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시론 / 고소득 과수의 특성화로 푸른농촌에 희망을

2009-11-02     원예산업신문

   
최근 영천의 사과농가에서는 ‘홍로’를 3,000평 심어 평당 4만원정도인 1억2천만원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고소득의 비결은 ‘홍로’ 사과나무 모양이 콤팩트하다는데 착안하여 ‘후지’의 밀식재배시 보다 ‘홍로’를 3.5x1m로 더 좁게 심고 대신 4m 정도로 높게 키워 1.5배 다수확하여 300평에 4.5톤 다수확한데 있다 전하였다. 또한 나주에서는 3,000평에 13년생 신고 80%, 원황배, 추황배를 20% 각각 재배하여 7,000만원의 조수입을 올렸는데, 이는 미국 수출용 중소과 생산에 착안한 시비 관리를 하여 생리장해가 적고 저장력이 강한 배를 생산한데 있었다고 한다. 또한 탑프룻 사과 회장인 오재방 농가도 홍로 재식 2년 만에 200주에서 800만원의 고소득을 올려 “홍로 농사만한 것이 없다. 홍로야말로 영세한 우리 과수농가의 효자다”라고 극찬하고 있었다. 이 농가의 비결은 추석이 빠르냐, 늦으냐에 따라 해마다 홍로의 크기를 달리해서 생산한데 있었다. 즉 추석이 이르면 작게 늦은 해이면 굵게 생산했는데, 그 이유는 추석이 이르면 수량으로, 늦은 해는 타 품종이 많이 나오므로 고품질로 승부하였기 때문이다.이와 같이 과수 농사는 수지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과수원의 대부분이 복합농이고 전업농은 적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대부분 과수농가는 영세 분산적 경지 소유 관계로 인하여 소규모 경영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경영형태는 과수, 벼농사, 축산 등 타작목과 결합된 복합경영 농가가 대부분으로 우리나라 전체 농가의 호당 농작물 수입 중 과수경영 수입이 7.6%에 지나지 않고 과수를 주작목으로 하는 단일 경영농가가 전체농가 18만여호중 3.3%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과수는 타작목과 비교하여 일반적으로 고소득인 반면 노동 및 자본 투하량이 많아, 벼농사에 비해 10a당 모두 5∼6배의 노동시간과 2~3배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동 투하량의 대부분은 가을철 전지전정, 가지의 유인, 눈따기, 과실 따기, 봉지 씌우기 작업 등 고도의 손작업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되고 있다. 과실은 상품성이 높은 작물이며 시장판매에서 규격화, 대량화가 요구되고 있다. 소규모의 과원을 지닌 농가는 생산한 과실의 상품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개별 규모를 벗어나 생산단계로부터 판매단계에 이르기까지 집단적 협업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병충해 방제도 광역적 일제방제가 효과적이며, 생산 과실의 규격화, 표준화 판매를 위한 공동선과장 등의 과수경영은 생산 판매 양면에서 개별경영으로부터 집단적 조직화 즉 협업화가 요구된다. 따라서 과수를 전업화 하기 위해선 기술과 경영이 필요하다. 기술은 농진청이 육성하고 있는 탑프룻 농가 같이 선진 독농가를 핵심으로 점차 주변 농가나 지역으로 기술을 전수, 파급해 나가면 될 것이다. 그러나 고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은 기술 뿐만 아니라 저장, 유통, 브랜드 파워 같은 경영적 요소가 또 다른 변수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분야의 혁신에 개개인의 노력은 한계가 있고 마을 단위, 지역단위로 지역특성화사업을 해야 한다. ‘정안 밤’ 브랜드를 예로 들면, 과거 10여년 전에는 ‘정안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정안면의 한 밤 재배농가가 수확 후 선별 포장하여 ‘정안밤’이란 상표로 계속 도시 소비자에게 알려진 결과 오늘에 이르렀다 한다. 이제 ‘정안밤’의 브랜드 효과로 공주 지역 전체 농가가 혜택을 받고 있으니 엄청난 일을 개인이 혼자 한 것이다. 이 얼마나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인가.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러한 일은 개인이나 탑프룻 같은 엘리트 농가 차원의 추진으로 성공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안밤’의 예는 더 이상 반복될 수 없는 희귀한 예일 것이다. 이제 개인으로서는 안 된다. 개인보다 지역전체가 지역협의체를 중심으로 한두 작목을 선택, 특화하여 집중 투자하여 재배, 생산, 저장, 유통, 가공, 판매 등 일련의 사업을 조직적으로 추구해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민간 연계로 추진하고 있는 ‘푸른농촌 희망찾기’ 운동도 이런 관점에서 우리 농촌의 미래에 희망을 불어 일으키는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다. 이 운동이 성공할 수 있도록 농업인 단체가 중심이 되어 국민이 공감하고 농촌에서 실행 가능한 사업, 즉 깨끗한 농촌, 안전농산물 생산과 농업인의 자립의지 확산을 위한 교육부터 시작하여 연구, 지도, 행정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신용억<농진청 과수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