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의 올바른 활용을 위한 첫걸음, 기원정립부터

2012-01-25     원예산업신문

지구상의 식물자원은 약 3만 여종으로 추정하며, 한반도에는 약 8,200여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중 약용식물자원은 2,100여종으로 보고 되어있다. 기원전부터 현재까지 약용식물은 우리민족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한약재료로 이용되어져 왔다. 이용방법에 대해서는 중국의 본초강목, 신농본초경 등 수많은 고전문헌에 기술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인 동의보감 등에서 그 용도와 효능이 기록되어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어느 광고에서 형태는 비슷하나 1%의 차이가 새로운 결과를 예견한다고 했던가! 기억을 더듬어보면, 10여 년 전 백수오(白首烏)를 둘러싼 사건이 있었다. 자양강장은 물론 흰머리도 검게 만든다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자, 이 식물에 대한 정확한 기원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와 비슷한 다른 식물이 전국의 농가에 빠르게 보급되면서, 한약시장의 유통 및 농가들 사이의 법적 다툼까지 발생한 것이다. 그때 유통된 식물은 한국에서 자생하지 않는 중국산 이엽우피소(耳葉牛皮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국가가 기원을 검증하지 않은 약용식물을 무작위로 재배하고 유통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초봄이 되면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나물과 독초를 분별하지 못하고 채취해서 먹은 뒤 탈을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기원식물에 대한 인식 부족이 낳은 단적인 사례이다.
나라에 따라 약용식물의 기원이 상이한 것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당귀이다. 당귀는 중국, 일본, 한국에서 한약으로 이용되는데, 중국에서는 중국당귀(Angelica sinensis), 일본에서는 왜당귀(Angelica acutiloba), 한국에서는 참당귀(Angelica gigas)를 당귀의 기원 약용식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약효도 차이가 나며 이를 사용한 식품의 성분도 차이를 보인다. 이렇게 기원식물이 검증되지 않고 재배된 약용식물은 한국의 약초 유통질서를 혼탁 하게 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까지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약용식물자원은 고전에 기록된 문헌적인 기록을 바탕으로 산야 또는 생산지에서 실제 식물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한의약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약용식물의 기원을 정립하는 것은 단순히 그 식물의 이름을 정확히 부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식물의 본질, 성상, 효능 등 정체성을 완벽하게 파악하여 정확한 분류를 하는 일이다. 이것은 정확한 원료, 올바른 재료의 사용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선행 과정이다.
부연하건대 약용식물의 기원을 밝히는 일은 작물의 원산지를 밝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약재의 진위감별 및 품질평가, 식물의 분류동정 측면에서 생물학적 기원(Origin)을 밝히는 일이다. 이 일이 선행되어야 한약재의 원료를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농업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 생명산업이다. 지난 세기까지 농업은 단순히 생산량 증대를 목표를 하던 1차 산업이었으나, 이제는 IT, BT, NT, GT 등 첨단기술과 융ㆍ복합을 통한 바이오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약초산업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함께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문화가 확산되면서 핵심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약의 원료로만 취급되던 약용작물이 식품, 의약품 등 다양한 식의약 소재자원으로 인식되기 시작하고 널리 쓰이면서 그 산업적 가치의 비중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약초산업은 우리나라 농식품산업의 녹색성장 신성장동력 자원의 하나로 부상하였다.
이러한 시점에서 약용식물자원의 기원정립은 당연하면서도 주요현안이 아닐 수 없다. 미지의 자원을 이용하여 특별히 새롭고 우수한 결과가 도출했을지라도 그 재료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면, 이는 소비자들에게 약용식물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키고 유통질서의 혼탁을 야기하게 된다.
약용식물의 올바른 기원식물 확립은 건전하고 투명한 유통체계가 이루어지는 밑거름이며, 이는 양질의 안전한 한약재를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되며, 국민건강의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농촌진흥청에서 약용작물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한 사람으로서 새롭게 시작하는 임진년 1월에 약용작물 재배농가의 소득 향상과 이를 이용하고 소비하는 국민들의 건강이 지속되기를 기원해 본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 이정훈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