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힐링 ‘인삼 잎’의 마술
2013-02-25 원예산업신문
7년 전 우연히 인삼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인삼 생산시 농약을 사용치 않고도 연중 생산할 수 있는 수경재배기술 개발과 이용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뜻밖에도 연구과정에서 인삼 잎과 줄기에도 좋은 성분이 다량 들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햇볕을 싫어한 줄로만 알았던 인삼이 햇볕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햇볕을 잘 받고 고온에서 자란 인삼은 그늘에서 자란 인삼보다 사포닌 함량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특히 잎에는 뿌리보다 총사포닌 함량이 8∼10배 많았으며, 다양한 진세노사이드와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있었다.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인삼의 뿌리는 나이가 들수록 사포닌 성분이 증가하여 6년 근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으나, 인삼 잎은 반대로 1~2년생이 사포닌 함량이 높고 나이가 들수록 감소한 다고 하였다(2007. 국제식품화학회지).
따라서 좋은 성분을 많이 함유한 인삼 잎을 원료로 생산하여 이용코자한다면 굳이 6년까지 재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인삼 잎은 단기간에 친환경으로 쉽게 생산이 가능하였는데, 사포닌 함량이 뿌리보다 월등히 많이 들어있는 사실을 알고부터 인삼 잎을 이용하기 위한 방안을 얻고자 기록을 찾게 되었다. 그러나 인삼 잎을 식용으로 한 사실이나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처음에는 인삼 잎에 독성이나 특별한 성분이 들어있어 먹지 않는 것으로 알았었다.
그러나 예로부터 인삼은 몸 안의 독을 제거하고 피부를 곱게 만들고 피부병을 개선한다고 해 인삼 잎을 차로 다려 마시곤 하였다고 한다. 비록 우리 손으로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일제 강점기인 1920년에 조선총독부에서는 전매국을 설치하여 인삼을 독점 관리하였는데, 1931년에는 충청북도 경찰부장으로 임명된 이마무라 도모가 1939(昭和14年3月)에 저술한 ‘인삼사’제5권 6장에서 “개성 고려인삼업사에서는 인삼차라는 명칭을 가지고 인삼의 세근, 줄기, 화경, 잎 등을 잘라 말린 후 알미늄 통에 넣어 혼합물을 팔았다.”라고 기록하여 인삼의 뿌리뿐만 아니라 잎과 줄기, 꽃봉오리 등을 차로 음용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심혈관질환개선제인 의약품에도 약품의 주성분은 미국인삼의 잎과 줄기에서 추출한 사포닌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음을 기록하고 있어 인삼의 잎과 줄기가 의약품으로도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이용팀에서는 인삼 잎을 물에 띄워 목욕하면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는데 이 주요성분이‘사포닌’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프로콜라겐은 콜라겐 생성유도물질로 노화와 피부주름 방지에 중요한데, 실험결과 인삼 잎은 프로콜라겐이 36% 더 생성되어 우수한 것으로 확인하였고, 이밖에도 인삼 잎에는 빛에 노출이 많은 피부세포를 활성산소로부터 보호하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태양광에 노출되면 활성이 증가해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을 생성하는 탄력성 단백질 분해요소인 엘라스타제 억제실험 결과, 인삼 잎은 엘라스타제의 활성을 대조군보다 26% 더 낮추어 주름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자외선을 받는 피부의 각질층은 불규칙하고 두꺼워지는데, 인삼 잎 추출물을 8주 동안 바른 흰쥐 피부의 각질세포는 얇고 피부표면은 매끄러워져서 손상된 피부치료에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한편 3~4개월 자란 어린 수경인삼의 잎과 줄기에는 중주신경억제, DNA?RNA 활성촉진작용, 부신피질호르몬 분비작용에 효과가 있는 진세노사이드 Re성분이 뿌리에 비하여 30배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 중추신경흥분, 항피로, 피로회복, 기억력 증진에 효과가 있는 Rg1 성분도 10배나 높았다. 이밖에도 부신피질호르몬 분비작용에 효과가 있는 Rd, 뇌세포 진통작용에 효과가 있는 F1 함량도 높게 나타났다. 특히 30일정도 자란 어린 인삼 잎과 줄기에는 피부 노화억제 기능을 가진 F2 성분과 Ginsenoside compound Mc1 성분도 높게 함유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어린 인삼의 잎과 줄기에는 21종의 다양한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는데, 인삼 잎에는 당·지방대사, 암모니아해독, 정신신경교정 효과가 있는 글루탐산(Gln)이 가장 많이 들어 있었고, 고혈압 당뇨예방, 불면증, 우울증, 정신안정, 비만억제에 효과가 있는 감마아미노부틸산(GABA), 콜레스테롤저하, 간기능강화, 혈당저하 기능을 가진 알라닌(Ala), 우울증, 조증예방의 아스파라긴산(Asn) 함량이 높게 나타났다. 이밖에도 세린(Ser), 발린(Val)과 불면증, 우울증 예방, 항당뇨, 통증경감 효과가 있는 코레스테롤트립토판(Trp) 등 기능성 물질이 들어 있어 금후 천연 의약품개발에도 중요한 원료로 사용전망이 밝음을 암시하였다.
따라서 좋은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인삼 잎과 줄기를 많은 농가들이 생산한다면 녹즙이나 차, 쌈 채소, 천연분말, 인삼 잎 발효식품(짱아지, 인삼김치) 등 다양한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화장품 원료로 활용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상부의 경우 단기간에 청정원료를 대량 생산할 수 있어,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소재를 생산함으로써 농가소득 증대 및 위기에 처한 농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농진청 원예원 인삼과 농업연구사 김용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