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 따라가는 뱁새

2013-05-27     원예산업신문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있다. 최근 부각되는 로컬푸드를 보면 이 속담이 떠오른다.
로컬푸드는 수익사업이 아닌 공익사업으로 운영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사업자로 선정된 품목농협은 오랫동안 로컬푸드 개념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고 수익은 기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많은 사업자들이 로컬푸드를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수익성 국책사업으로 오판하고 뛰어든다는 점이다. 품목농협이 하는 것을 보고 개념없이 따라하는 것이다. 부실과 졸속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황새를 따라가는 뱁새와 진배없다.
지난 이야기이지만 학교급식도 마찬가지이다. 품목농협은 각고의 노력을 통해 학교급식을 발전시켰다. ‘각고의 노력'이란 차마 지면으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고통과 시행착오를 의미한다. 그러나 수익사업으로 오판한 납품업체들이 뛰어들면서 사업이 퇴색되고 저가경쟁체제가 되면서 엉뚱하게도 품목농협과 소비자(학생)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심지어 학생이 아닌 납품업체를 걱정하는 경우도 있어 관계자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뱁새가 자기 가랑이만 찢는 것이 아니라 황새 다리도 부러뜨리고 있다.
품목농협은 강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식탁에 이용되는 모든 원예농산물을 취급하고 관할 지역이 매우 넓다. 자유경쟁체제에 적임자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품목농협을 옹호하는 말이 결코 아니다.
선량한 농업인과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정책이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로컬푸드 사업이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우선하는 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뱁새를 위한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