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과수 소포장 원년으로 / ① 왜 과일 소포장인가
과일 소포장으로 수취가격 제고
2011-05-02 원예산업신문
소비자들은 시장에서 소포장된 과일을 사지만 도매시장에서는 15kg의 사과박스가 거래된다. 핵가족화와 독신세대가 늘어나면서 과일의 구매패턴이 소량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소비는 변화고 있지만 도매시장에서는 아직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과수산업에서 과일 소포장은 해묵은 현안이다. 특히 사과는 소포장으로 출하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풀리지 않고 있다. 다른 과일류는 도매시장에서 2㎏~5㎏ 등 소포장으로 유통되지만, 유독 사과만은 15㎏ 대포장이 대부분이다. 복숭아는 4.5㎏ 소포장이 정착된 지 오래고, 딸기도 15~20㎏에서 1㎏·2㎏·3㎏으로 바뀌었다. 또 감귤도 현재 5kg 포장이 대세를 이루면서 2kg대까지 포장단위가 바뀌었고, 배도 현재 7.5kg 포장으로 출하되고 있다. 포장재도 내용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변했다. 대다수의 과수들이 적은 중량의 소포장으로 바뀌었지만 가격은 변하지가 않았다. 배가 15kg으로 출하될 때 받던 가격과 7.5kg으로 출하되던 가격과 거의 비슷하다. 소포장으로 출하하면서 농가들의 수취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산지에서부터 소포장으로 출하하면 소비지에서 소분·재포장할 필요가 없어지는데다 도매시장에서 경매할 때 품질 확인이 쉽고 속박이도 줄어드는 등 많은 이점이 있다. 또한 농가 입장에서는 감귤·복숭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소포장 상품의 단위당 경락값이 대포장 상품보다 더 높아 농가수취값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과와 배 등 일부 과수에서는 소포장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생산자, 중도매인, 유통업체 등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산지에서는 소포장으로 바뀌었을 경우 생산비용의 증가와 수취가격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으로 소포장을 꺼려한다. 한때 도매시장에 사과 소포장 유통을 추진했지만 경락가격이 기존 대포장 상품보다 낮게 나오면서 중단한 적이 있다. 따라서 농가들은 추가비용을 생산자가 모두 떠안지 않도록 생산자와 유통인이 함께 책임져야만 소포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과 소포장은 명절 때에는 선물용 5kg으로 출하하고 도매시장에는 현행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소포장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 등에서 요구하는 소포장은 띠지, 팬캡 등 과대포장이 되기 때문에 생산비 증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사과 대포장은 소량 소비추세에 따른 낭비요소와 속박이 발생, 구매기피에 따른 가격하락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그 비용만 하더라도 전체 생산액 기준 약 1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사과 등 과수 소포장 거래는 지난 2003년부터 논의가 시작됐지만 아직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사과연합회(회장 서병진 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장)와 사과전국협의회(회장 권오영 예산능금농협 조합장)는 사과 소포장 활성화를 올해 주요사업계획으로 잡았다. 사과전국협의회는 정기총회에서 사과 소포장 활성화로 농가수취 가격을 제고하고 사과 소비촉진을 사업계획으로 수립하고 이를 위해 소포장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와 홍보, 농정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특히 해당 품목별 생산자 조직의 자율적 소포장 추진을 결의하고 주산지 농협의 대농가에게 소포장 교육 및 홍보물을 배부하기로 했다. 서병진 회장은 지난달에 열린 (사)한국사과연합회 결산총회 소포장 토론회, 업무협약 및 홍보 등으로 1년 유예기간을 가졌지만 올해에는 사과소포장이 정착하는 해로 삼아 소비자는 편리하고 생산농가는 30% 향상된 실익을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맞춰 대구경북능금농협은 골판지공장에서는 올해부터 15kg 박스는 생산하지 않고 1kg, 3kg, 5kg, 10kg로 포장하기로 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과소포장이 현실화되면 사과총생산액이 현재 8,500억원에서 30% 향상돼 1조원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연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