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원예품종개발 어디까지 왔나? - ◈채소분야 - ④ 고추
우리 원예품종개발 어디까지 왔나? - ◈채소분야 - ④ 고추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5.10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음식문화 만드는 고추 … 내병성·내습성 등 신품종 육성연구 수행

■수요자 맞춤형 품종 개발

◈ 품종 육성 방향

고추는 우리나라 채소 생산액의 약 10%를 차지하는 중요한 채소작목이다.
고추의 독특한 색과 맛은 김치, 고추장 등 한국 음식의 감칠맛을 결정하기 때문에 우리 음식 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고추 육종 연구는 1960년대까지는 연구 초기로써 주로 도입 품종 및 재래종 고추에서 우수 계통을 선발하는 시험 위주로 수행되었다. 1970년대에는 웅성불임을 이용한 신품종 육성과 다수확을 위한 품종 개량에 주력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복합내병성 품종 육종이 시작되어 주요 병해인 역병, 탄저병, 반점세균병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도 복합내병성 품종 육성을 위한 연구에 주력하였고 동시에 고추 생산비를 줄이기 위한 일시 수확형 고추 품종 개발 과제가 시작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여보고자 생산비 감축을 위한 일시수확형 품종 육성과 노동력 절감 연구가 본격화되었다.
또한 농산물 기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고색소 품종, 풋고추 색이 다양한 기능성 품종, 관상용 품종 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아울러 부산물로만 여겨졌던 고추 잎에 혈당강하 효과가 높은 AGI 고함유 잎 전용 품종을 개발하였다. 2010년대 들어와서는 급변하는 기후 조건에 적응성이 높은 내습성, 내저온성, 내서성 고추 계통을 육성하고 육성계통의 생리적, 유전적 특성을 탐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농업인구 감소, 고령화로 노동집약적 관행농업이 한계에 직면함에 따라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지면서, 수확에 투입되는 노동력 절감을 위한 고추 수확 기계가 개발되었다.
이에 따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수확 기계에 적응성이 높은 품종을 선발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양은영<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연구사>

◈ 주요 품종

# 적영
중국산 수입고추 대응키 위해 육성

최근 농촌 노동력의 감소, 농촌 인구의 고령화, 악성노동의 회피 등으로 고추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으로부터의 냉동 고추의 수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국내 고추 재배농가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국내 재배 여건에서 중국산 수입고추에 대응하기 위해 고색소 고추 품종 ‘적영’을 육성하였다. 1997년 헝가리에서 도입한 ‘OH95' 자원을 활용해 2003년에 고색소 계통으로 모본 ’62067L2'를 선발하였고 1993년 RSS와 LV2319를 교배한 후 선발과 세대진전을 수행하여 부본 ‘62027R3’을 육성하였다. 교배조합 작성 후 2년간 조합의 원예적 특성을 평가 후 3년간 수원, 화천, 영양 3개소에서 지역적응시험을 수행하였다. ‘적영’은 고추가루의 색소함량이 ASTA value 3년 평균 175로 기존 시판품종 122보다 약 43% 높으며, 매운맛은 캡사이시노이드(Capsaicinoids) 함량 114.4±11.6mg/100g으로 대비 품종 86.3±2.8mg/100g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지역적응시험결과 선발 조합의 수확량은 연차 간, 지역 간 차이를 보였으나 시판 품종보다 18% 정도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 원강3호
역병 등 복합저항성 가지는 대목용 품종

고추 시설재배 면적과 생산량은 최근 해마다 늘어나 2019년 기준 4,256ha, 175,843M/T에 달한다. 그러나 같은 밭에서 오랫동안 고추를 재배함에 따라 역병, 풋마름병 등의 토양전염성 병해 발생 증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목을 이용한 접목묘 재배 비율이 늘어나고 있어 역병과 풋마름병에 복합저항성을 가지는 대목용 품종 ‘원강 3호’를 육성하였다. 2005년 대만 세계채소연구소(The World Vegetable Center)에서 도입한 CM334를 재료로 하여 2006년부터 역병 및 풋마름병 유묘기 인공접종을 통해 저항성 개체를 선발, 세대 진전하여 최종적으로 역병 및 풋마름병 저항성 대목으로 선발하였다. ‘원강 3호’는 시판 접수용 품종과의 접목 친화성이 높으며 포장 상태에서 흰가루병, 바이러스에도 중강 정도의 저항성을 보인다. 2년간 실시한 대목 자체의 생산력검정시험과 접목 후 접수의 생산력 검정시험 결과, 대목자체의 수량은 선발대목의 과실 특성이 작아 수량이 낮으나, 접수 품종의 평균수량은 2,719kg/10a로 표준품종 (2,643kg/10a)보다 다소 높아 대목으로의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 

