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원예품종개발 어디까지 왔나? - ◈과수분야 - ⑥ 키위
우리 원예품종개발 어디까지 왔나? - ◈과수분야 - ⑥ 키위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4.0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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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도입 남부지역 재배 많아 … 중북부 해안가로 재배면적 증가세

■시장경쟁력 우수한 한국 맞춤형 키위 품종 개발

◈ 품종 육성 방향

키위(‘참다래’라고도 부름)는 20세기에 개발된 과일로 1930년대에 뉴질랜드에서 본격적으로 상업화가 시작된 작목으로 역사가 아주 짧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 키위가 도입되어 50년을 지낸 과수다. 도입 초기, 과육색이 녹색인 ‘헤이워드(Hayward)’가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었다. 2000년대 들어 뉴질랜드의 제스프리(Zespri)에서 골드키위인 ZespriⓡGold(품종명: ‘Hort16A’)가 도입되고 우리나라 최초의 골드키위 품종 ‘제시골드’가 육성되면서 골드키위 재배가 증가했다.
최근 소비자의 기호가 다양해지고 건강기능성 과일에 관심이 높아졌다. 이와 동시에 지구온난화와 따뜻한 겨울철로 남부지역 주산지를 비롯해 중·북부 해안가 지역에서도 키위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어 키위의 생산과 소비량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키위의 안정생산을 저해하는 요소도 명확하다. 봄철 꽃샘추위(서리) 피해, 수확기 저온 피해 등 국내 기후 요인과 답전윤환(논을 밭으로 바꿈) 등 물 빠짐이 불량한 토양환경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2010년대 들어 발생한 세균성 궤양병 일명 PSA는 키위 산업에 가장 치명적인 요소로 감염된 나무 전체를 고사시키고 과수원을 폐원시키기도 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소비 트렌드, 생산지역의 변화, 국내 기후와 재배환경을 고려한 품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20년간 집중적인 육종 연구 결과,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고당도 골드키위 품종, 수확기 서리 피해를 받지 않는 조기 수확형 품종, 과피에 털이 없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품종들을 개발하였다.
앞으로는 습해를 줄이기 위한 내습성 대목, 궤양병 저항성 품종, 곁꽃(측화) 발생이 적어 꽃 솎기 노력을 줄일 수 있는 생력형 품종, 개화 시기가 빨라 충매수분을 시도할 수 있는 수품종 등 고품질 과실을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고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신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목희<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남해출장소 연구사>

◈ 주요 품종

# 스위트골드
당도 높은 골드키위 … 생산요구 증가

‘스위트골드’는 이름 그대로 달고 맛있는 골드키위다. 그동안 육성된 골드키위는 당도가 다소 낮았던 1세대 골드키위(‘제시골드’, ‘한라골드’ 등)의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육성된 2세대 품종이다.
‘스위트골드’는 2003년 ‘퍼스트엠퍼러’와 ‘옥천’을 교배해 2010년에 육성된 품종이다. 후숙 후 당도가 18~20Brix로 아주 높은 고당도 품종이다. 과일 무게는 80~100g으로 대과종은 아니지만, 과형이 타원형으로 예쁘다.
제주도의 한라골드영농조합법인과 전용실시 계약을 체결해 단맛이 다소 아쉬운 ‘한라골드’를 성공적으로 대체하였으며 현재 50.0ha(3.6%)가 보급되었고 경남, 전남 등 주산지에서 생산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였으며 동남아 등 수출시장도 공략하고 있는 효자 품종이다.
다만, 착과량이 많거나 과도한 그늘짐으로 인해 과육 내 녹색 색소 분해가 지연되어 골드키위 특유의 황금색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이를 해결할 생산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 골드원
단맛 신맛 균형 맞고 저장성 우수

키위는 보통 과일 무게가 100g 내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1개를 혼자 먹기에는 양이 아쉬운데다 여러 개 깎는 것이 번거롭다며 더 큰 과일을 요구하였다. ‘골드원’은 이러한 요구에 가장 적합한 골드키위 품종이다.
‘골드원’은 2003년에 ‘홍심’과 ‘옥천’을 교배하여 2011년에 육성한 2세대 품종이다. 과일 무게가 120~160g으로 아주 큰 대과종이다. 일반적으로 농가에서 수량을 증대하기 위해 비대제, 영양제 등을 사용하는데, ‘골드원’은 이러한 작업 없이도 대과 생산이 가능한 품종이다. ‘골드원’은 과일이 크기 때문에 깎아 먹기가 편하고 유통에 있어서 기존 키위와 차별성을 가진다. 이러한 이유로 점점 보급이 확대되어 현재 26.3ha(1.9%)가 보급되었다.
‘골드원’의 후숙 후 당도는 14~16Brix로 아주 높지는 않지만,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좋아 새콤달콤한 맛을 골고루 느낄 수 있는 품종이다. 저장력이 4개월 정도로 골드키위 중에서 우수한 저장성을 가져 경매사, 유통 관계자 평가에서 호평을 받은 품종이다. 그러나 농가 간 품질 격차가 있어 소비자 테스트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품종이다. 균일한 재배관리를 통해 품질을 향상시키면 시장에서 대과 골드키위로의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 레드비타
속 빨간 골드키위 … 새콤한 맛 강해

