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 장관 인터뷰
선도적인 의무자조금단체 확대해 원예품목 대표단체로 육성
▲원예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습니다. 식량과 축산은 농민단체들이 정책결정에 있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원예는 과수협회, 과수농협연합회, 화훼협회 등이 있고 품목별대표조직이 있지만 영향력이 미비합니다. 이에 원예분야 위상을 높이고 원예인들이 스스로 수급조절, 고품질화, 소비홍보를 할 수 있도록 자조금을 조성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향후 자조금단체를 원예품목별로 대표할 수 있는 단체로 만들자는 원예인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지난 2000년 파프리카, 참다래를 시작으로 2013년 현재 24개 품목 자조금이 조성되어 생산자 중심의 소비촉진, 시장개척, 수급조절 등을 자율적으로 운용하고 있으나, 원예 자조금은 품목과 거출 형태가 다양하고 참여회원 규모가 영세하여 자조금 조성에 애로가 많고, 그 역할이 소비촉진, 홍보사업, 이벤트 행사에 그쳐 산업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고 원예분야 자조금 사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시행해 제도적으로 의무자조금의 도입 근거를 마련했다. 기존 품목대표조직 지원사업(30개 품목)이 종료돼 자조금사업으로 전환 추진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선도적인 의무자조금단체를 확대하고 원예품목의 대표단체로 육성해 품목산업을 활성화시켜 나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품목산업 정책 수립 시 자조금 사업과 연계해 지원하고, 사무국 설립 등 자조금 단체의 운영에도 내실화를 기할 것이며, 품목별 생산·유통·가공·수출업계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도록 적극 홍보해 나가겠다.
▲기존의 미국, EU, 호주와의 FTA와는 다르게 중국과의 FTA는 원예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원예산업의 위상과 함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농식품부의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영세·소농 생산구조인 우리 원예산업은 최근 시장개방 확대, 유가상승 등 생산비 증가, 유통비용 증가 등 다양한 대내외 위기 요인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원예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저비용·고품질 생산기반 확충, 유통구조 개선, 소비촉진 및 수출확대, R&D지원 확대 등 다각적인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원예시설현대화 및 개보수 등을 통해 에너지 다소비 시설을 다겹보온시설, 지열난방시설 등 에너지 절감시설로 전환하고, 첨단온실 신축, 비가림하우스 등 고품질 안전 원예농산물 생산기반을 확충하겠다.
무엇보다 산지의 조직화·규모화를 통한 유통구조 개선 및 시장교섭력 제고가 중요한 만큼 생산자 단체를 통한 계열화를 집중 추진하겠다. 원예전문 산지유통센터(APC)를 확충해 농협의 ‘권역별 도매물류센터’ 등과 연계한 공동마케팅 촉진 및 유통계열화를 통해 산지와 소비지를 바로 연계하고 산지 조직화, 계통 출하농가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농협의 산지점유 비율 확대와 시군 단위로 광역화된 ‘조합공동사업법인’을 산지유통 핵심조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또한,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소비홍보를 통해 안정적 내수기반을 마련하고, 수입개방으로 인한 소극적 국내 피해 대응에서 공세적 수출 정책으로 전환하겠다. 마지막으로 노동력 절감, 기후변화 등에 대비한 신품종 육성 및 생산비 절감기술 개발, 가공식품 개발 등을 통한 신수요 창출을 위해 R&D 지원도 확대하겠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원예산업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지속가능한 산업이 되려면 화석연료 중심에서 친환경·에너지 절감형 생산시스템으로 점차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경영비 부담도 줄이고 고품질 친환경 제품의 비중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정부는 이를 위한 연구개발과 시설자금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
▲중국과의 FTA는 다른 FTA와는 달리 과수, 채소류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과, 배 등 과실류와 양념채소류는 민감품목으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농식품부의 대응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정부는 국내적인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단계별 협상을 통해 한중 FTA가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합적·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품목별 전문가 회의, 토론회, 설명회 등에서 수렴된 농어업계 의견을 협상에 반영하고 있다.
1단계 협상에서는 양허제외 등 예외적 취급이 적용되는 초민감품목군의 비중을 최대한 확대하고 농산물에 우선 배정되도록 할 것이며, 2단계 협상에서는 1단계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민감품목 결정과 함께 서비스·투자 등 전 분야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수출 전략품목을 적극 육성하고 중국 칭다오에 농식품 수출전진기지를(내년 3월 완공 예정)를 만들고 안테나샵을 중심으로 물류와 초기 마케팅 등 수출애로사항을 해소해나감으로써 우리 농식품의 대 중국 진출 확대를 도모하고, 향후 협상추이에 따라 피해예상분야에 대한 국내대책 마련을 추진하겠다.
