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시론 / 농식품 신선도 유지기술 ‘허와 실’
원예 시론 / 농식품 신선도 유지기술 ‘허와 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8.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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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유통현장에서는 세척고구마, 세척감자, 안심사과 등이 상품으로 버젓이 자리 잡았다. 세척은 글자 그대로 물에 씻는다는 뜻인데, 단순하게 세척만 하는 것이 아니다.수확된 산물은 저장전 또는 출하전에 적절한 품질관리를 위하여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수확후 전처리 과정이 그것이다. 생산된 품목에 따라 적합한 전처리 과정도 다르다.사과나 토마토와 같이 물속에 잠시 담가도 품질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 품목은 농가에서 수확된 산물이 산지유통센터에 반입되는 즉시 물속에 덤핑한다.그리하여 밭이나 과수원에서 생산된 산물에 묻어 있는 먼지 등 이물질을 제거한다든지, 표면에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화학약제 등을 말끔히 제거하게 된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세척은 농식품의 안전성을 확립하기 위한 필수 살균과정이다. 우리들 눈에는 보이진 않지만, 공기중에는 미생물이 떠다니고 있어 이들 중 일부가 산물에 접촉하면 그 부위는 썩기 시작한다.따라서 저장이나 유통과정에서 농식품의 부패를 초래하는 곰팡이나 박테리아를 사전에 제거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물이라는 매개체에 염소나 살균제를 첨가하여 세척함으로써 산물을 대량으로 취급하면서도 물리적인 충격이나 상처 등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산물의 부패로 인한 감모율을 줄이고, 신선도를 더욱 유지하는 수단인 것이다.세척 후 일부 과실류는 가식성 필름(왁스류)으로 코팅함으로써, 산물의 호흡을 낮추어 유통기간을 연장하거나, 코팅에 의한 시각적 효과를 상승시켜 상품성을 높이기도 한다.그동안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부패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하여 염소수에 살균제를 첨가하여 세척을 실시해 오고 있다. 수입오렌지나 서양체리 등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국내까지 장거리 수송이 가능해지고 상품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한편, 포도나 딸기와 같이 물과 접촉하면 품질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품목의 경우에는 세척을 실시하지 않고 이산화탄소나 아황산가스를 이용하여 훈증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메칠브로마이드와 시안화합물을 많이 이용하였지만, 이들은 인체뿐만 아니라 환경유해물질로 판명되어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근래에 들어 농식품의 품질을 유지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보다 더 친환경적인 살균방법을 연구 개발해 오고 있다. 단감이나 파프리카의 경우 50도를 넘는 고온수에 일정시간 침지하여 살균하기도 한다. 물론 산물의 품질에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내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산물의 수확후 에 적용하는 품질관리기술 중에서 품목에 따라 ‘후숙’도 실시되고 있다.오렌지의 경우, 미국 등 주산지에서는 산지유통센터에의 후숙실에서 2~3일간 에틸렌 가스를 처리하여 녹색을 제거하는 과실 껍질의 엽록소를 분해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후 물탱크에 덤핑하여 세척살균, 코팅, 그리고 선별과정을 거쳐 포장상자에 담겨진다.제주도에 산재하는 다수의 선별장에서도 에틸렌 처리에 의한 강제 착색을 실시하여 왔으나, 보다 과학적이 처리기술의 개발 및 보급이 시급하다고 본다.국내에서는 매년 유통명령제에 의해 강제착색과는 출하가 금지되어 왔지만, 수입오렌지는 이와 거의 동일한 처리 과정을 거쳐서 들어오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수확후 관리 기술의 현주소를 짐작케 한다.한편, 바나나도 후숙을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국내에 유통되는 바나나는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주로 생산되고, 녹색상태에서 수확된 후 우리나라 항만에 도착하면 곧 바로 후숙작업에 들어간다. 바나나 역시 후숙실에서 에틸렌을 처리하며, 처리후 플라스틱 필름으로 밀봉하고 이를 골판지상자에 담아 소비지로 수송된다.소비지에서 비로소 플라스틱 필름을 벗겨내게 되면, 바나나는 매장에서 급속히 노랗게 익게 된다. 이러한 품질관리 기술들은 산지와 소비지 모두 공유하고, 소비자에게 올바르게 전달함으로써 농식품 유통질서를 더욱 투명하도록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김종기<중앙대 식물응용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