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시론 / 농촌진흥청의 존재이유
원예 시론 / 농촌진흥청의 존재이유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8.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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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의 스님은 날짜를 헤아리지 않고서 낙엽 하나 지는 것을 보고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山僧不解數甲子 一葉落知天下秋(산승불해수갑자 일엽낙지천하추)라는 고사어 이다.즉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알고(以小明大), 가까운 것으로 먼 것을 알수 있다(以近論遠)는 의미로 작은 조짐을 보고서 큰일을 미루어 짐작하고 앞으로의 형세를 살필 수 있다는 뜻이리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국민을 잘살게 하자는 목표는 같을 진데 떨어지는 낙엽 하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글로벌시대, 국민소득 4만불시대를 목표로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많은데 책임있는 자가 마음을 빼앗겨 큰일을 그르쳐서는 안된다. 지금은 상생의 지혜가 필요하고 서로가 협상력을 발휘할 때이고, 작은 일이라고 가볍게 봐서도 안된다.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마련된 뒤에 하는 법, 우선 순위에 따라 순서와 절차에 따라서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 스피드시대라 하여 서두르다 적에게 군사를 빌려주고 도둑에게 곡식을 가져다 주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다음 예가 적절할지는 모르겠다.옛 소련이 급작스럽게 무너지자, 많은 최첨단 연구소와 연구원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다 주요 인적물적 자원의 유실, 직간접 유출 등이 발생했고, 50년역사를 가진 토종 종묘기업들이 M&A당하여 외국계 회사로 주요 자원과 인력이 한번에 넘겨진 것 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물며 100년 역사를 가진 농촌진흥청 조직의 설립목적, 임무, 역할, 업적 등을 보고, VIP 고객인 농촌농민의 민의를 수렴해 볼진데 존치이유가 명백하다.농촌진흥청을 출연연구기관으로 만든다고 계획했다면 국내외적으로 경제적 이해득실, 문화적 가치와 식량 안보적 차원, 건강한 농업농촌, 국민의 삶의 질 개선 등 공공성을 사전에 충분히 비교분석,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신중히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자기의 의견을 굽혀 들을 줄 모르고, 잘못 갈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 목적만을 위해 가는 자세는 앞으로 큰 일을 이룰수가 없다는 뜻이다.泰山不辭土壤(태산불사토양)이라고 하지 않는가, 태산은 작은 흙덩어리도 사양하지 않는다고 한다. 큰사람은 사소한 의견도 중요시 하며, 위압을 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지금은 더 큰 일, 더 큰 목적을 계획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할 때이다. 농촌진흥청의 출연연구소화 작업에 너무 목메이지 말고, 부강한 국가, 건강한 국민, 잘사는 농업농촌을 만들기 위해, 현재의 농촌진흥청이 한국형 농촌진흥청으로 역활변화를 추구하여 거듭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채찍과 당근, 그리고 기회를 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100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하면 누가 그 중요성을 알지 못할까?. 농촌진흥청은 100년 농업의 역사이며, 농촌농민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농촌진흥청이 민영화되는 것은 상징적으로 우리농업 역사가 사라짐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쪼록 모두다 낙엽 하나 지는 것을 보고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알고, 작은 조짐을 보고서 장차 큰일이 일어날 것을 미루어 짐작하는, 위기대처 능력을 발휘하는 지혜를 가져 주었으면 한다.■김재영<한국원예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