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시론 / 한국 배, 이대로도 좋은가?
원예 시론 / 한국 배, 이대로도 좋은가?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8.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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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의 배 생산은 강우량이 적고, 일조량이 많은 날씨로 인하여 그 어느 해보다 풍작을 이루어 과실품질은 물론 생산량이 48만 톤에 이를 전망이다.이와 같은 생산량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이 예측한 우리나라의 배 연간 적정생산량 40만 톤보다 8만여 톤이 더 생산될 전망이다. 더욱이 미국의 경기침체 여파로 세계경제를 위축시켜 소비활동 둔화를 가져오고, 배 과실 소비의 큰 축의 하나인 추석이 다른 해보다 과실소비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 급락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예년의 절반가격에도 못 미치고 있다.이러한 농산물 생산과잉으로 인한 가격폭락은 배추, 무 등 다른 품목에서 보았듯이 생산비는 물론 출하비용도 못 건져, 산지에서 갈아엎는 일도 허다하다.특히 영년생작물인 배나무와 같은 과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개원비용과 미결실기까지 투자된 누적경영비를 포함한다면 그 피해가 더욱 가중되어 재배 농가를 경제적 파탄으로 내몰아세우기까지 한다. 또한 그 여파는 사과 등의 타 과종에도 영향을 미쳐 동반 침체하는 악순환 고리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그 동안 우리나라의 배는 기후와 토질이 알맞아 풍부한 과즙과 아삭하게 씹히는 담백한 맛이 그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과실보다 호평을 받아, 세계 각국으로 2만여 톤(5천만 달러)이 수출되어 신선농산물 중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다. 특히 식생활에서 구이나 튀김을 먹는 과정에서 흡수된 발암물질과 흡연, 매연, 소각 등에 의해 우리 자신도 모르게 흡수되어 몸에 축적된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효과가 큰 과실로 알려져 있고, 풍부한 식이섬유에 의한 정장(整腸)작용, 변비방지 및 숙취해소에 효과 높고, 강알칼리성 식품으로서 육류의 소비가 많은 현대인의 건강생활 필요한 과실이라는 것이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하여 밝혀진 바 있다.그러나 금년 추석이후 가격폭락은 생산농가들이 실망을 넘어 실의에 빠지게 하였고, 앞으로 배 산업 전반이 침체일로에 빠져 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요인을 좀더 깊게 생각해 보고, 생산자인 농민에서부터 유통관계자와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서로 합심하여 문제점을 타개하고, 개선을 위한 자구의 노력을 통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배 산업현장에 일하면서 평소 느끼고 있던 생각을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생산자인 배 재배농가에서는 외관위주(크기, 모양, 색택)의 과실생산에 치중한 나머지 과실품질(단맛, 육질, 풍미)을 간과하여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숙기가 10월 상순인 신고 품종을 추석에 출하하기 위해서 지베렐린 등을 도포하여 외관상으로는 과실도 크고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만 당도가 낮고 맛이 덜든 과실을 출하하여 이런 과실을 먹어 본 소비자들에게 배 과실에 손길이 가지 않게 하여 소비가 위축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재배농가는 출하시기에 알맞은 품종을 선택하여 제 시기에 고품질의 과실을 출하해야 소비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환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둘째, 신고 품종의 만능주의 환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신고 단일품종의 면적 비율이 81.5%를 차지하다보니 앞에서 언급한 생장조절제처리에 의한 품질저하를 초래하여 맛없는 배 생산의 표본이 되어 소비저하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출하집중에 의한 시장에서의 완충능력 상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그 개선 대책으로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의 품종 안배를 통해서 제 숙기의 과실을 수확하여 소비자에게 신선하고 맛이 있는 배를 제공해야 한다.셋째, 금년산 배 품질은 기상호조로 다른 해에 비해 당도가 1~2도 높고 품질이 좋은 반면 국내시세가 낮아 그 어느 해보다 수출경쟁력이 높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농산물 수출을 주도하는 유통공사 등은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배 수출 물량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생각된다. 넷째,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기관에서는 농협, 생산단체 등과 긴밀한 협의체를 구성하여 중장기적으로는 생산과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조절해야 되고, 단기적으로는 농산물가격안정기금 등을 활용하여 시름에 빠진 농업인이 좌절하지 않도록 추슬러야 할 것이며,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다섯째, 소비자도 역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안정적으로 배 과실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꾸준히 소비를 통하여 적정한 가격을 유지해 주어만 한다. 한 분야의 산업이 붕괴되었을 때, 그 피해는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년 배 과실은 어느 해보다 당도가 높고 품질이 우수하여 맛이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배 과실 소비를 늘려, 실의에 빠진 배 생산자들에게 용기를 주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정상복<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