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패러다임 원예산업에서 찾자
2012-06-18 원예산업신문
■새로운 수출 유망주 - 백합
■농가탐방 / 선재농원 원은식 대표
100만달러 수출 달성 농식품부 장관 표창
영월군 백합재배 전진기지 목표 투자 계속 늘려
원 대표는 지난 1986년 백합을 소규모로 생산하기 시작해 현재 5000평 규모로 생산지를 늘렸다. 처음 백합을 재배할 무렵 국내 화훼 시세가 무척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2000년에 들어서면서 국내 시장이 포화되자 새로운 판로 모색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일본으로의 수출에 눈을 돌렸다.
“영월의 백합재배 기후와 일본의 꽃수요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분입니다. 영월백합의 주출하시기는 7월부터 11월, 늦어도 12월 말까지인데 일본의 꽃수요도 9~11월에 사이에 가장 많습니다."
또한 원 대표는 “당시는 노동력 감소에 따른 일본 내 백합 생산지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수출에 큰 청신호를 보였다"고 말했다. 선재농원이 남달리 이름을 얻는 것도 영월군에서 처음으로 일본 수출길을 연 영향이 크다.
“영월백합은 품질이 높기로 유명한데 이는 하절기 백합 재배지로서 탁월한 입지조건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밤낮 온도 차이가 심해 여름에도 야간에는 14도까지 수은주가 떨어지는데 폭넓은 온도차로 인해 백합의 색깔이 선명하고 유통과정에서도 신선도가 오래 유지됩니다."
앞으로도 이런 지리적 혜택을 최대한 이용해 고품질 백합 생산에 더욱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 원은식 선재농원 대표의 계획이다.
하지만 여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인력수급에 어려움이 많다. 백합재배는 특정 시기에 일이 집중적으로 몰려 외국인 노동자조차 상시로 고용하기에는 비용부담이 너무 큰 형편이다. 그나마 있는 인력도 군에서 운영하는 공공근로 형태로 빠져나가버리니 인력이 있어도 정작 필요한 곳에 투입되지 않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인터뷰 / 최명식 (사)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장
백합, 화훼류 수출 두 자릿수 증가 유일
종구자급화 연구 농가참여율 50% 이상돼야
최명식 (사)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장은 “지난해 백합 수출 2600만 본, 3300만 달러를 달성한 만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궁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한 1년에 2600만 본을 수출하는 화훼는 백합이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각 나라마다 네덜란드에서 종구를 수입해 키우고 있어 다른 무엇보다 높은 재배기술이 백합 경쟁력의 관건인데 현재 우리나라의 재배기술이 세계적으로도 우월하다. 더구나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거대시장이 인접국에 자리 잡아 향후 수출확대에 큰 몫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인천공항을 이용하면 중국 상해까지 1시간이면 화훼 수송이 가능하다. 또한 백합은 유통 특성상 다른 화훼류보다 이점이 많다. 만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통을 하기 때문에 이동과정에서 꽃이 상할 우려가 없고 그만큼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
“높은 수출경쟁력에도 불구하고 백합 재배면적·수출물량이 발맞춰 급증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의 무관심 탓이 큽니다. 종구 구입비가 생산비 절반에 달해 자급화가 시급한 형편인데 이는 농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지요."
최명식 회장은 종구자급화와 관련해 정부의 정책 방향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지원 아래 이뤄지는 종구개발사업이 단기사업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품질 좋은 백합종구 개발은 짧게는 5~10년, 길게 잡는다면 50년이 필요하다. 신품종을 개발 중인 연구원의 경우 이삼 년을 연구하다보면 인사이동으로 연구맥이 끊기게 된다. 학계에도 몇 년을 기한으로 연구사업이 진행되다보니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올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특히 종구개발 관련 지식은 재배농가의 기술수준이 이들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 평생을 백합생산에만 몰두하며 사시사철 생태를 지켜보고 품종을 개량해 오니 다른 어떤 전문가보다 실경험이 높은 것이다.
“앞으로 종구개발 연구에 있어 농가참여율이 최소 50%는 되어야 합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해마다 개발되는 신품종 절반이 농가에서 나오는 것이 그 반증입니다."
