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시론 / 나주배가 살아야 우리나라 배가 산다
원예 시론 / 나주배가 살아야 우리나라 배가 산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8.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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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 배 재배역사는 일제시대인 1910년에 일본인이 만삼길 품종 100주를 들여와 심으면서 시작되었다. 나주는 전국 배 재배면적 22,563 ha(2007)의 13.2%에 해당하는 2,980 ha로 우리나라 시군 가운데 재배면적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남부지방에 위치한 나주는 타 지역보다 과실 숙기가 빨라 해마다 배 생산량의 40~60%가 추석에 출하되고 있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양이 추석에 출하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유 명절인 추석은 음력으로 새기 때문에 양력으로는 9월 상순부터 10월 상순까지 분포하고 있어 해마다 달라진다. 예를 들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22년간 추석 날짜를 알아보면 9월 상순 1회, 9월 중순 9회, 9월 하순 7회, 10월 상순 5회로 나타난다. 따라서 9월20일 이전에 추석이 오는 경우가 46%로 가장 많으며, 9월20일~30일이 32%, 10월1일~10일까지 23%가 분포하고 있다. 나주 지역은 신고 품종이 86.5%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주 지역에서 숙기가 9월30일에서 10월5일 사이이다. 따라서 추석이 빠른 해에는 충분히 익은 과실을 수확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 농가에서는 어린 과실일 때 지베렐린이라는 생장조절물질을 열매자루에 처리하면 과실 숙기가 5~7일 정도 앞당겨지고 과실크기도 10% 정도 커지는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과실의 수확기를 앞당기기 위해 사용되는 지베렐린의 효과는 해마다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고, 또한 수입국의 제품마다 비대양상 및 처리 효과가 달리 나타나기도 한다. 금년처럼 추석이 9월14일로 빠른 해에는 지베렐린의 효과를 과신하면 자칫 품질이 불량한 미숙과실을 출하하기가 쉽다. 여기에 나주 지역의 배재배 농가들의 고민이 있다.나주 지역에서 추석용 배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어려움이 뒤따른다. 즉, 지베렐린을 사용하여 생산한 배가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주게 되면 추석 이후의 배 소비가 크게 위축된다. 그렇다고 나주 지역에서 추석에 출하되는 배 과실 양이 너무 적으면 추석 이후에 재고가 많아져 배 값은 크게 하락된다.이러한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농촌진흥청(청장 이수화)에서는 조·중생 배 품종의 재배를 권장한다. 여름 배 한아름(8월20일), 조기추석용 원황(8월25일), 신고보다 10일 빠른 화산(9월20일) 등의 조·중생 품종을 각 농가에서 30% 정도씩 재배를 해준다면 추석이 빠른 해의 이러한 고민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조·중생 품종은 맛은 매우 좋으나 생산량이 적어 시장가격 형성이 되지 않아 제값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신품종 재배 농가의 어려움이며, 신품종 보급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배 신품종 육성은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든다. 한 품종의 배를 육성하기까지 평균 16년의 기간이 소요되며, 농가에 보급되어 과실이 생산되기까지는 또 5~6년이 걸린다.그런데 농가에서 막상 신품종 배를 생산하여 시장에 출하해보면 기존 신고 품종에 비해 턱없이 낮은 판매가로 인하여 실망한 농가는 신품종 재배를 포기하고 신고 품종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품종의 배가 나주지역에 정착될 때까지 유관 국가기관과 지자체 및 생산자 단체가 모두 나서서 정책적인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나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배의 50~60%가 추석 명절 전후에 시장에 출하되고 소비돼야 전국의 배도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추석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충분히 익은 과실을 시장에 출하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조·중생 품종을 농가마다 재배면적의 30% 정도씩 심을 수 있도록 유관기관, 지방정부 및 생산자 단체 모두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황해성<농진청 배시험장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