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 / 재 / 수 / 첩
취 / 재 / 수 / 첩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8.10.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가 회생지원책의 맹점

   
  ▲ 윤공석<취재부 부장>  
 
농가 경영회생지원을 위한 농지매입 사업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2006년 422억원을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당초예산 566억원에 387억원을 증액한 953억원이 지원됐다. 올해는 1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상반기에만 1719억원의 매도신청이 들어와 195억원을 추가 집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내년에는 1200억원의 예산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농식품부가 2006년 제도도입 직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당당히 1위의 정책사업으로 등극했다. 그야말로 목하 대성업 중이다. 농촌진흥청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더욱 배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덕분에 대상자 선정이 본사에서 도본부로 위임됐고, 대상범위도 연체 5000만원에서 부채 5000만원으로 하향조정 되는 등 신속한 기준완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그리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다. ‘회생지원을 위한 농지매입’이란 말 그대로 부채에 허덕이는 농가의 땅을 사들여 빚잔치할 돈을 내준다는 얘긴데, 이를 희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그만큼 우리 농업의 현실이 암울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흔히 농사꾼에게 땅(경작지)은 목숨과도 같다고 한다. 따라서 돈 때문에 이를 내줘야 하는 농부의 심정은 ‘죽을 맛’일 게 분명하다. 그들에게 빚을 갚은 후의 홀가분한 느낌은 먼나라 얘기다. 다음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질 판이다. 농지은행에 위탁된 농지 등을 임차해 재기를 꿈꿀 수도 있겠지만, 변화하는 농업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에겐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위기에 몰린 농가에겐 돈도 있어야 하지만 성공영농을 위한 노하우가 더 절실하고 중요하다. 전북 지역의 어느 품목농협 조합장은 “기술(최신농법에 대한 지식)이 없어 고령의 몇몇 농가가 절망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때 미아리 텍사스와의 전쟁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이 최근 방송사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집장촌을 없애기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재활 프로그램이 없어 그곳 종사자들은 다시 음지에서 같은 일을 지금까지 반복해오고 있어 결국 실패한 꼴이 되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빚에 눌려 고통 받는 농가들은 이와 비슷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