▲과수분야에서는 고품질 과수생산과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는 시설현대화사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시설현대화사업을 위한 FTA 지원기금이 2017년에 종료되는데 2020년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한 FTA로 인해 과일 수입이 증가하면서 과채류와 과실류가 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FTA 이행에 따른 간접적 피해에 대한 농식품부의 대책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과수시설현대화사업은 한·칠레 FTA대책으로 2004~2010년까지 3,615억 원을 지원했고, 한·미 FTA대책으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4,209억 원 규모로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3.1천ha에 491억원을 지원했고 올해 3.9천ha에 627억원, 내년에는 4.0천ha에 636억원이 지원된다.
과수시설현대화사업의 2020년까지 연장 지원 여부는 추후 한·중 FTA협상 결과 등 대내외 여건 변화, 재정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토할 사항이다.
간접적인 소비 대체관계에 있는 품목, 예를 들어 오렌지와 참외·딸기 등은 피해 발생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고 피해 여부를 정확히 계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품목별 경쟁력 강화 사업 및 농업 체질 개선 사업 등을 통해 지원하여 농업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념채소류의 재배면적이 2000년 이후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늘, 고추, 양파 가격이 불안정해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재배면적 감소와 기상이변 등으로 인한 수급불안이 가격 급등락의 주요 원인이다. 정부는 양념채소 재배면적 확보와 재배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밭농업직불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가격폭락 시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최저가격 보장·시장격리 등을 위한 재정지원을 30억원에서 100원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고추 비가림 시설, 마늘 우량종구 생산단지 조성, 양념채소 전용 농기계임대사업 지원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최근, 생산자·소비자·관련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수급 위기 상황별 조치사항을 체계화한 ‘농산물 수급조절 매뉴얼’을 마련하였고, 배추·양파에 대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수급문제가 발생시 미리 예시한 절차와 내용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서민생활과 밀접한 고추·마늘·양파 및 배추·무의 계약재배를 확대하고, 국내산 비축도 늘여 물가안정용 공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화훼산업이 매우 어렵습니다. 경기침체로 인하 꽃소비 감소도 원인이지만 수입산 화훼 증가도 화훼농가를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난 선물을 사치품으로 인식하고 이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농사용 전기요금이 인상돼 화훼농가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화훼산업 발전을 위한 농식품부의 대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최근 우리 화훼산업은 엔화가치 하락으로 수출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유가상승과 전력요금 인상으로 생산비는 증가하고, 경기침체로 소비는 감소하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화훼는 다른 농축산물과 달리 필수적 소비재가 아니므로 소비량이 경기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이다.
정부에서는 화훼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생산과 유통기반을 조성해 나가는 동시에, 안정적인 꽃의 수요 창출을 통한 내수활성화와 지속적인 수출확대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강구하겠다.
내수와 관련해 금년에는 경기침체로 꽃 소비가 감소되고 있는 점을 고려, 화훼가치를 재조명(공기정화, 원예치료 효과 등)해, 국민소득 수준에 걸맞고 새로운 트랜드에 적합한 ‘꽃 생활화 확대방안’도 별도로 추진해 꽃 소비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수출 홍보마케팅을 강화함으로써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고 수출업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지원 정책을 추진하겠다.
수출국별 맞춤형 수출전략 수립을 위한 정보조사를 실시하고 수출업체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공동물류 사업을 확대하고 환변동보험상품 개발, 원물확보자금 융자지원 등의 사업을 시행하겠다.
▲마지막으로 원예인들에게 FTA를 이겨내고 국민에게 고품질의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사시사철 고품질의 안전한 원예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식탁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우리 원예 농업인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일구어낸 백색혁명 등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파프리카 수출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개방시대에 가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 역시 기술과 자본이 집약된 원예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 개방 확대 등으로 인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합심해 대응하면 극복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새 정부는 ‘생명산업’이자 ‘안보산업’인 농업에 대해 관심이 많고 그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생산자는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정부는 개별 농가에서 하기 어려운 인프라 조성과 연구개발 등을 적극 도와서 ‘희망찬 농업’과 ‘활기찬 농촌’으로 국민에게 행복을 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
/정리 연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