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 / 재 / 수 / 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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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8.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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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백태(百態)

   
  ▲ 윤공석<취재부 부장>  
 
3주 동안의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사실 이번 국감은 시작 전부터 상임위가 늦게 구성되는 바람에 함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그 예상은 적중하는 듯 했다. 중반 즈음 많은 언론사들은 ‘쟁점이 없고 평이하며 스타가 없다’는 평을 내놓기까지 했다.하지만 정해걸 의원이 쌀직불금 부정수급 문제를 터뜨리자 연일 파문이 커지더니 말미에는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형국이 되었다. 자칫 지리한 연례행사로 그칠 뻔했던 것을 정 의원이 분위기 반전을 시킨 셈이다.사정이 이렇다보니 후반부 국감에선 정 의원에 가려 농식품위 소속의 다른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소속 의원들이 눈에 띄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화려한 수사로 가득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질의 시 판넬을 활용하는 등 시선끌기용 요식행위가 많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어느 의원은 쌀직불금 파문이 국민적 관심사로 확산되자 타 기관의 국감 때 쌀직불금 관련 자료를 입수했으니 이메일을 확인하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의원실이라며 “국감자료 보냄. 확인바람.”이라는 메시지는 거의 매일 들어왔다.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 글로 잘 홍보해달라는 것이다.또 피감기관의 기관장에게 “농민들에게 큰 선물이 될 만한 말씀을 해 달라”며 대놓고(?) 이슈 만들기에 몰입하는 의원도 있었다.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의원 홈페이지에 발빠르게 올리는 경우는 다반사였으며, 예전처럼 거의 윽박지르는 어조로 훈계에 가까운 질의를 하거나 답변을 가로막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그러나 정해걸 의원은 이와는 사뭇 달랐다.그는 홍보의 달인도, 달변가도 아니었다. 호통을 잘 치거나 쇼맨십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오히려 국감 도중 잠깐 자리를 뜰 때면 어린 기자들에게도 고개를 숙여 길을 내달라고 부탁하는 소박함이 인상적인 범인(凡人)이었다. 그런 그가 주목을 받았던 것은 철저한 준비성과 성실한 일처리가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었다. 정 의원을 통해 우리는 잘못된 정책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성실한 의정자세가 바탕이 돼야 함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쓸 만한 위정자를 봤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내년 국감에선 정 의원 같은 의원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