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용과 가공원료 농산물 생산의 명암
2013-08-26 원예산업신문
블루베리의 성공에 힘입어 아로니아, 아사히베리, 커런트, 크랜베리 등의 다양한 베리류가 높은 기능성과 재배 용이성을 앞세워 속속 국내에 소개되고 있고, 이 작목의 재배면적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이렇게 새롭게 소개되고 있는 베리류들은 블루베리와 달리 맛이 떫거나 시어서 생식하기에는 부적합하기에 가공을 전제로 생산하여야 한다. 기존 전통작목을 대체할 새로운 소득작목 개발이 시급한 이때, 이런 새로운 작목이 소개되어 반갑기는 하나 가공원료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 기존의 생식용 농산물 재배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농산업의 정점은 가공산업이다. 농산물 가공산업을 농업인 입장에서 보면 농산물 소비확대에 따른 생산 확대이고,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용성과 편의성 증대이다. 생 농산물을 직접 섭취하는 것보다 가공하여 섭취하면 기호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쉽게 먹을 수 있으며, 먹는 시기의 제약도 없어지고 필요 성분만 농축해서도 먹을 수 있게 된다. 이렇듯 농산물 가공산업은 농산물에 부가가치를 입히는 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공산업을 농산업의 6차 산업화의 중요한 축으로 선정하고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가공으로 농산물의 부가가치가 향상되는 것은 농토와 농민의 손에 의해서가 아니라 가공공장의 저장탱크 속이나 가공공정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나라 전체로 보면 이 또한 큰 의미가 있겠지만 농업인 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가공원료나 일차가공품의 수입 시장이 활짝 열려있는 요즈음에는 자칫 농산물 가공산업 활성화가 가공원료 수입 확대로 연결될 개연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농산물 가공산업은 두 가지의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나는 생물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생물시장에 출하되지 않아야할 규격외품을 가공하거나 생물시장 수급조절을 위하여 잉여 생물용 농산물로 가공하는 것이다. 사과, 배, 포도, 감귤, 블루베리, 딸기, 토마토 등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주요 과일의 가공품이 이 범주에 속한다. 또 다른 한 축은 순수하게 가공을 목적으로 원료를 생산하는 것으로 유자, 복분자, 매실, 오미자 등의 가공품이 이 범주에 속한다. 대부분 수입이 용이하지 않거나 우리 농산물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들이다. 이들 두 축 모두 원료 수입으로 인한 위험성이 있지만, 농업인이 받는 타격은 전자보다 후자의 경우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순수 가공목적의 농산물 생산은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국제 경쟁력이 높지 못하다면 언제든지 수입품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생과 시장으로도 판로가 없기에 생산할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아로니아, 아사히베리, 커런트, 크랜베리 등 새롭게 소개되고 있는 베리류는 생식에 부적합하므로 가공원료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주스 등으로 단일 품목으로 가공을 해봤자 맛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다른 맛이 좋은 농산물과 혼합하든지 조미를 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2차 가공품은 농가단위의 간이 가공시설로 생산하는 것보다는 전문 가공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농업인의 역할은 원료 생산하는 것으로 끝나고 다음 단계는 전문가공공장의 가공과 유통 구조에 맞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 가공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아직 검정되지 않았고, 다행히 가공품의 판매가 순조롭게 된다고 하여도 전문 가공공장이 국내산 원료를 계속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보장도 없다.
현재 국내에서 불고 있는 아사이베리 음료 열풍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초기에는 중소기업에서 외국산 아사이베리 주스를 수입해서 판매했고, 어느 정도 소비층이 확보되자 현재는 대기업에서 수입하여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판매하고 있다. 또한 이런 베리류가 재배가 용이하다고 하나 아직 기후와 토양 등의 환경적응성과 병해충 저항성에 대한 검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재배기술이 확립되지 않았다. 따라서 가공원료 생산을 위한 새로운 작목을 재배하기 전에 안전한 판로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산 블루베리 가공 산업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은 생과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농산물 가공원료 생산 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산 농산물의 기능성, 품질, 가격 경쟁력의 우수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소비자 대상 홍보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농진청 원예원 과수과 농업연구관 박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