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과수 유전자원 중장기 안전보존 방안
우리과수 유전자원 중장기 안전보존 방안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6.05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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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만6천점 식물유전자원 확보 … 세계 5위권 달성
병해충·재해피해 방지로 안전보존 가능한 기술 개발해야

지난 40억 년간 자연적, 인위적 진화를 거쳐 생존하고 있는 ‘유전자원’은 자연의 위대한 선물이자,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의․식․주의 원천이다. 또한, 천연물 신약, 바이오 에너지 등 미래 성장동력으로 실질적, 잠재적 가치가 있는 유전물질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 문명과 함께 한 유전자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인구증가, 도시 및 산업화, 산림파괴, 사막화로 매년 2만 5천~5만 종의 생물종이 멸종되고 있다.

50년 후에는 지구 생물종의 25%가 사라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04, 네이처). 이에 따라 기원전 2800년경 중국의 신농씨가 약초를 수집․보관을 통해 유전자원을 탐색․수집․확보․유지․보존하려는 노력이 시도된 이후, 유럽에서는 노리치 식물원 등에서 식물자원들을 보존하여 왔다. 근대 이후에는 러시아의 바빌로브 식물산업연구소를 필두로 국제농업연구자문그룹(CGIAR) 산하 국제미작연구소 등 16개의 국제농업연구센터와 미국 USDA ARS 등 국가별 국립연구소를 중심으로 분야 및 작목별 다양한 유전자원의 확보, 평가와 함께 소실에 대응하고 있다.

금보다 비싼 종자, 항암제인 ‘택솔’,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소재인 식물자원은 생태 친화형, 미래 고부가 산업의 게임체인저로서 그 가치가 성장하고 있다. 이에 유전자원으로의 접근과 이익공유 이행 확대를 골자로 하는 나고야의정서가 2014년 발효되기도 했다. 자국 자원 확보, 평가 및 안전 보존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된 것이다.

그러나 과수 유전자원 대부분은 노지에서 나무째로 유지·보존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관리 비용 증가와 함께 기상재해, 병해충 피해에 따른 소실 위험이 커지는 실정이다. 병해충이나 조류 같은 생물학적 피해와 저온․고온․가뭄 등 비 생물학적 피해로부터 ‘과수 유전자원’을 중장기적으로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최근 과수 유전자원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초저온 동결보존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저온 용기에 보존하는 ‘기내저온보존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했다. 초저온 동결보존 방식은 추위에 비교적 강한 사과 유전자원에 적용이 가능한데, 잎눈이 1~2개 포함된 휴면 가지를 저온 건조한 뒤, 영하 196도(℃)의 액체 질소통에 넣어 반영구적으로 보존한다. 기내 저온보존은 초저온 동결보존에 알맞지 않은 배, 복숭아, 포도, 감 등이 대상이다. 배의 경우, 어린 새순을 실험실에서 증식한 뒤 보존 배지가 담긴 투기성 조직 배양묘 보존 전용 비닐봉지에 넣어 1~4도(℃)에 두어 보존하면 배지를 옮기지 않고도 4년간 보존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2021년 현재, 세계 5위권인 26만 6천 점의 식물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과수는 토종, 신품종, 국외수집 및 도입자원 등 6천 6백 점에 이른다.

앞으로는 유전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경 속 ‘노아의 방주’처럼 소실 없이 안전하게 미래 유망소재로 평가․활용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보존하는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2030년까지 초저온 동결보존과 기내 저온보존을 통해 5대 과수의 50% 수준인 2천 점의 실내 보존을 최선을 다해 추진할 계획이다.

■신일섭<농진청 원예원 과수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