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시론 / 땅속 농부, 흙속 미소동물과 힘합쳐 인삼재배
2010-11-29 원예산업신문
지구상에 생물이 살고 있는 토양 어디에나 미소동물이 존재할 수 있다. 토양 미소동물이란 흙에 사는 1mm 전후 크기의 작은 동물로, 깊이 10cm 사이에 주로 서식하는 톡토기, 응애 등을 말한다. 이들 미소동물은 흙을 뒤엎어서 흙을 부드럽게 하거나 토양구조를 개선하며, 유기물을 섭취하여 직접 분해하거나, 미생물이 분해하기 용이하게 하곤 한다.다시 말하면 토양 미소동물의 대표적인 예로는 톡토기를 들 수 있다. 톡토기는 산림과 논밭 토양에서 가장 흔한 미소동물 중의 하나로서 작물 생육을 도와주는 유기물인 부식질 생산자이다. 대부분의 톡토기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썩어 가는 동식물 잔해를 청소하고, 살아 있는 이끼나 지의류, 조류, 균류를 뜯어먹는다. 톡토기는 나무줄기 주위나 움푹 파인 곳에 모여 있어 1제곱미터당 수십만 마리가 쌓여 있기도 한다. 이러한 톡토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흙에 적응하는데, 1~2mm의 얇은 토층 하나로 톡토기의 모습과 행동이 아주 달라진다. 따라서 토양 환경 관리방법에 따라서 톡토기나 다른 미소동물의 종류, 개체수, 행동양식 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소동물은 토양의 유기물을 분해해서 작물에 양분을 공급하고 토양 물리성을 개선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특히 인삼밭에서 그 역할은 더욱더 확연히 들어난다. 인삼은 다른 작물과는 다른 환경 즉, 해가림 시설 하에서 자라고, 원칙적으로 화학비료가 사용되지 않는 토양 속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이 사항으로 인해 인삼밭 토양생물들의 분포도 일반 토양과 다를 수 있어 인삼 밭의 토양 생물들의 분포와 역할을 해석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농촌진흥청 인삼과에서는 인삼의 건전한 생육을 위해 해가림 시설내의 인삼 재배지 토양에서 살고 있는 토양 미소동물에 대한 연구를 일찍이 시작했다. 인삼밭의 토양을 조사한 결과, 톡토기, 응애, 선충 등의 토양 미소동물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인삼을 2~5년간 이식 재배한 인삼밭에서는 평방미터당 톡토기는 100~16,000마리, 응애류는 800~16,000마리, 선충은 토양 1g당 0.3~5.1마리가 관찰됐다. 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토양의 유기물 분해, 병원균 포식, 탄소저장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다른 일년생 작물을 재배하는 토양에서는 화학비료 등의 사용으로 단기간의 양분공급이 가능하지만, 인삼은 인삼 산업법에 의해 화학비료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양분은 주로 땅속 생물들의 유기물 분해를 통해 공급된다. 인삼을 수년간 재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양분을 만드는 이들, 토양 미소동물의 역할이 아주 크다고 하겠다. 이러한 이유로 인삼 토양에 살고 있는 다양한 토양 미소동물들을 연구하여 인삼을 건전하게 자라게 할 수 있는 토양 생물생태를 유지·보전해야만 한다. 더불어 이러한 토양 미소동물 연구를 통해 양분을 공급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인삼의 건전한 생육을 저해하는 해충들을 막을 방법을 밝혀낸다면 더욱더 생태적으로 건전한 인삼을 재배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인간만의 노력이 아니라 이들 미소동물과 힘을 합쳐 품질 좋은 인삼을 생산하려는 노력은 우리 생태계를 친환경적으로 보전할 뿐만 아니라 최고 품질의 안전한 인삼을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첩경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박기춘<농진청 원예특작과학원 인삼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