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시론 / 지구온난화와 과수재배
원예 시론 / 지구온난화와 과수재배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8.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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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4~5년 전만 해도 지구온난화가 우리에게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지구온난화는 그저 불확실한 미래의 현상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IPCC의 기후변화보고서를 필두로 지구온난화가 질병, 농림업, 수자원, 생태계 등에 미칠 비관적인 연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됨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였고, 컴퓨터 모의실험에 근거한 전문 다큐프로그램이 주요 방송사에 의해 제작되고, 헐리우드 재난영화가 지구온난화의 극단적인 결과를 리얼하게 보여줌에 따라 이제는 지구온난화는 현실로 인식되고 있다.하지만 과하면 부족함만 못한 것처럼 기후변화의 심각한 결과를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쌓여 있는데 넘치는 정보는 국민들에게 벌써 식상한 메뉴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나 정부에서는 그저 시민 개개인이 일상생활에서 에너지와 자원절약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 배출량을 0으로 줄여도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앞으로 100년 동안 대기 중에 남아있을 것이다. 배출량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변화된 기후에 적응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떤 산업보다도 기후 의존도가 큰 농업은 지구온난화에 의해 생산성, 품질, 생산 여건 등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농업에는 수많은 작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재배되고 있다.그 중 과실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과수(果樹) 농업은 해마다 다시 심는 다른 작물과는 달리 한번 심으면 그 자리에서 수십 년 동안 재배된다. 재배기간 동안 기후가 변하기라도 하면 큰 일이 아닐 수 없으므로 과수는 지구온난화에 가장 취약한 농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지구온난화가 과수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복잡하고 광범위하여, 과실의 비대, 과형, 성숙, 착색, 당도 등의 품질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기온 상승 등 불리한 재배환경조건을 인지하더라도 1년생 작물처럼 재빨리 회피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과수 재배는 다른 작물보다 10년 먼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판단하고 그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농촌진흥청이 몇 해 전에 다른 부처에 앞서 관련 전문가들로 하여금 기후변화대책팀을 만들었지만 대응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에 있다.이에 앞으로 과수분야에서 심도 있는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과수 생육과 품질에 대한 기본 조사를 철저히 수행하여 영향평가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과수 재배에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줄이고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기후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연차별 지역별로 국지기상, 생물계절(발아일, 만개일), 과종 및 품종별 과실 품질, 병해충 발생 현황, 기상재해 발생 지역과 규모, 특이 증상과 생리장해 발생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온실, 챔버 등 조절환경을 이용한 보완실험을 곁들인다면 이렇게 기록된 자료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요소와 과수생장 및 과실품질간의 관계를 정량화하는데 활용되어 기후변화의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지구온난화가 과수 재배에 가져올 불리한 점과 유리한 점을 시공간적으로 분석하여야 하겠다. 현재 대중매체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과수 재배가능면적이 급격히 줄어든다거나,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등 부정적인 면 일색이다.그러나 동전의 앞뒷면처럼 부정적인 면 뒤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후지’ 사과의 경우, 기온이 상승하면 급격히 재배적지가 감소하게 되지만 그 자리에 단감이나 감귤의 재배적지가 형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우리가 빨리 밝혀야 할 것은 온난화에 의한 부정적인 효과와 긍정적인 효과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시공간적 예측이다.이는 장기적인 농업정책 수립에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며, 새롭게 과수원을 개원하는 농민과 이를 지도하는 전문 지도원에게는 과수원의 위치 선정과 적합한 과종을 선택할 수 있는 영농지표 자료로 이용될 것이다.마지막으로,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과수 신품종 개발을 적극 지원해야 하겠다. 대부분의 낙엽과수는 생육기 온도가 고온조건으로 바뀌면, 과실 품질이 크게 저하되게 되고, 이로 인해 농가 소득의 감소, 과수 농업의 경쟁력 약화, 과실 수입의 급증 등 다양한 악영향이 나타날 것이다.재배기술로 극복하는 것보다는 육종을 통하여 온난화 환경에서도 품질이 뛰어난 특성을 나타내는 품종을 육성하는 것이 훨씬 더 근본적이고 확실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하나의 과수 품종을 육종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최소 15년의 장구한 기간이 필요하므로 지금부터라도 고온조건에서도 좋은 형질을 발현할 수 있는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선택하여 육종에 힘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