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식물 바이러스병에 어떠한 영향 미칠 것인가?

2013-07-08     원예산업신문

식물 바이러스병으로 인한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는 현재 세계적으로 연간 60조원 이상으로 농업생산량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밀, 보리, 유채, 감자, 콩, 목화, 사탕수수, 토마토 등 주요작물 생산액의 약 5%가 바이러스병에 의해 손해를 입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식물바이러스는 곤충을 매개로 하여 전염된다. 국제기후변화협의체(IPCC)의 4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 동안 0.7℃ 상승하였고 2100년까지는 2~3℃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이 지구온난화가 진행된다면,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곤충들의 개체수가 증가하고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바이러스병에 의한 피해 또한 증가할 것이다. 이는 직접적으로 농업생산량을 감소시키고 간접적으로 생태계에 심각한 변화를 유발하고 최종적으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식물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곤충은 진딧물, 담배가루이, 응애, 멸구, 매미충, 총채벌레, 딱정벌레 등 350여 종류가 알려져 있으며,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진딧물이다. 현재 알려진 1,000여 종류의 식물바이러스의 약 30%가 진딧물에 의하여 전염되며, 200여종의 진딧물들이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딧물들은 세대기간이 짧기 때문에 농작물에서 매년 10세대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 향후 기후변화는 겨울철이 점점 따뜻해지고 겨울철의 기간이 점점 짧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진딧물 발생이 빨라지고, 발생 기간이 증가하며, 발육이 왕성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진딧물에 의하여 전염되는 식물의 바이러스 피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식물 바이러스병의 피해 정도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식물이 주변에 얼마나 많이 존재 하는가, 또는 어느 시기에 감염이 일어나느냐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 바이러스 전염원의 양은 바이러스가 침입하는 식물이 겨울 동안에 얼마나 살아남았느냐에 달려있다. 겨울이 따뜻해지면 노지에서 월동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식물의 생존이 늘어나게 된다. 또한 여름철 태풍의 빈도가 늘어나고 강도가 세지면 식물에 상처를 많이 입히게 되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식물체간의 접촉을 통한 바이러스 전염 또한 늘어날 것이다. 한편 바이러스에 따라서는 고온으로 인해 피해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고추에 기형, 발육 및 착색 불량 피해를 유발하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의 경우 36℃의 고온 상태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이 훨씬 쉽게 일어난다고 한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의한 기온상승 및 이상기후는 식물 바이러스병의 피해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최근에 새롭게 도입된 작물이 원산지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국내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바이러스가 우연히 매개곤충을 통해 열대 및 아열대 작물 도입으로 국내에 유입되었을 경우 기온 상승으로 인해 정착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주어지게 되면 감염된 식물은 무방비 상태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왜냐하면 이 식물은 새로운 바이러스에 노출된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이들 식물과 바이러스는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 피해에 대비하여 인간의 선발이 이루어지거나 작물 스스로의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FTA 확대로 인한 국가 간의 무역량 증가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유입가능성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로 열대, 아열대 채소작물의 도입 및 재배가 늘어난다면 기존에 국내에 문제가 되지 않았던 새로운 바이러스의 피해가 더욱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로 인하여 작물의 생육기간이 길어지는 한편 바이러스 매개곤충의 발생이 증가한다면 작물의 바이러스병의 발생 기간 또한 늘어나게 되며 더불어 피해도 증가할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은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 매개 곤충의 도입과 정착을 조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바이러스 매개곤충들의 증가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식량생산을 줄어들게 하거나 혹은 더 많은 살충제의 사용 또한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 네덜란드 등 농업선진국은 기후변화 모니터링 자료를 축적하여 기후변화에 대비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 발생 시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 힘쓰는 한편 더 나아가 기후변화를 인류의 생존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농업생산량 감소를 초래할 수 있는 병해충에 의한 위험 정도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농진청 원예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 농업연구관 정봉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