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의 교훈

2013-05-06     원예산업신문

약 500년전 중세시대의 외교관이었던 마키아벨리가 저술한 군주론은 오늘날에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한때 금서로 지정되는 수난을 겪었지만 훌륭한 정치 서적으로 손꼽힌다. 군주론이 비판을 받는 중요 이유 중 하나는 비신사적인 행위(이하 더티플레이)를 정당화했다는 점에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때에 따라서 더티플레이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단서가 붙었다는 것을 간과하기 쉽다. 그 더티플레이는 대중, 대의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필요하며 짧게 끝내야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군주가 강한 힘을 가져야 하고 통일이 필수라고 피력했다.
군주론과 우리 농업계의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속도로를 점유하고 항의하는 단체, 합법, 불법 여부는 아예 고려하지 않고 집회·시위로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농업인, 무조건 큰 소리부터 내는 기관 등, 이들이 했던 행위를 더티플레이라고 비판하겠지만 이 때문에 농업 문제가 국민에게 알려졌고 농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더티플레이가 정당화되는 충분한 요건을 갖췄다.
우리 원예인도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 원예인은 위상을 높이는데 소극적이고 관심이 없다. 주체인 원예인이 나서지 않는데 누가 위상을 높여주겠는가? 물론 농업 특성상 시간을 비우는 것이 어려운 점도 큰 원인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주체가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원예인의 성품이 너무 온순하고 착하다는 말까지 있다.
더티플레이가 아니어도 적극적인 의사표현과 행동을 해야 할 시대에 왔다. 그 이유는 원예산업의 위상이 단순히 원예인의 이익을 증진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의 위상, 국민 건강증진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통일과 대의를 강조한 군주론의 교훈을 되새겨 원예산업의 위상도 높여야 한다.
/김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