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선진국들의 이상기온 대응 현황과 방향
농업선진국들의 이상기온 대응 현황과 방향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5.0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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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선진국, 농작물재해보험 피해·미보상 작목 보전제도 다양화 시도 지속
농작물재해보험 상품 다양화와 재해피해 경감위한 재배기술 개발 집중해야

2020년 대한민국은 6월부터 8월까지 49∼54일간 지속된 역사상 가장 긴 장마, 그리고 7월 기온이 6월보다 낮은 유례없는 이상기상을 경험하였다.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이상기상의 출현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0년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25℃ 높아 역대 가장 따뜻한 해로 기록되었다. 미래 한반도의 극한 고온현상은 현재 대비 증가할 것이고 극한 저온현상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업, 특히 과수산업은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되므로 이상기상에 매우 취약한 분야이다. 미국, 일본 등은 이상기상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들 농업선진국은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농업재해보험 운영과 경감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먼저, 정책분야를 보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자연재해로 인한 농가의 경영위험 극복을 위해 농작물재해보험을 핵심적 정책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1년 처음 도입한 농작물재해보험제도가 자연재해를 입은 농가의 경영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보상수준이 확대되며 재해보험의 손해율이 급증하고 보험요율도 인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업인과 정부 모두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일조부족 등 재해 종류가 증가하고 작목 다양화 등 환경이 변화하고 있으나 보험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물과 재해 종류에 관계없이 피해액을 보전하는 상품, 가입자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상품, 보험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작목과 재해 피해를 보전하는 제도의 다양화 등이 시도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농작물 종류와 재해에 관계없이 피해액을 보존하는 농업경영수입보험을 2019년부터 새롭게 출범하였다. 이 보험은 재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뿐만 아니라 가격 하락에 의한 손실까지 보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콩, 포도 등 몇 가지 작목에 대해서는 수입보장보험이 시행되고 있다. 

재배기술 분야를 살펴보자. 개화기 저온 피해, 폭염 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재배기술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과수의 이상기상 피해는 태풍, 우박 등 자연재해를 제외하면 개화기 저온 피해, 여름철 폭염 피해, 겨울철 동해로 주로 저온과 고온에 의한 피해이다. 이상기상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비료와 병해충 관리 등 재배 기술은 기본이며, 보다 효과적인 피해 경감을 위해서는 고가의 시설 설치와 유지보수 비용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농업인은 고가의 시설과 장비보다는 사용이 편리하고, 설치 비용이 필요 없는 살포제를 선호한다.

짧게나마 정책과 재배 기술 분야를 살펴보았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재해에 취약한 농업부문의 경영안정을 위한 핵심제도이다. 따라서 적정규모 이상의 가입농가 확보 등 보험 사업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본요건이 충족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특정 면적 이상의 농업인은 의무가입과 같은 방법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입자 선택의 폭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상품개발이 필요하다. 피해 경감을 위한 재배기술 개발은 농장의 규모, 환경 여건(수자원 등)에 따라 적용 가능한 다양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긴급 대응이 가능하고, 초기 설치비용이 필요 없어 현장에서 선호하는 살포제 개발은 개발 속도가 더딜지라도 꾸준한 연구가 지속돼야 할 것이다. 또한 하우스, 시설 안에서 재배가 가능한 재배체계도 장기적으로 고려해 볼만하다. 이를 위해서는 키가 낮은 왜성대목, 낮은 광에서도 생육이 양호한 품종 육성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한점화<농진청 원예원 과수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