지금처럼 신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시범 재배하게끔 보급하는 구조가 아니라 종구개발부터 농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최 회장은 다시금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백합자조금이 새로운 시장개척과 종구구입에 70%이상 활용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종구수입량은 2500만 본이었으며 백합자조금 9억 원 중 50%가 백합종구에 쓰였는데 전체 물량 수입량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금액이다. 수출이 활성화를 띄고 있는 만큼 종구구입비 절반가량은 정부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백합 신품종을 육종을 하는 농가들에게 백합자조금이 많이 배정되도록 해야 종구개발이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이며, 정부에서도 수출이 잘 되는 분야에 수출이 더 잘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우리나라 백합 수출경쟁력이 더욱 신장 될 것입니다."
최명식 (사)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장은 “이를 통해 백합자급화가 더욱 앞당겨지면 백합산업 또한 더더욱 활력을 찾을 것이다"며 “각계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백합종구를 수입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세계로 우리의 종구를 수출하는 시대를 열어가자"고 포부를 밝혔다.
■농가탐방 /대명그린농장 이명용 대표(강릉원협 감사)
정부 52억여 원 지원 종구생산전문단지 조성
강릉 연중 백합생산 경쟁력 한 발 앞서
이명용 대명그린농장 대표는 “그간 강릉은 백합생산 최우수단지를 계속 유지해 오다 지난해 폭설로 생산량이 줄어 올해는 안타깝게도 우수단지로 지정되었다"며 “현재 최우수단지는 인제군 하나뿐인데 생산량을 다시 높여 곧 최우수단지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1996년 강원도에서 종구를 지원 받아 50평 규모로 재배에 나서 경작지를 6000평으로 늘렸다. 또한 지금은 강릉수출원예단지 회장을 맡고 있으며 지역 내에서 알아주는 백합전문가로 통한다.
백합 품질향상 위해서는 무엇보다 좋은 종구를 구입해 심어야 한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시기별로 진행해야 할 병충해 예방작업과 영양분 공급 등의 지침은 체계적으로 잘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작물에 대한 관심도는 농장마다 달라서 주인의 발자국소리가 얼마나 자주 들리느냐에 따라 품질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두 계절 내내 땀 흘려 재배해 경매에 내놓았는데 경락단가가 종구 구입비보다 못할 때면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집니다."
이명용 대표는 일 년에 몇 차례 그럴 경우가 생기는데 농가의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경매단가를 책정할 때부터 생산농가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다. 가령 구근 구입비가 500원이고 생산비가 500원이면 최소 1000원에서부터 경매가 시작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물량에 따라 경매가격이 급격하게 차이나는 실정이어서 농가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 고질적인 문제다.
“미래를 위해서 종구생산이 절실한데 우리나라 종구 생산은 이제 걸음마 수준에 불과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국내에도 스타급 종구 생산으로 농가소득이 더 높아지면 재배규모가 늘어나고 더불어 백합산업도 신장하기 마련입니다."
이 대표는 “백합종구자급화는 백합재배자라면 모두 최우선으로 희망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강릉시와 인제군을 종구생산전문단지로 지정해 올해 50억8천만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 중 3억 원을 강원도농업기술원에 배정해 종구연구에 쓰게 하고 나머지를 인제군과 강릉시 두 곳이 23억9천만 원씩 나눠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종구보관창고, 종구 선별기 등을 갖춰 백합수출전문단지로서의 기반시설을 다져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자부담금 9억6천만원이 마련되어야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이를 조속히 마련하는 방안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있다.
“시설하우스 몇 동을 종구자급화를 위해 운영하면서 여러 품종을 키우고 있는데 특히 주목하는 품종은 강원도에서 개발한 그린아이즈, 일명 강원1호입니다."
일본 소비자에게도 호평 받은 바 있다는 그린아이즈. 이명용 대표는 앞으로 강원1호가 본격적으로 재배되면 농가소득 창출에 톡톡히 기여할 것이라고 뿌듯해 했다. 또한 7월 중순경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및 도기술원, 백합생산농가 등 여러 관계자들이 이곳 대명그린농장을 찾아 신품종 평가회를 열 예정인데 그때야말로 희망이 진짜 무엇인지 보여주겠노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의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