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황인석 품관원 아산출장소장
이제 농업인도 마케팅 필요
2011-04-12 원예산업신문
정부에서는 농산물의 유통문제를 농정의 핵심과제로 인식하여 여건변화에 맞춰 지속적인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농산물은 특성상 부패하기 쉽고, 유통경로가 길고 복잡하며, 기후변화에 따라 수급불안 및 가격 등락이 심하게 작용하는 등으로 인해 대책에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도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생산과 판매를 분리해 생산자는 생산에만 전념해 왔지만, 농산물을 생산만하면 팔리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농업인도 마케팅을 할 수 있어야 무한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마케팅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에 맞는 상품을 생산해 시장에서 교환이 일어나도록 하고 고객의 만족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활동이다. 그동안 생산자는 도매시장이나 대형유통업체 바이어나 산지벤더를 통해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생산자는 바게닝파워(협상력)가 약하거나 장래 가격의 불확실성 때문에 일부 농산물의 경우 포전매매로 팔아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배추파동은 이를 잘 방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도매시장 중심의 유통채널을 다변화하고 물류비 등 유통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즉 전국 주요 국도변에 농산물직판장을 설치하여 농업인에게 마케팅 활동의 장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국도변에 직판장을 설치하는 이유는 장거리 또는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운전자의 접근성, 편리성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다.직판장에는 주차장, 식당, 화장실, 전국적으로 통일된 직판장마크 표지판 등 기본시설이 들어서야 고객유치에 도움이 된다. 이에 필요한 부지나 재원 확보는 정부나 지자체, 농협 등에서 지원하거나 출자하는 방안이 강구될 수 있다. 직판장은 생산자 측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우선 유통단계가 대폭 축소되어 운송비, 경매수수료, 포장비 등 물류비용이 크게 줄어 생산자의 수취가격이 높아진다. 둘째, 상품이 품절되면 그 상품 출하자가 신속히 보충할 수 있다. 셋째, 규격외품도 취급할 수 있어 농산물의 로스를 줄일 수 있다. 넷째, 생산자가 직접 상품가격을 정함에 따라 매출액을 알 수 있어 생산 및 출하계획 수립이 용이하다. 다섯째, 소비자의 니즈 파악이 가능하여 생산계획 및 품질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여섯째, 외부 소비자의 구매에 의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일곱째, 농업인은 지속적인 수입이 생겨 즐겁게 일하기 때문에 건강해져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한편, 소비자 측에서 본 장점은 시중 보다 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고, 생산자의 얼굴이 보이는 안전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또 당일 아침에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그러나 판매하는 상품이 대부분 로컬푸드(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기 때문에 상품구색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직판장 운영은 위탁 또는 생산자들이 수수료, 출하, 판매, 정산방법 등을 정한 운영계약서를 작성하여 할 수 있다. 특히 판매방법은 생산자명, 품목명, 가격 등이 표시된 바코드를 생산자가 직접 상품에 부착하여 진열하고, 판매시점에서 생산자별 품목별로 매상을 관리하는 POS(point of sale)시스템을 운영하면 편리하다. 이와 같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메리트가 있는 직판장이 전국적으로 설치되어 그곳에서 농업인도 농산물 마케팅을 시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