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녹지, 벽면녹화 그리고 농업

2012-11-12     원예산업신문

도시화·산업화를 통해 이루어진 우리나라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아파트, 고층빌딩, 고가도로로 이루어졌다. 건물의 불빛으로 이루어진 한밤의 도시 야경은 우리 삶의 수준이 매우 높을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하지만 화려한 도시에서 우리의 삶은 그리 만만치 않다. 사회의 경쟁구조에 기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인간 활동의 부산물로 인한 환경오염, 그리고 산업화에 따른 생태계파괴는 도시에서 우리의 삶을 팍팍하게만 한다. 우리는 우리의 문제를 풀기 위한 해결책이 필요하며 그 방법으로 도시의 녹지 양을 늘리는 것을 권하고 싶다.
사실 우리의 도시는 많은 녹지를 가지고 있다. 서울시 기준 도시의 녹지면적은 전체의 42.0%(253.34㎢)를 차지하여 선진국의 도시에 비해서 적지 않다. 하지만 녹지의 대부분이 도시외곽에 자리 잡은 자연공원(63.4%)이라는 점이며 실제 우리의 생활권에 접근이 가능한 공원면적은 1인당 4.35㎡으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협소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평소 생활하는 집근처, 등교 및 출퇴근을 하는 길목, 공부를 하는 학교근처, 업무를 보는 회사근처에 생활권 녹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도시의 높은 지가는 우리의 생활권에 녹지 공급을 어렵게 한다. 이에 대한 대안이 수직녹화이다. 수직녹화는 벽면에 식물을 재배하는 것으로 좁은 면적의 토지에 많은 양의 녹지를 공급할 수 있다.
수직공간에서 식물을 재배한다는 것은 매우 낯 설은 개념일 것이다. 하지만 벽면녹화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고대 도시 폼페이의 유적에서 시민 주택에 뚜껑이 있는 아트리움과 통풍이 잘 되는 중정인 페리스트리움에 덩굴성 식물이 얽힌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영국의 Hidcote manor와 Sissinghurst castle 정원에는 높은 벽돌담에 덩굴식물이 식재되어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도 주거지 주변에서 판벽에 흡착된 담쟁이덩굴이 아름답게 단풍드는 모습이나 대나무를 성글게 엮은 네모난 울타리에 남오미자가 휘감긴 경치, 더욱이 등나무 덩굴의 시렁 등이 전통적인 녹지의 연출로 받아들여져 왔다. 수직녹화는 동서양을 초월하여 우리의 주변에 늘 있어왔던 것이었다. 다만 도시화의 과정 중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것뿐이다.
현대의 발전된 벽면녹화방법에는 등반형, 하수형, 기반조성형과 같이 3종류가 있다. 등반형 및 하수형은 주로 덩굴식물이 이용되며 덩굴식물이 가지고 있는 부착근(흡반 또는 기근), 감는 줄기, 덩굴손, 감는 잎자루 등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또한 기반조성형에서 다양한 초본류나 목본류를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 철망 등으로 유인하여 목본류를 벽면을 따라서 평면적으로 설치하는 에스페리아 방법도 이용될 수 있다.
이러한 벽면녹화를 통한 녹지공급은 도시민의 생활권에 많은 녹지를 확보하여 도시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한다. 때문에 벽면녹화는 도시의 녹화 기법 중 매우 중요한 기법이며 경관용 덩굴성 식물 소재의 새로운 소비처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5,0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이다. 때문에 우리의 농산물소비 시장은 협소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지만 결국 농산물 소비 방식은 먹는 것이다. 소비인구는 적고 같은 방법으로 농산물을 소비한다. 우리의 농민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우리 농업은 새로운 소비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기존의 ‘먹는다’는 소비 유형이 아닌 ‘경관을 만든다’는 소비 유형의 도시 경관용 식물 시장은 새로운 차원의 식물소비시장이며 이를 통한 농산물 소비 유형의 확장은 우리 농업의 새로운 시장이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농진청 원예원  도시농업연구팀 농업연구사 김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