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시론
원예 시론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7.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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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과를 비롯한 주요 과일 채소작물이 세계 자유무역 시장에서 외국농산물과 자유경쟁을 하는 체제로 들어서고 있다. 국내 원예산업이 안정적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시장이 안정되어야 하고 나아가서는 세계 시장에 들어설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작물을 다루는 많은 사람들의 견해는, 생산기술이 발달하여 좋은 원예산물이 수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장, 유통, 판매 과정에서 품질이 저하되어 소비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지적하고 있다. 수확후 관리란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신선 농산물의 수확에서 소비 단계(from field to table)에 이르기까지 품질유지를 위해 적용되는 모든 기술의 총화를 말한다.국내 원예산업이 꾸준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확후 관리기술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수확후 관리가 성공적으로 활용되려면 크게 세 분야가 동시에 그리고 조화롭게 발전되어야 한다. 첫째는 기초연구분야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이다. 수확후 관리는 상품의 통일성, 표준화를 통해 품질관리를 이루는 기술활용과 경영의 성격이 큰 분야이지만 기본적인 연구기반이 조성되지 않고는 사상누각이 되기 쉽다. 모든 산업기술이 기초학문을 토대로 발전되어왔음을 안다면 수확후 관리기술 개발에 앞서 깊이 있는 작물에 대한 연구결과가 먼저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과실과 채소의 품질변화는 이들 생산물이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을 적용하여 성공적인 품질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수확후 생리 분야에 대한 폭넓은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 여러 연구기관에 산재되어 있는 수확후관리 연구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확후관리 연구원을 만들고 연구방향에 대한 전반적인 조정을 이루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는 기술에 대한 이해이다. 국내 저장유통산업이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한 원인 중의 하나는 기술을 이해하고 정확하게 활용하는 전문기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술개발 분야에서는 우수한 연구진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보급해도 현장에서 그러한 기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없이는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질리 만무하다.많은 국공립기관에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수확후 품질관리 요원을 양성하고 있으나 교육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이 판매, 즉 마케팅 위주로 진행되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이러한 현실은 이공계 출신 기술인력이 홀대받는 전반적인 사회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으나 농업분야에서는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농업의 2차 산업화는 농산물의 가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인이 스스로 기술을 터득하고 수확후 관리 분야에 참여하는 가능성에 달려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소비시장의 요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소비시장(소비자)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에 맞추어 대응해야 할 것이다. 소비시장은 끊임없이 양질의 생산물을 요구하고 있다. 고품질 생산물을 시장에 내기 위해서는 수확에서 소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일관된 품질관리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에서 시도하는 산지유통센터(APC)의 활용이 그 해답의 첫걸음이라 할 것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표준화된 품질관리를 위한 경영 및 통제시스템이 갖추어지지 못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기술 적용을 통해 품질 개선이 여의치 않으니 부가가치를 올리는데 외형만을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생산물의 실질적인 품질개선을 위한 기술은 도외시하고 브랜드나 화려한 포장을 통한 마케팅에만 치중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려된다.과거 20여년에 걸쳐 많은 연구개발과 기술활용을 통해 품질개선을 이루어왔지만 세계시장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아직 미흡하다.수확후 관리분야에 대한 연구를 보다 활성화하고 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실질적인 품질 향상을 이루면서 산지유통센터를 통한 품질관리시스템이 정착될 때 비로소 외국농산물과의 차별성을 가질 수 있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박윤문<안동대 교수·한국원예학회 부회장 저장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