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켓’ 포도, 소비자에게 사랑받으려면
‘샤인머스켓’ 포도, 소비자에게 사랑받으려면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2.2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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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게 생산량 늘리다 보면 품질저하 발생
결실량 충실히 지켜야 … 가지당 700g 내외

얼마 전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잠깐 놀란 일이 있었다. 출현한 유명 연예인이 대사 중 ‘샤인머스켓’을 언급한 것이다. 시청률이 매우 높은 공중파 방송에서 특정 원예 산물의 품종명을 언급한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라 샤인머스켓이 폭발적인 대중의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실감하게 됐다. 

이렇게 샤인머스켓이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당연히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맛’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포도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풍만한 식감, 특이하며 온화한 머스켓 향, 씨가 없고 껍질째 먹는 편리함, 그리고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외관 등이 샤인머스켓이 지닌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폭발적 인기는 대중에게 신속히 다가갈 수 있도록 농가에서 생산량을 발 빠르게 늘린 덕분이며, 이는 샤인머스켓 재배에 농업인의 관심이 그만큼 컸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요즈음 샤인머스켓에 대해 불편한 이야기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품질이 소문과는 다르다는 평과 함께 가격 대비 만족스럽지 못하다, 신맛이 없어 아쉽다, 그리고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다는 등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대체로는 품질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품질이 좋아서 폭발적인 대중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 품질이 나빠서 대중들에게서 멀어질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애써 얻은 인기가 금방 사라지거나, 소비자의 외면이 가격폭락을 초래하고 결국엔 재배농가의 소득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소비자 외면의 원인은 한 가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품질 저하에 있다. 이는 샤인머스켓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며 부족한 소비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리는 과정 중에 발생한 것으로 생각한다.

수출 부분에서는 어떨까. 2016년 이후 중국문화권과 아열대기후 아시아지역 국가들에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샤인머스켓이 꾸준히 수출되고 있는 가운데, 수요 대비 공급 부족으로 단기간에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다 보니 일부 수출생산지에서 과다결실로 인한 품질 저하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쌓아온 한국산 샤인머스켓은 고품질 포도라는 인식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과실나무는 저마다 적당한 품질의 과실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치가 있다. 너무 적거나 많은 열매는 품질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결실량(열매량)을 충실히 지킬 필요가 있다. 샤인머스켓의 경우, 가지 당 700g 내외의 송이를 1송이를 결실시키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더불어 샤인머스켓 꽃이 활짝 핀 후 105일 이상 경과하여 수확하는 것이 추천되고 있다. 또한, 당도가 최소한 18Brix 이상은 되어야 샤인머스켓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품질 규격화를 위해 ‘샤인머스켓의 품질 넘어 품격을 위한 재배매뉴얼’같은 책자 등을 통해 관련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생산량이 줄면 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소비자가 외면하여 샤인머스켓 포도 산업이 위축되면 샤인머스켓 재배농가에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폭발적인 대중의 인기를 누리며 국산 포도 생산량 증가를 이뤄낸 샤인머스켓이 오랫동안 시장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

■노정호<농진청 원예원 기술지원과 농업연구사>