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농사는 끝났다

2005-12-06     원예산업신문

   
과원관리에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비료를 주지 않는 농사가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과원토양은 ‘양분 과부하’ 상태에 빠져있다고 선도농가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초생재배 등의 방법으로 비료성분, 특히 질소질을 빨리 빼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몇년 전만해도 풍년이 든 해 과일을 수확하고 나면 ‘감사비료’를 주는 과원이 많았다. 쇠약해진 수세를 회복시켜야 꽃눈발달에 도움이 되고 겨울을 잘 넘겨 이듬해에도 좋은 과실을 다수확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감사비료는 꼭 필요하다’고 농민들은 생각했다.충남 예산의 백송작목반. 이 작목반에서 생산되는 과일은 명품만 취급하기로 이름난 서울의 현대백화점 등에 납품되고 있다. 백송작목반은 엄격한 자체규율에 따라 반원들을 ‘지배’하고 있다. 반원들은 자기과원에 마음대로 비료를 주지 못한다. 과원관리와 출하 등 모든 작업은 작목반장의 말이 곧 법이다. 이 법에 따르지 않고 몰래 비료를 주다 걸리면 작목반원의 자격이 박탈된다.작목반의 ‘기강’이 확립되기까지 작목반장의 가장 큰 임무는 비료를 주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일이었다. 물론 지금은 도둑비료를 주는 농가는 없어졌다. 비료를 주지 않고도 좋은 과실을 딸 수 있으며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때문이다. 오히려 비료를 주면 과원에 독이 된다고 백송작목반원들은 믿고 있다.과수의 수령에 따라 또는 토양과 뿌리 및 잎의 상태를 감안, 비료가 필요한 경우 약을 처방하듯 제한적으로 시용할 뿐이다. 백송작목반에서 화학비료는 양분공급원이 아니라 부분적 생리장해 발생시 사용하는 수세조절용 ‘치료제’일 뿐이다.이처럼 과수농가들이 화학비료, 특히 질소질 시용을 멀리한다는 것은 예전의 ‘갯수농사’에서 벗어나 ‘크기농사’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또 당도농사와 색깔농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소비자들은 과일 구입시 고려사항으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꼽으며 그 다음으로 당도와 신선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같은 응답결과는 설문조사 때 마다 수치의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순서의 변화는 없다.과수농가들은 지금 화학비료 의존에서 벗어나면서 시장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토양과 수체에 질소질을 떨어뜨리면서 과일의 품질은 시장에서 원하는 수준에 근접시키려 노력하고 있다.시비 등 재배법의 차이가 과일품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제주 난지농업시험장의 감귤비교연구 포장 등 실제 사례를 통해 이미 확인되고 있다.난지농업시험장은 올해로 3년째 총 3,000평의 감귤과원을 1,500평씩 관행과 시험포장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시험포장은 초생재배와 다공질필름 피복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토양 및 엽분석 결과에 따라 시비하고 있다. 물론 방풍수를 일부 제거하고 간벌을 철저히 실시, 채광조건을 개선했다.그 결과 당도 11도 이상, 산도 1.0 이하의 품질조건을 만족시키는 과실비율(임의 샘플링)이 90%에 가깝게 높았다. 이에 비해 관행포장은 13%미만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10월 중순경 관행재배 감귤은 색택이 제대로 나지 않지만 시험포장은 샛노랗게 물들여지며 당도 역시 높게 나타난다.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을 좌우하는 가락시장의 거래가를 살펴보면 과일에도 ‘신분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후지사과와 신고배가 한창 출하되는 11월초 하루를 임의선택, 가락시장에서 발표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정보를 분석해본 결과, 특품의 절반값을 넘겨받는 하품은 없었다. 하품은 잘 받아야 특품의 40% 안팎에서 경락되었으며, 차이가 벌어질 때는 특품의 23% 수준에 불과했다.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각 도매법인의 그날 거래가를 평균치로 환산, 가격정보를 발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우에 따라 차이가 더욱 클 수도 있다. 정확한 통계는 잡을 수 없지만, 특품가격 대비 20%이하에 팔리는 물량도 상당량에 이를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질소질 시비를 억제, 품질향상 효과를 거두고 있는 사례는 한국과수농협연합회의 썬플러스 시범농원을 통해 충남 예산과 서산·태안, 충북 보은, 경남 거창, 경북 청송 등 전국의 과원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들 시범농원들은 새로운 시비체계 적용 2~3년차부터 상등품 비율을 2배 정도로 높이는데 성공했다.시비체계의 개선은 품질 규격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어 출하단위 규모화를 유도, 산지의 시장교섭력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과수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열쇠라고 볼 수 있다./강대승 기자■썬플러스 시범농장 운영 안용식씨한국과수농협연합회 고유브랜드인 썬플러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충남 태안군 장산리 안용식씨는 후지 30년생 노목의 리모델링에 성공했다.후지 6,500평과 홍로 1,000평의 사과원을 썬플러스 시범농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안씨는 과수농협연합회의 친환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