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홍차 이야기
향기로운 홍차 이야기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4.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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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풍미로 사랑받는 홍차 … 시장성 있는 향기 연구 활발
품종·산지·기후 등 영향 향기 성분 풍부, 머스켓 향 나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흑차 등 다양한 차류 중 홍차는 ‘다능비사(多能鄙事)’라는 중국 명나라 중기의 책에서 처음 등장한다. 책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전 세계로 뻗어 나간 홍차는 현재 나라별 특유의 문화가 형성된 세계적인 차(茶)로 자리매김하였다. 또한 독특한 풍미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비량을 자랑하고 있다.

홍차는 보통 ‘채엽-시들리기-비비거나 자르기-산화발효-건조’의 과정을 통해서 과일향, 꽃향, 꿀향 등의 다양한 향기성분들이 만들어진다. 홍차의 향기는 품종, 산지, 기후 등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다른 차류들보다 향기성분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수많은 홍차 중에서도 머스캣 향기가 나서 홍차의 샴페인이라고 불리는 인도의 ‘다질링 홍차’, 몰티향과 장미향이 특징인 인도의 ‘아쌈 홍차’, 송연향이 가득한 중국의 ‘기문 홍차’, 달콤하고 윈터그린(노루발풀) 향이 매력적인 스리랑카의 ‘우바 홍차’는 각각의 특유의 향과 맛으로 세계 4대 홍차의 명예를 가지고 있다. 이렇듯 차의 향기는 차의 품질을 결정하고 소비와 시장성에 중요한 조건이 되어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찻잎’이라는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진 홍차는 이처럼 각기 다른 특유의 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이 향기들은 어떠한 물질일까? 세계 4대 홍차에서 특징적인 향은 게라니올, 시스-3-헥세닐 헥사노이트, 벤젠아세트알데하이드, 트랜스-베타-이오논, 하트리에놀, 시스-리나롤 산화물(피라노이드형), 그리고 살리실산메틸이라는 성분으로 밝혀졌다. 개별적으로는 인도 다질링 홍차에서 리나롤과 트랜스-리나롤 산화물(푸라노이드형), 아쌈 홍차에서 트랜스-2-옥테날, 스리랑카 우바 홍차에서 살리실산메틸, 그리고 중국 기문 홍차에서 벤젠아세트알데하이드 성분들이 각각 가장 대표적인 향기 물질로 확인되었다. 달콤한 향인 벤젠아세트알데히드, 상큼하고 달콤하며 장미꽃 향인 리나롤, 꽃향인 트랜스-리나롤 산화물(푸라노이드형), 신선하고 오이향이 특징인 트랜스-2-옥테날, 윈터그린(노루발풀) 향을 내는 살리실산메틸 물질을 각각 찾아냄으로써 동일한 차류의 산지 판별용 기초 데이터가 마련되었다.

최근 샤인머스켓이라는 아주 맛있는 포도가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샤인머스켓의 향은 흔히 망고향이라고도 하는데 그 주요 성분이 리나롤이며 샤인머스켓 1kg당 76~180μg 정도의 양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리나롤 성분은 사람이 향을 맡았을 때, 감귤향, 꽃향, 달콤한 향 등으로 인지되고 있다. 이렇게 좋은 향이 전 세계인들이 좋아한다는 홍차에도 과연 있을까? 홍차의 향기성분을 측정해 본 결과, 다질링 홍차에는 14,814μg/kg, 아쌈 홍차에는 4,926μg/kg, 기문 홍차에는 3,828μg/kg, 그리고 우바 홍차에는 2,041μg/kg이 확인되었다. 즉, 샤인머스켓보다 최소 열배 이상 많이 함유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섭취하는 양에는 차이가 있다. 한 알에 10~18g인 샤인머스켓과 1회에 건조된 찻잎 3~5g을 150~200ml의 물에 타서 마시는 홍차에서 느껴지는 향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은은한 홍차가 주는 매력은 그 자체로 충분하다. 몸과 마음에 좋은 차를 마시면서 맛있는 향기를 찾아보는 것도 아주 소소하지만 기분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강수영<농진청 원예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