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농협 친환경급식 주체되자

광양원협 국내 학교급식 선두주자

2012-06-11     원예산업신문

광양원예농협(조합장 김영배)은 품목농협으로는 제일 처음 학교급식사업에 진출해 사업을 급격히 확장시켜 왔다. 그 배경에는 경쟁력 있는 농업을 위한 전략이 깔려있었다. 적은 농토에서 경쟁력 높은 농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집약적인 농법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친환경 시설원예농업이라는 것이다.
광양원예농협은 친환경농업 기술개발 및 경작 확대로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시키고 직거래 활성화 등 유통구조 개선으로 농업인에게는 땀 흘린 보람을 돌려주고자 이미 지난 2003년부터 친환경 농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했다. 농협의 존재가치는 바로 농민이므로 농민들의 상품을 유통시켜야겠다는 의지와 각오로 당시는 10년 앞을 내다본 사업이었다. 그것이 곧 학교급식 사업과 연계돼 오늘날의 성장에 큰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물론 남들보다 앞서 학교급식사업을 개척하자니 하루하루 무수한 어려움이 뒤따랐다. 작고 한정된 예산으로 많은 장비와 인력을 투자?운영하자니 초창기에는 적가가 속출했다. 하지만 3년 정도 희생을 겪으면서 차차 외형을 넓히고 내실을 다져 사업 4년차에는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특히 2011년 친환경 농산물 판매 실적은 광양시 학교급식 50억, 전남 동부권 급식 5억, 서울 등 관외 급식 20억 원으로 무려 75억 원에 달한다. 올해는 광양시 학교급식만 해도 212개교 32,083명을 대상으로 57억 가량의 사업비로 운영된다. 현재 광양원협이 공급하는 학교급식 품목은 모두 134개인데 이 중 광양산이 83, 전남산이 51개다. 식재료의 안정적 생산 및 가격 안정화를 위해 계약재배를 추진하고 있는데 주요 납품 품목 44개를 올해 60%에서 내년에는 80%, 2014년에는 100%까지 광양산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당해 연도 식자재 확보 및 수급계획은 광양산 농산물을 80%까지 넓히고 나머지는 전남 지역 생산품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처럼 해를 거듭하며 친환경급식사업이 성장한데는 광양원예농협만의 남다른 공동체 의식이 큰 몫을 차지했다. 수익성보다는 친환경농업으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공급한다는 목적이 광양원예농협의 경영철학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농민들은 소득 향상과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 학생들은 영양 가득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김영배 광양원예농협 조합장은 "학교급식이야말로 신뢰가 가장 큰 생명인 만큼 절대로 눈속임은 없어야 한다"며 “이건 명령이 아닌 사명감이다”고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직원들에게 단호히 주문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먹는 음식임을 강조하며 일말의 허점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정신무장을 시켜갔다. 적자가 난다고 해서 그것을 만회하려고 부정을 저지르면 결코 안 됨을 누차 주문한 것이다. 여기에 철저한 위생관리까지 뒷받침되니 광양원협은 학교급식사업에서 국내를 대표하는 최우수 농협으로 자리 잡았다.
철두철미한 위생 관리 못지않게 광양원예농협은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농약잔류 검사 등 안전성 확보에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일회 검사비용만 20만원이 소요돼 정부에서 시급히 예산을 편성해 이를 보조해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영배 조합장은 지금보다 더 많은 검사가 이뤄지면 더더욱 신뢰를 주는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기에 안전성 검사는 농민에 대한 감시가 아니라 오히려 농민이 공들여 키워낸 농산물의 값어치를 확인시켜주고 자긍심을 높여주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을 납품하면 검사를 받을 때마다 우수한 농산물임을 계속해서 널리 알리게 된다는 것이다. 학교측에도 이를 확인시켜주는 데이터 역할을 해 신뢰성 제고와 계약에 있어 우위에 설 장점도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급식사업을 포함한 먹을거리사업은 건강에 대한 인식과 함께 앞으로도 더 강화되어 갈 것이다. 김 조합장은 이를 위해 서둘러 갖추고 개선할 점을 몇 가지 거론했다. 현재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정확한 생산량 등 객관적인 데이터 없고, 날씨에 따른 수급 조절의 어려움도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환경농산물 시세가 생산현실과 맞지 않아 어렵게 길러낸 상품이 제 값을 못 받는 실정도 무척 안타가워 했다. 또한 납품에 있어 기존 경쟁입찰방식은 최저가 낙찰제로 투명성과 공정성은 보장되지만 급식 식재료의 품질 및 안전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했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는 시대인데 친환경 식재료를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물은 상대적으로 미비해 식품 안정성에 대한 우려까지 야기되고 있습니다."
김 조합장은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전처리 및 소포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내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급식뿐만 아니라 수도권, 광역권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전처리 시설물 등 기반 구축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광양원협은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건립을 위해 광양시와 함께 사업을 추진해 756평 면적에 사업비 40억(시비 20억, 자비 20억)을 들여 건물을 지어 올릴 예정이다.
김 조합장은 "나는 농사꾼이다"라며 "농업이 천직이라는 자긍심은 예나지금이나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해왔다. 이어 농업CEO는 시대 흐름과 소비 트랜드를 읽어내는 리더가 되어야 하며 농협?농업의 공익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해 가야는 품목농협이 되겠다며 뚜렷한 경영관을 밝혔다.