# 하누리
꽃꽂이 소재용·관상용으로 육성

일반 농촌에서의 농업활동이 생산과 소득이 목적이라면 도시에서의 농업활동은 생활환경 개선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 궁극적인 목적이므로 재배하는 작목의 형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이미 꽃고추, 장식용 호박 등의 채소를 장식 및 조경소재로 이용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각종 장식용 채소를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장식용 채소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나 도시농업이 발전할수록 쉽게 가꿀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이 필요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기존의 고추 품종과 달리 도시경관 조성, 가정재배, 꽃꽂이 소재용으로 적합한 관상용 고추 품종을 육성하였다. ‘하누리’는 2007년 농업유전자원센터로부터 도입한 ‘K057330’를 이용,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특성평가와 선발과정을 거쳐 품종화 하였다. ‘하누리’는 초장과 과실이 기존의 고추 품종에 비해 매우 작고 착과 방향이 상향인 품종으로 미숙과색은 자색이고 숙과색은 적색인 고정종 품종이다. 개화 소요일수는 파종 후 90일 전후로 기존의 관상용 품종보다 20일 이상 짧고 보라색과 빨간색의 작은 열매가 위로 촘촘히 열리는 특징이 있다.

# 톡톡
물방울 모양이며 화단용으로 유용

‘하누리’와 마찬가지로 관상용 품종으로 육성된 ‘톡톡’은 브라질 엠브라파(Embrapa)에서 도입한 ‘07-10-70’을 이용,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특성평가 및 선발과정을 거쳐 품종화하였다. ‘톡톡’은 과실모양이 물방울 모양이며 착과방향이 하향이고 미숙과색은 연황색이고 숙과색은 적색인 고정종 품종이다. 과중은 1.4g 정도의 소과이고 과장은 2.2cm, 과경 1.4cm 정도이며 과형은 탄두모양으로 화단용이나 꽃꽂이 소재용으로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 원기1호
당뇨 합병증 직접적인 영향 미쳐

최근 경제 발전으로 인한 식생활의 서구화와 편의생활에 따른 활동량의 감소 및 체중 증가 등으로 인해 동맥경화, 고혈압, 암, 비만 및 당뇨병 등의 만성 퇴행성 질환이 증가되고 있다. 알파글루코시다제(α-glucosidase)는 소장의 융모에 존재하는 소화 효소로서 이당류나 소당류를 탄수화물의 소화 흡수 상태인 단당류로 가수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α-glucosidase의 억제를 통한 탄수화물의 가수분해 저해는 식후 혈당 상승 조절에 의한 당뇨 합병증의 예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추와 고추 잎에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α-glucosidase inhibitor(AGI) 활성이 높은 것이 보고되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고추 850여 점을 대상으로 강원대와 공동으로 AGI 활성을 조사하여 잎에서 안정적으로 AGI 활성이 높은 계통을 선발, ‘원기 1호'로 육성하였다. ‘원기 1호’는 잎에 대비 품종보다 AGI 활성이 4배 정도 높은 기능성 품종으로 순창군, 포천군, 완주군 등에 통상실시되어 찰보리빵, 청국장, 천마차 등 기능성 식품 원료로 꾸준히 이용되고 있다.

# 원기2호
AGI 특성평가 거쳐 최종적 품종화

‘원기1호’의 후속으로 기능성이 보다 강화된 품종개발을 위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으로 혈당강하 활성이 높은 AGI 잎전용 고추 품종개발 과제를 수행하였다. 본 과제를 통해 육성한 AGI 고활성 품종 ‘원기2호’는 2007년 AGI 고활성 육성계통인 FR1을 모본으로, FR2를 부본으로 하여 작성한 교배조합으로부터 약배양 유래 개체를 획득한 후 AGI 활성 및 특성평가를 거쳐 최종적으로 품종화하였다. ‘원기2호’는 AGI 활성이 기존 육성품종인 ‘원기1호’에 비해 2.9배 높으며 당뇨병치료제인 아카보스(Acarbose)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원기2호’의 당뇨 및 비만 치료제 적용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쥐를 이용한 전임상 시험을 수행한 결과 공복혈당, 당화혈색소, 혈장 인슐린, 혈중지질, 간기능 개선지표 등에서 유의적인 개선효과를 보였으며 Acarbose와 비슷한 수준의 혈당강하, 당뇨개선 및 혈중지질 대사 이상 개선의 효과가 확인되어 향후 건강기능성 식품의 원료로 이용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본 품종은 2020년 12월 직무육성심의를 통과하여 품종보호 출원 중으로 품종등록 후 통상실시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