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채소의 대명사 ‘배추’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채소의 대명사 ‘배추’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3.2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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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질·섬유질·아미노산 등 풍부 … 항산화 및 해독 작용
기후변화 조건에도 안정적인 배추 생산 중점둬야

길고 지루한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곳곳에 매화꽃, 산수유꽃이 눈에 띈다. 날은 점점 따뜻해지고 활동량은 많아지는데, 몸은 무겁고 피곤하다. 소화도 안 되고, 집중력은 떨어져 업무 효율은 낮고, 졸음이 쏟아진다. 겨우내 움츠렸던 우리 몸은 봄이 되면서 나른하고 졸음이 오는 증세, ‘춘곤증’을 겪게 된다.

이럴 때 봄동, 시금치, 달래, 냉이, 쑥, 두릅 등 봄나물로 춘곤증을 이겨내면 어떨까. 봄나물은 봄이 되면서 우리 몸이 더 많이 필요로 하는 비타민, 무기질 등을 공급하여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대표적인 봄 채소인 봄동은 겨울에 노지에서 재배된 속이 차지 않은 채 잎이 펴져 있는 배추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 단맛이 강하고 식감이 아삭하여 봄나물이나 겉절이로 안성맞춤이다. 4월이면 피는 배추꽃도 별미이다. 달달한 향, 약간의 매운 맛이 나는 노란 꽃잎을 샐러드 위에 얹으면, 먹는 즐거움뿐 아니라 눈으로 즐기는 재미도 있다. 

18세기 여러 사물을 설명한 책인 ‘물명고(物名養)’에는 “일반적으로 채(菜)라고 하면 대부분 배추를 지칭하는 것이다”라고 전한다. 즉, 예전부터 배추가 채소의 대명사로 통했음을 알 수 있다. 김장김치의 주재료로 가을 배추의 비중이 크긴 하지만, 사실 배추는 계절에 상관없이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채소이다. 쓰임새가 많아 김치 외에도 국, 전골, 전, 나물, 볶음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노란 속잎으로 쌈을 싸먹기도 하고, 싹 채소 또는 어린잎 채소로 키워 샐러드용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배추에는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 아미노산 성분이 풍부하다.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 의하면 배추 생 것 100g에는 비타민 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 5㎍, 비타민 C 10㎎, 칼슘 29㎎, 칼륨 222㎎, 0.5㎎이 함유되어 있다.

배추의 섬유질은 장내 세균 번식을 막고 장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구수한 맛을 내는 아미노산 ‘시스틴(cystine)’은 항산화와 해독작용,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배추에는 항암 효과가 뛰어난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가 풍부하다. 독특한 매운맛과 쓴맛을 내는 글루코시놀레이트는 항암 기능뿐만 아니라 항균과 살충 작용을 갖는 기능성 물질로, 배추뿐만 아니라 양배추, 무, 순무, 브로콜리 등 배추과 식물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농촌진흥청 채소과에서는 시판 품종보다 글루코시놀레이트 함량이 1.6배 높은 배추 품종 ‘원교20050호’을 육성하였다. 개발된 품종은 중간모본으로, 종자업체 등에서 기능성 배추 품종 개발을 위한 육종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크기가 작고 잎 뒷면에 털이 없이 부드러운 샐러드용 배추 품종도 육성하여 다양한 이용 방법을 모색 중이다. 한편 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한 배추 품종 ‘원교20048호’이나 저온에 강한 ‘원교20051호’의 활용은 기후변화와 이상기상 조건에서 안정적인 배추 생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物名養)’에는 배추가 “음식을 소화시키고 장위(腸胃)를 통하게 하며 가슴 속 열을 내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좋은 품종의 안정적인 생산을 통해 안전하고 맛있는 국산 배추가 사시사철 사랑받을 수 있길 희망한다.

■장윤아<농진청 원예원 채소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