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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장 수출로 길을 찾자
우려했던 한중FTA가 드디어 최근 협상테이블에 올려졌다. 한미FTA에 이어 한중FTA도 이젠 피할 수 없는 대세에 봉착한 것이다.
지난 4월 한미FTA가 발효되면서 우리 농업인은 많은 불안감 속에 생업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미 미국산 오렌지를 비롯한 농산물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감귤산업 등 과수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분야에 중국보다 영향이 덜하리라 예상됐던 한미간 거래마저도 벌써부터 이같이 무역마찰의 압박의 골이 깊어지는데, 우려의 강도가 높은 이웃 한중FTA가 발효될 경우 우리 농업, 특히 원예산업은 막대한 쓰나미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대외정책연구소는 한중FTA로 국내 농수산업의 생산량이 15%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체결 후 10년간 과일은 10억2천만 달러, 채소는 9억7천7백만 달러의 생산이 감소하는 등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중국이 채소와 과실, 특작류 등 노동집약적 품목의 수출경쟁력이 높은 것을 감안할 때, 상황에 따라 우리 원예농가들이 받는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나리라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렇듯 세계시장 개방으로 인한 우리 농업도 한중FTA 대비한 경쟁력을 예상하고 어느 정도 준비를 해 왔지만 아직 많은 문제해결이 남아 있으며 그중 원예분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품목별 자구책을 강구하고 품질을 고급화하며, 맞춤형 생산 시스템으로 역수출의 기회를 모색해 나간다면 절망보다 희망으로 오히려 좋은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 한다.
2004년 이후 중국의 농산물 수입액이 수출액을 초과하였으나 한국산 농산물의 대중국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기후나 풍토 등에 따른 비슷한 소비성향을 지닌 중국 시장이야말로 한국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중국 여행 시 중경지역 한 농산물 마트에서 일본산 사과 1개가 우리돈으로 12,000원에 팔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외관상 우리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고품질 사과와 별반 차이를 못 느낀 제품이었지만 중국 현지의 상위 수준 소비자들에게는 인기가 매우 높다는 것이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도 품질을 더욱 고급화하고 취향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다양화할 경우 중국이란 거대시장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같이 중국 상위 10%의 고소득 소비자들 시장 공략만하더라도 우리 내수시장의 3배 이상이 돼 우리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현 계획대로 진행되면 이르면 2년 뒤부터 한중FTA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하며 특히 협상 과정에서 품목별 농산물 개방에 더욱 더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본다.
협상에 민감품목들을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하고 가능한 분야부터 양허하는 낮은 수준의 FTA로 출발해야 하며, 중간심사제도를 도입해 일정한 이행기간 경과 뒤 영향을 평가해 후속이행여부를 결정함이 옳다고 관련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함께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 설정을 요구하는 한편 중국내 동식물 질병관련 정보와 자료를 수집·축적함으로써 검역분야의 ‘지역조건 적용' 명시 및 그에 따른 특정 지역의 동식물 검역상 수입규제 해제 요구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러한 수입개방 문제 외에도 우리에게 닥치고 있는 과제들은 무수히 많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응 및 안정생산기반 구축, 미래성장동력 발굴 및 고부가기술 개발, 신시장 개척에 따른 문제점, 환경개선 등등은 피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들이 아닌가.
이제부터 시간을 개방에 맞추어 지혜를 모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한 산학연이 하나가 되어 고민을 통해 해결점을 찾아야 하며, 특히 생산자들의 중심축인 협동조합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이제부터 원예분야가 전문화된 조직을 중심으로 경제사업을 활성해 나가는 일이 우리 농업과 농민을 위한 선결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원예산업! 험난하고도 멀게만 느껴지겠지만 조금만 시야를 돌려 보자. 해결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손자병법 36계 가운데 12번째 계책에 순수견양(順手牽羊: 손에 잡히는 대로 양을 끌고 간다)라 해서 작은 틈과 작은 이익이라도 놓치지 않고 이용함을 뜻하는 말이 있다. 막을 수 없다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훌륭한 전술이다. 거대시장 중국에 수출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발행인 박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