경제사업은 2012년말 3조4천5백77억원으로 농협 전체 사업실적 45조9천7백77억원의 7.5%를 차지하고 있어 지역농축협보다 높은 경제사업 실적을 올리고 있다. 2013년 5월말 기준으로 품목농협의 경제사업 점유비는 7.8%로 지난해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농협 경제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판매사업은 품목농협이 2012년말 2조6,239억원으로 농협 전체 판매사업 21조7,088억원의 12.1%를 차지하고 있어 품목농협의 판매사업은 일반 농축협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전체농협의 4.9%에 해당하는 45개의 품목농협이 판매사업은 12.1%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판매사업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품목농협의 경제사업이 활성화된 이유는 광역화된 사업범위와 오랜 역사를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면단위 농협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양으로 판매사업을 한다해도 한계가 있지만 품목농협은 주요 품목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면서 규모화에 유리하다.
또한 생산에서 규모화돼 있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과실전문APC를 갖추고, 공판사업, 하나로마트 사업에서도 우위를 가질 수 있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의 핵심인 경제사업 활성화, 그 중에서도 판매농협 구축이 현재 농협이 해결해야 할 숙원사업이라면 그 답은 품목농협에서 찾아야 한다.
/연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