■차한잔 / 이의옥 전국학교영양교사회 부회장(분당초등학교 영양교사)

한 끼 식사 넘어 현재ㆍ미래 건강관리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비 40% 차지

"학교급식은 단순한 식사 제공이 아닌 현재와 미래의 건강관리이자 심신 발달을 위한 필수 사업입니다."
이의옥 전국학교영양교사회 부회장은 "단순히 밥 한 끼를 급식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이뤄질 밥상머리교육까지 도맡아 시행하는 만큼 좋은 음식을 나눠먹음으로써 음식 먹는 즐거움과 정서안정까지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서로를 배려하고 질서를 배우게 한다는 목표에서다.
이런 면에서 이의옥 부회장은 무엇보다 식자재의 안전성을 첫째로 염두에 두고 있다.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 중 최상품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급식에 쓰일 농산물을 눈으로 일일이 확인해 신선도를 검사하는데 특히 품질과 안전성에 있어서 친환경인증마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친환경인증마크에 대한 철저한 유통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농산물 검사방법의 개선도 중요하겠지만 현 시스템을 새로 바꾸기보다 친환경인증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학교 급식사업비는 임금을 제외한 전체 운영비 2/3를 차지해 일개 사업으로는 상당히 큰 규모입니다. 또한 급식사업비 중에서 40% 가량이 친환경농산물 구매에 쓰이며, 농산물로는 친환경제품을 90% 이상 쓰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급식비와 관련해 적정단가를 규정하기에는 무척 애매하다고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기도에서 한 끼당 2200원씩 급식비를 지원하는데 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넉넉한 돈도 아니라고 말했다. 인건비, 물가상승에 맞춰 급식비를 올려줘야 하며 예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급식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운영비와 물가상승에 따른 급식비 향상에다 얼마간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친환경급식이므로 이의옥 부회장은 특히 신선편이채소에 신경을 쓰고 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고기를 먹는 습관에 익숙해져 샐러드는 좋아하지만 우리나라 전통 조리식인 숙채(熟菜)는 아직도 생소해 한다고 한다. 인지도가 낮으니 학생들의 급식 선호도 또한 아직은 낮다. 음식 기호를 갖추는 데는 시각과 미각이 합쳐진 오랜 체험이 필요한 만큼 앞으로 숙채를 식사에 꾸준히 보급해 아이들 건강을 이끌어 갈 계획이라고 한다. 국내 친환경농산물로 조리한 숙채의 우수성을 장기간에 걸쳐 알려나가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요즘 아이들은 영양성 관련 머릿속 지식은 무척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머릿속의 지식일 뿐이어서 어떻게 실생활에서 실천할 것인가의 문제는 교육을 통해 계속 계도해야 합니다."
근래 무상급식의 중요성만 이슈화될 뿐 정작 중요한 식생활교육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아직 찬반신세가 아닌지 답답할 때가 많다는 게 이 부회장의 의견이다. 식생활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상담기회가 부족하다는 것. 1년에 고작 2~3회 정도 마련된 비정규적인 교육시간도 문제이거니와 교육 또한 기초 이론을 설명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식생활과 학교급식에 대한 잡다한 홍보는 많지만 체계적인 교육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급식 분야에 비정규직이 많은 점도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영양교사가 부족해 영양사 면허가 있는 비정규직 교사가 급식을 맡은 학교 비중이 무려 50%를 차지한다. 이는 곧 업무 추진에 문제점을 불러올 수 있다고 이 부회장은 우려를 표명했다. 신분보장이 안 되니 자기 주장에 있어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선농산물의 예산이 아직 급식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건강과 영양성을 고려해 비중을 더 높이려고 해도 과감히 진행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냥 농산물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먹을 친환경농산물이어야만 합니다. 음식은 단기간에 검증이 되지 않기에 그 성과를 바로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뒤따르지만 안전이 검증된 친환경농산물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한다면 그 결과는 훗날 어김없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이의옥 전국학교영양교사회 부회장은 농민들이 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교육시켜 농가의 수고를 이해하고 배려하게끔 학교급식을 운영하고자 한다. 친환경급식을 먹고 자라난 아이들의 국내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인식과 친근성 확대, 나아가 소비까지 넓어지는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