SNS의 보급으로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보가 언제나 정확하리란 보장은 없다. ‘레드키위’도 마찬가지다. 키위와 무화과를 교배해서 육성한 과일이라는 그럴싸한 거짓 정보로 인해 주목을 받고 있다. 레드키위는 기존의 골드키위나 그린키위의 과육 속에 빨간색 색소가 있어 붉은 과육이 있는 키위를 말한다.
‘레드비타’는 속이 빨간 골드키위로 2003년 ‘홍심’과 ‘옥천’을 교배하여 2012년에 육성된 품종이다. 타원형 모양의 과일이며 무게는 80~100g이다. 후숙 후 당도가 15~16Brix이나 산 함량이 1.3~1.5%로 높아 새콤한 맛이 강해 호불호가 갈리는 품종이다. 비타민 C 함량이 생과일 100g당 150mg으로 아주 높아 기존 품종보다 3~5배 정도 많은 것이 특징이다. 재배에 있어 가장 큰 장점은 측화(곁꽃)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꽃 솎기가 필요하지 않아 노동력 절감에 우수한 품종이다.
최근 식품 소비트렌드는 ‘단짠단짠’이기 때문에 신맛이 높은 ‘레드비타’는 원활히 보급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내 최초의 ‘레드키위’이고 노동력 절감 품종이기 때문에 활용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감록
산 함량 낮고 단맛 높아 인기 기대

과육색이 녹색인 그린키위는 기존 품종 ‘헤이워드’의 신맛과 후숙의 어려움으로 인해 소비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그린키위 농가들은 수취 가격도 점점 내려가고 있어 골드키위로 품종 교체를 시도하는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키위 재배면적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어 이를 대체할 그린키위가 필요해 개발한 품종이 ‘감록’이다.
‘감록’은 달 감(甘)에 초록빛 녹(綠)을 사용한 이름으로 더 달고 덜 신, 그린키위의 편견을 깨는 품종이다. 2003년 ‘서향’과 ‘미량2호’를 교배해 2013년도에 육성한 품종으로 후숙 후 당도는 18Brix로 높고 산 함량이 낮아 단맛이 아주 높다. 또한 기존품종 ‘헤이워드’와 달리 수확기가 10일가량 빨라 가을철 서리피해의 걱정 없이 제 수확기에 수확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그린키위는 신맛이 나는 과일이라는 편견이 있어 ‘감록’은 시식 평가 등을 통해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약 3.0ha(0.2%) 보급되었지만, 맛을 본 소비자들은 계속 구매하기 때문에 향후 재배면적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감황
당도 18Brix 이상 … 고당도 대과

대게 우리나라의 키위 수확기는 경남과 전남을 기준으로 10월 말에서 11월 초이다. 최근 재배되는 골드키위 품종은 대부분 10월 중·하순에 분포되어 있다. 가을철 불규칙한 온도 변화와 서리가 발생하는 기후를 고려한다면 점점 국내 환경에 적합한 품종이 늘어나고 있다.
‘감황’은 최근 소비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골드키위의 수요를 반영하여 개발한 품종이다. 2003년에 ‘홍심’과 ‘옥천’을 교배하였고 2015년에 육성되었다. 과실의 무게는 130~140g이고 후숙 후 당도가 18Brix 이상으로 고당도 대과 품종이다. 수확기가 10월 중순으로 빠르고 과육의 황색 발현이 잘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최근 늘어나는 중·북부 지방에도 보급되고 있다.
‘감황’은 대과로 수량성이 좋지만 가장 큰 장점은 당도가 높은 골드키위라는 점이다. 그린키위가 신맛으로 구매율이 감소하는 반면 골드키위의 구매율이 증가하기 때문에 소비자 요구에 적절한 품종으로 보인다. 수확기가 빨라 조기출하에 적합해 수입 키위 유통이 끝나는 시점부터 국내산 그린키위가 유통되는 사이를 공략할 수 있다. 향후 ‘감황’에 맞는 재배기술이 개발·보급되면 안정적인 생산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스키니그린
껍질째 한입에 먹을 수 있어

농촌진흥청 농식품 소비자 패널조사(2010~2017년)에 따르면 키위 구매 수준이 줄어든 이유 중 3위가 “껍질을 깎아 먹는 것이 번거롭다”라는 것이다. 과피의 털이 손이나 칼에 묻어 번거롭다는 의견도 있다. 소비자의 과일 구매에 있어 점점 섭취의 편리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래나무속에 속하는 ‘다래’를 활용하여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스키니그린’은 2000년에 ‘KN8903’과 ‘다래’를 교배하여 2008년에 육성한 품종으로 과피에 털이 없고 과일 무게가 20g 정도로 작아 방울토마토와 같이 껍질째 한입에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후숙 후 당도는 18Brix로 단맛이 높다. 또한 다래를 교잡하였기 때문에 키위보다 내한성이 강해 강원도 등 전국 재배가 가능하다. 그러나 다래의 특성으로 인해 저장성이 짧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스키니그린’은 약 2.0ha가 보급되었고, 과피에 털이 없는 ‘녹가’, ‘그린몰’ 등도 개발하여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다래와 같이 먹기 편한 특성은 소비트렌드와 일치하기 때문에 향후 더 많은 보급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