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프루트단지를 가다 - 영동군배연구회
“100년 묵은 배나무 250년 앞 내다보는 배농사”
2012-04-30 원예산업신문
영동군배연구회의 회원수는 16명으로 배밭 15.6ha를 재배하고 있다. 지난 2009년 탑프루트 2차 시범사업에 참가한 후 3년 동안 재배기술을 전수받고 농장에 실천해온 결과 ‘2011 탑프루트 종합평가회’에서 최우수상인 농림식품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탑프루트 배 최고품질 기준은 700g±10%, 당도 12.5˚Bx 이상, 착색 칼라차트 7 이상, 농약 잔류 허용기준 이하다. 이 모두를 통과해야 탑프루트 품질 확인 스티커를 붙여 출하할 수 있다. 탑프루트 과실이 일반과실 판매가격보다 25.6%정도 높은 가격으로 팔려 소비자의 품질 신뢰를 기반해 농가소득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이미 널리 알려졌다.
고품질 배를 자랑하는 영동군배연구회의 상품브랜드는 ‘까치가 찾는 배’다. 까치는 반가운 소식의 상징이다. 또한 까치가 파먹는 과실은 당도가 제일 높다고 하니 그만큼 영동배 상품성이 훌륭하다는 반증이다. 특히 지난 2004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충북 과일 가공품 특판전에서 영동배연구회 배를 엘리자베스 여황에게 5상자 선물해 호평을 받을 정도였으니 달리 설명이 필요 없다. 더구나 탑프루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후 재배기술이 점차 높아져 현재는 전국에서도 내노라하는 배를 생산한다.
이에 따라 수출도 점점 늘어나 영동군배연구회는 2009년도부터 2011년까지 배를 총 1,325톤 생산해 이중 508톤을 캐나다, 대만 등에 수출하면서 판로를 두루 확보해 왔다. 수출이 꾸준히 이뤄지면 국내에 배가 과잉 생산됐을 때 분산기능으로 가격폭락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수출배는 품질이 일단 우수하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인한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 및 가격 경쟁력이 높다.
남다른 영농비법을 묻자 김 대표는 찰진 목소리로 “끈기요, 끈기”를 외쳤다. 다른 곳보다 좀더 일찍 출하해 시세를 더 받는 대신 돈을 적게 받더라도 한 달가량 늦게 수확하는데, 배가 10월 중순까지 배나무에 매달려 있어 당도가 높아지고 과실도 꽉 차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끈기만이 영농의 전부가 아닐 터. 유기물을 1년가량 푹 썩혀 만든 완숙퇴비에 EM 발효액을 섞는 등 시비법을 개선하고, 비배관리, IPM을 이용한 저농약 방제, 우수농작물인증제도(GAP) 구축 등등을 통해 최상품 배를 생산한다. 특히 공동품질관리체제를 운영해 고른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결과를 빚어내기까지 영동군농업기술센터의 남다른 기술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3년간 현장컨설팅 교육 등 굵직한 기술지도 실적만 해도 서른 건이 넘는다.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국내 배연구소 박사들을 비롯한 배전문가들이 이론과 현장실습을 병행하며 회원들을 지도했다. 고품질 배를 생산하기 위해 기술, 병충해 관리, 저장 및 판로까지 3년 동안 전 과정을 세심히 살펴왔던 것이다.
기서경 영동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배연구회 회원들이 매달 전문가로부터 현장 컨설팅을 받고 영농기술을 현장에서 직접 응용하길 3년이나 지속하니 작물 품질향상은 물론 농가 소득 또한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며 “탑프루트 사업은 기존 농기자재 위주의 단순한 지원과 달리 농민의 피부에 직접 와 닿는 현실감 있는 지원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배나무는 잘만 가꾸면 250년을 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흔히 100년 앞을 내다보고 미래를 설계한다지만 영동군배연구회는 최소 250년 앞을 염두에 두고 배농사를 짓고 있는 거지요.”
김정열 영동군배연구회 대표 및 회원들은 10년도 예측하기 힘들다는 우리 농촌현실을 가뿐히 뛰어넘어 앞으로 250년 뒤의 배꽃이 필 날을 그리며 오늘도 배밭 돌보기에 여념이 없다. 김 대표의 조부가 경작하던 100년 된 배나무에서 아직도 열매가 솔잖게 맺힌다니 그 희망이 세대와 세대를 이어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정의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