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바이러스병 이렇게 막아야
수박 바이러스병 이렇게 막아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5.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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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묘 심어야
지자체 차원 농업부산물 공동폐기장 설치 필요

우리나라에서 수박이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200년대이다. 허균은 조선시대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에 “고려를 배신하고 몽고에 귀화하여 고려사람을 괴롭힌 홍다구가 처음으로 개성에 수박을 심었다”라고 기록했다. 톰소여의 모험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수박은 이 세상 최고의 사치로, 이 땅의 모든 과일을 다스리는 왕이다. 일단 수박의 맛을 보면 천사들이 먹는 과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라고 했다. 수박은 갈증을 해소하는 것 외에도 건강에 좋은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물질, 기타 유익한 식물 영양소가 포함돼 있다.

수박 재배 농가에서는 지금이 여름 출하를 앞두고 한창 바쁠 때이다. 수박 농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병(CGMMV)이다. 이 병에 감염되면 과실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병은 1935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보고되었다. 1985년까지는 감염 속도가 느렸으나 이후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2007년부터 급속히 퍼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중국에서 채종하여 수박 대목으로 사용한 FR킹 박종자가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병에 감염되어 463ha의 수박을 모두 폐기한 사례가 있다.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병이 이렇게 빠르게 확산된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무역의 자유화로 작물의 국가 간 이동이 용이하게 된 데 그 이유가 있다.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병은 종자 전염이 되는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병 감염지에서 채종한 종자가 국제무역을 통해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감염 경로를 알고 대처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우선 바이러스병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묘를 심어야 한다.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병은 종자에 의한 전염율은 낮지만 종자 감염으로 인해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병에 감염된 묘가 심겨지면 주변 작물까지 전염될 수 있다. 따라서 종묘회사에서는 수박 종자를 철저히 소독하야 한다. 육묘장에서도 접목을 하는 동안에 접목묘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작업 도구 등을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아울러, 재배지 토양이 바이러스에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수박재배지는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병이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에 토양이 오염된 경우가 많다. 토양에 바이러스 오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폐기물 처리를 잘못하기 때문이다. 수박을 수확한 후 남는 덩굴 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박을 폐기할 방법이 없어서 작기가 끝난 후 재배지의 밭을 갈 때 이들 부산물을 그대로 밭에 넣는 경우가 있다.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병은 토양 속에 묻힌 수박 식물체 잔여물에서도 몇 년 동안 전염력이 있으며 이들은 유묘 정식 시 뿌리를 통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박 과실의 침출물 역시 바이러스 전염원이 될 수 있다. 박과류 재배농가에서는 수분을 위해서 벌을 주로 이용하는데 최근의 연구 보고에 의하면 꿀벌이나 호박벌이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병을 옮긴다는 보고들이 있다. 따라서 수분 시 바이러스가 옮겨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국제무역 증가와 기후변화로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던 새로운 병해충이 유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국가에서는 우리나라 생물자원을 보호하고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박에서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병 피해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농업 부산물 공동 폐기장 설치 등 농업 부산물을 안전한 방법으로 처리하여 재활용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오염을 막으면서 농업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정봉남<농진청 원예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