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정승룡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장

수박이야기

2011-03-21     원예산업신문

   
수박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매우 잘 나타내는 과일이다. 수박을 먹게 되면 보통 한통을 여러 개로 잘라서 빙 둘러 앉아 먹으며 서로 정담을 나누게 되며 이러한 먹는 모습은 예전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전통풍습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이러한 수박이 최근에 변신을 하고 있다. 현대인의 트렌드에 맞추어 새롭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수박은 참외, 멜론, 호박, 박, 여주, 동아 등과 함께 박과에 속하는 작물로 원산지는 남아프리카 남부의 칼라하리사막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 쯤 도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유명한 신사임당의 초충도의 “수박과 들쥐” 그림처럼 조선시대에는 상당히 보편화되었다고 생각된다.전 세계적으로 수박재배는 원산지로도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비가 적게 오는 건조한 지역에서 재배가 많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지역의 수박이 당도가 높아 맛있는 과일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수박은 동북아시아 특히 중국, 우리나라, 대만에서 매우 인기 있는 여름철 과일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나라 수박 최대 시장출하 물량은 6∼7월이며, 그 이전 4∼5월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시작하여 8월말까지 출하된다. 가격은 많이 출하될수록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50년간의 수박 생산액을 보게 되면 우리나라의 소득이 만불이 넘어가는 90년대부터 수박의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 생산액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현재 수박의 위치는 전체 농축산물중 12위(8,261억, ’09)를 차지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국민생활의 여유가 생기면서 과실을 많이 먹게 되었고, 이러한 경향에 수박도 한 몫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80년대 까지만 해도 재배면적이 1.5만∼2.3만ha, 생산량 33만∼55만톤 이었던 것이 90년대에는 재배면적이 2.5만∼4.5만ha이고 생산량은 59만∼1120만톤, 2000년대에는 재배면적은 약간 줄어들어 1.9만∼3.0ha 이었지만, 생산량은 74만∼92만톤으로 안정화되고 있다. 이러한 수박의 소비증가에는 최근에 소비자들이 많이 인식하고 있는 다양한 기능성 성분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즉 수박의 기능성 성분에는 시트룰린(citrulline: 고혈압, 당뇨, 이뇨작용), 라이코핀(lycopene: 전립선암, 동맥경화, 관상동맥, 심장병, 노화방지, 치매예방, 피부탄력), 카로틴(carotene), 리놀레닉산(linolenic acid: 동맥경화), 글로블린(globulin), 알기닌(arginine: 이뇨작용), 리신(ricin) 등이 있다. 이중 시트룰린은 효소에 의해 알기닌이라는 물질로 변하며 이 알기닌은 심장 및 순환기시스템에 도움을 주며, 인체의 암모니아 및 다른 독소성분을 제거하는 요소 대사작용에 도움을 주어 제2형 당뇨병환자에게 매우 유익하다. 또한 시트룰린은 성기부근의 혈관의 수축팽창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산화질소 생성을 촉진하여 세포에 산소 및 영양공급을 원활하게 하여 제2의 비아그라로 알려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부작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기능성 성분 이외에도 수박껍질팩을 이용하면 피부탄력 유지 및 진정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또한 최근에는 전통적인 수박의 모양이나 색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형태의 수박, 새로운 색깔의 수박을 생산하여 판매함으로써 수박의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며, 이중 대표적인 것이 검은색 표피와 노란색 과육의 수박이다. 또한 현대인의 핵가족에 맞게 수박의 크기가 작거나 껍질이 얇은 수박생산도 시도하고 있다.하지만 최근에는 지구의 기후변화가 심화되어 작년 초에는 수박의 수정시기에 저일조로 인하여 착과가 불량하여 피해가 심하였고, 올 초에는 저온과 잦은 강설로 수박농사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또한 연작피해는 매년 극복해야하는 당면과제이다. 이와같은 불량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내재해성 품종육성이나 현실적으로 가장 손쉬운 접근방법은 대목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접목기술이 매우 일반화되어 있어 육묘공장에서는 과채류 특히 수박의 접목을 당연한 작업으로 여기고 있으며, 농업연구기관이나 종묘회사에서도 대목품종 연구가 매우 활발한 편이다.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최근에 대목품종 육성을 위하여 의령현지에 농가실증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2월 22일 현장연구 포장평가회를 실시한 결과 ‘원예755’와 ‘원예790’이 우수하게 평가되었다. 이러한 신품종이 농가에 보급되려면 종자관리원에 품종이 등록되어야 하므로 시간이 필요하나 농가에서 제일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 수박시듦증상을 극복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