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 / 재 / 수 / 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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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8.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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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라도 불었더라면

   
  ▲ 취재부 차장  
 
사상 처음으로 배 산지폐기가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배 가격은 그다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수출업체들의 대미수출 가격 인하요구 문제까지 겹치면서 배 농가와 주산지 농협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형국을 맞고 있다. 기자는 위기를 맞고 있는 배 산업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만난 어느 배 주산지 조합원농가는 사뭇 다른 시각으로 현재의 상황을 보고 있었다.그는 “농가들이 언제부터 태풍을 기다리고, 풍년을 원망했느냐”며 “주산지 한 곳이 태풍으로 힘들면 나를 비롯한 나머지 지역은 살 수 있으니 태풍이 간절하다는 대다수 농가들의 생각은 바뀌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또 “솔직한 마음으로 나부터도 병문안 갈 때 배음료·배즙 대신 수입산 원료로 만든 음료수를 사갖고 간다”면서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농가들이 앞장서서 우리 배의 소비를 늘리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국산과일을 원료로 만든 음료를 대하는 농가들마저도 ○○업체 또는 ○○농협의 제품이라고만 생각하지, 국산농산물이니 주인의식을 갖고 앞장서 소비하겠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업관련 회의에서조차 국산농산물을 원료로 한 음료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여느 회의, 행사와 마찬가지로 생수, 커피, 외국산 원료로 만든 음료 일색이다. 농가들이, 산지가, 농업 관계기관이 외면하는 농산물을 일반소비자들이 과연 얼마나 필요로 하겠느냐는 그의 말이 꽤나 설득력 있게 와 닿았다. 배 산업이 겪고 있는 위기는 여러 가지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농업 안팎, 우리나라 안팎의 침체된 경제상황이야 차치하고라도, 개선될 수 있는 부분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현장과 동떨어진 가격전망,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포장비용, 업체간 또는 업체와 수출단지 사이의 사전계약과 절차에 대한 감독 등이 그것이다. 산지에서 보내오는 사진 한 장 한 장마다 자식같은 배를 폐기해야 하는 농가의 아픈 마음이 전해지는 요즘이다. 농업인들의 활짝 웃는 모습으로 대표되던 ‘풍년사진’도 올해는 찾기 힘들다.풍년을 반기던 농심(農心)이 태풍을 기다리는 지금의 현실, 안타까운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